바보는 ‘멍청이’? 순박·우직 의미도 내포[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바보야!” 우리는 이 말을 장난스럽게 던지기도 하고, 핀잔처럼 건네기도 한다. 한국어에서 ‘바보’는 대개 지능이 낮거나 생각이 부족한 사람을 가리키는 ‘멍청이’와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워낙 익숙한 단어지만, 그 유래와 의미를 들여다보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바보’를 밥만 많이 먹고 제 역할을 못 하는 사람, 즉 ‘밥보’에서 유래한 말로 짐작하곤 한다. 노동력이 중요했던 과거 농경사회에서 밥만 축내고 일은 못 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부르던 말이 변했다는 해석이다. 언뜻 들으면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꽤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이 설명을 뒷받침할 만한 문헌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국어학계에서도 ‘바보’를 단순히 ‘밥보’가 변한 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밥보 유래설’은 흥미로운 추측일 뿐,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바보’라는 말이 오늘날과는 다소 다른 의미로 사용된 흔적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옛 문헌과 설화 속에서 ‘바보’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보 온달’이다. 설화 속 온달은 단순한 멍청이라기보다 순박하고 우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지금도 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을 ‘일 바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특징은 영어 표현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가 흔히 ‘바보’로 통칭해 번역하는 영어 단어들은 실제 어감이 전혀 다르다. ‘fool’은 어리석은 행동이나 판단을 한 사람을 가리키며 풍자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idiot’은 지능을 비하하는 모욕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다. ‘stupid’는 일시적인 판단력 부족에 자주 쓰이고, ‘dummy’는 반응이 둔한 사람을 의미한다.
결국 ‘바보’는 단순한 욕설이나 비하 표현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말이다. 물론 상대를 깎아내릴 때도 쓰이지만, 때로는 순박함과 우직함, 인간적인 미숙함을 함께 담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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