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온 첫사랑의 편지, 그리고 사라진 약혼녀
[영화 알려줌] <4월이 되면 그녀는> (April, Come She Will, 2024)
사랑은 왜 사라지는 걸까?
45만 부를 돌파한 카와무라 겐키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4월이 되면 그녀는>이 이 질문에 답하려 한다.
30대 중반의 신예, 야마다 토모카즈 감독의 첫 장편이자, 사토 타케루, 나가사와 마사미, 모리 나나라는 세 배우의 매력적인 조합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현대인의 사랑과 상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정신과 의사 '후지시로 슌'(사토 타케루)은 '사카모토 야요이'(나가사와 마사미)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10년 전 첫사랑 '이요다 하루'(모리 나나)로부터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보낸 편지를 받는다.
대학 시절 사진부 동아리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애틋했지만, 어떤 이유에선가 끝이 났다.
갑작스러운 첫사랑의 방문과 함께, '야요이'는 "사랑이 끝나지 않게 하는 방법, 그건 뭘까요?"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동물원 수의사인 '야요이'의 실종은 '후지시로'에게 또 다른 상실의 순간이 된다.
그는 '야요이'의 여동생 '사카모토 쥰'(카와이 유미)과 동료 '코이즈미 나나'(토모사카 리에)를 만나며 '야요이'가 간직했던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영화는 '후지시로'를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우유니, 프라하,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하루의 여정과 도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야요이'를 찾는 여정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하루'가 보내오는 편지들은 '후지시로'의 기억을 하나씩 되살린다.
첫사랑의 설렘, 함께 찍은 사진들, 그리고 이별의 순간까지, 이 구조는 단순한 시간적 교차를 넘어, 한 인간 안에 공존하는 과거와 현재의 사랑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사토 타케루는 첫사랑의 아픔과 현재의 혼란을 오가는 '후지시로'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특히 대학생 시절과 현재를 오가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미묘한 감정 변화는 그의 연기력이 한층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7년 전에 이 원작을 읽었을 때, 연애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연인과 보내는 시간 속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은 것인지, 헤어 나오는 방법조차 모른 채 연애라는 것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하는 '후지시로'에게 공감했다"라는 그의 말처럼, 사토 타케루는 '후지시로'의 혼란과 고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이번이 첫 호흡인 나가사와 마사미와의 연기에 대해서도 사토 타케루는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가사와는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열심히 애정을 갖고 작품을 대하는 분이었다. 자신보다 타인을 우선시하고 마는 다정함과 약함을 가지고 있고, 그러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세심하게 살아가는 '야요이'와 겹쳤다"라고 그는 언급했다.
이어 모리 나나와의 장면에 대해서도 "크랭크인 첫날부터 거의 애드리브 장면이었는데, 모리 나나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후지시로'가 될 수 있었다"라며 진솔한 소감을 전했다.
나가사와 마사미가 연기하는 '야요이'는 원작보다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야요이'의 실종은 현대 사회에서 사랑과 결혼이 갖는 의미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생일날 밤 와인잔을 깨뜨리는 장면에서 나가사와 마사미는 '야요이'의 내면에 숨겨진 불안과 떨림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나가사와 마사미는 "이 작품은 연애에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멈춰선 사람들을 향해서 전하고 싶은 영화다. 타인을 사랑한다는 일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작품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사토 타케루에 대해 "냉정하게 배역이나 이야기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분이므로 안심하고 촬영할 수 있었고, 신뢰할 수 있는 연기자라고 생각했다. 날마다 그에 대해 신뢰감이 생겨났고 즐거웠다"라고 전했다.
신예 모리 나나는 세계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하루' 역을 통해 청춘의 순수함과 예술가적 감성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특히 우유니 소금사막에서의 독백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모리 나나는 "세계를 내 편으로 두면서 '하루'를 연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필사적으로 머릿속에 각인시키면서 매일매일을 보냈다"며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어떻게 해도 과거는 변하지 않지만, 그때 그 사람, 지금의 나의 파편, 눈앞의 너에게 새로이 만날 수가 있다"라는 모리 나나의 말은 영화의 주제 의식을 정확히 짚어낸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야마다 토모카즈는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우유니 소금사막의 광활한 풍경부터 도쿄의 일상적 풍경까지, 각각의 장면은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프레임 속에 담긴다.
이는 단순한 미학적 장치를 넘어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간과 기억을 포착하려는 영화의 주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는 단순한 러브스토리를 넘어 현대 사회에서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사랑이 끝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 시대의 질문이다.
개인주의와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에 비합리적일 수 있는 사랑을 우리는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물론, <4월이 되면 그녀는>은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후지시로'의 여정을 통해 사랑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과거의 사랑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사랑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각자의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