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대규모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8일 R&D 및 핵심 기술 경쟁력 강화를 축으로 한 인사를 실시하고, 글로벌 불확실성과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 기여한 성과 중심의 리더를 전면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SDV(Software-Defined Vehicle) 체계 전환을 이끌 핵심 인물 발탁과 세대교체다. 현대차그룹은 성과주의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기술 전문성을 중시한 인사를 통해 조직의 체질 개선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SDV 혁신을 앞당기기 위해 만프레드 하러 R&D본부장과 정준철 제조부문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만프레드 하러 사장은 2024년 현대차그룹 합류 이후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으로서 제품 개발 전반을 이끌며 차량 기본 성능 향상과 현대차·기아의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기여해 왔다. R&D본부장을 맡은 그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 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SDV 성공을 위한 연구개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일 사임한 송창현 전 AVP본부장 사장의 후임을 조속히 선임할 계획이다. 송 전 사장 주도로 수립된 SDV 개발 전략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 자율주행 기술 '아트리아(Atria) AI' 등 핵심 기술 내재화를 바탕으로, SDV 핵심 기술의 양산 전개를 위한 차세대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추진된다.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준철 사장이 제조부문장을 맡아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구축과 로보틱스 기반의 차세대 생산체계 확립을 주도한다. 아울러 현대차 국내 공장을 총괄하는 국내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로 최영일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임명했다. 제조기술 엔지니어링에 정통한 최 부사장은 국내 공장을 기술 중심의 '마더 팩토리'로 재정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윤승규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사장은 미국·캐나다 판매법인장 등을 거치며 북미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전년 대비 8% 이상의 소매 판매 성장을 이끌며 기아의 글로벌 입지 강화를 주도했다.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도 단행됐다. 현대제철은 생산본부장 이보룡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임명해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를 출범시켰다. 30년 이상 철강업계 경험을 보유한 이 사장은 R&D와 생산,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략적 설비·기술 투자를 지속 추진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현대카드 조창현 대표와 현대커머셜 전시우 대표는 안정적인 위기관리 성과를 인정받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부터 현대제철을 이끌어온 서강현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해 그룹 차원의 사업 최적화를 주도한다.
장재훈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담당 부회장으로서 모빌리티, 수소 에너지, 로보틱스 등 핵심 미래 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그룹 차원의 시너지 제고와 실행력을 강화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사장 승진 4명을 포함해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신규선임 176명 등 총 219명의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20명 감소한 규모로, 무분별한 확대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조직 내실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40대 차세대 리더 발탁과 기술 인재 중심 인사가 두드러졌다. 브랜드 가치를 글로벌 톱 수준으로 끌어올린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지성원 전무(47세)가 40대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상무 신규선임 대상자 중 40대 비중도 절반 가까이로 크게 늘었다. 80년대생 상무는 총 12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전체 승진자 중 약 30%는 R&D와 핵심 기술 분야 인재로,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 전략과 직결된 부문에 집중 배치됐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싱크탱크 역할을 맡는 HMG경영연구원 원장으로 미국 워싱턴대 신용석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외부 우수 인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글로벌 불확실성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한 인적 쇄신"이라며 "SDV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사와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