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따라걷기 도전해봤습니다. (잠실역 → 을지로4가역, 반시계방향 32개역)
걷기, 달리기 외 어떤 운동과 스포츠를 전혀 하지 않는 40대 초반의 아저씨입니다.
과거 전주 살면서 루리웹 국내여행 게시판에 경기도권 걷기 여행을 하시는 분들을 봤습니다.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260?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442979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260?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40046
이 두분을 보면서 부러웠던것이 경기남부권은 도시들이 횡단보도 하나로 도시가 바뀔만큼
밀집되어 있어 도보여행을 해도 쉴 곳이 충분하고 안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2020년 12월에 하남시 미사역 근처로 이사온 후로 위 두분들처럼 걸어봐야지 하고서는
미사역 → 광나루역
서울 예술의전당 → 미사역
강남역 → 강동역
미사역 → 분당 정자역
가끔 집 근처로 1~2시간 정도 걷기.
이정도 밖에 안걸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4월에 치지직 스트리머분들이
(서새봄, 소풍왔니, 남봉 / 똘똘똘이, 초승달)
국토대장정을 하는 것을 보고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하는 일이 한가해지는 7~8월에
경기남부와 서울을 잇는 210KM 7박8일 도보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간 단계로 쳬력점검 및 연습을 삼아서 기회가 날 때마다 자주 걷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던 중 지하철 2호선(48.8KM)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서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래전부터 1박 또는 당일치기로 하시더군요.
루리웹에도 글이 하나 있더군요.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260/read/30551809
2호선 한 바퀴 당일치기로 돌아보자. 결정했습니다.
마침 5월 24일 금요일 하루 휴가를 미리 냈기에 금토 연이어 걷더라도
최소 일요일 하루를 쉴 수 있으니 괜찮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요일 아침일찍 걷기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목요일 퇴근하고 잠깐 쉬다가 목요일 밤부터 걷는 것이 좋은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목요일 퇴근 후 잠깐 쉬고 출발] 로 결정했습니다.
이왕이면 밤에 시원하게 걷는게 좋겠다라는 단순한 생각이 첫 번째 후회요소가 되었는데
22일 목요일 밤9시 30분 잠실역에서 출발하기 전에 이미 11,000보 (8.1KM)를 걸은 상태였고
퇴근 후라 피로가 쌓인것을 쉽게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22일 목요일 오전 6시부터 깨어있었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서론이 꽤 길었는데 이제 본론 들어갑니다.
밤새 걸으면서 서새봄님 국토대장정 유튜브와, 심야괴담회 유튜브 채널을 들었습니다.
출발역인 잠실역에서 스마트워치 앱을 확인했습니다.
8.1KM를 걸은 상태에서 2호선 따라걷기 시작합니다.
신었던 신발입니다. 어디 제품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국내기업 브랜드고 개인적으로 다자인 및 가성비 측면에서
마음에 들어 최근 이 회사 신발을 자주 신습니다.
얼마 전 하남 미사역에서 분당 정자역까지 대략 27KM 걸었을 때 같은회사 다른 신발이었습니다.
사진 속 신발은 여름에 계획중인 도보여행에 신을 생각으로 미리 샀던 신발이고
길들이기 겸 테스트용으로 신고 나왔었습니다.
끈 대신 고무같은 플라스틱 지지대가 발을 잡아줍니다.
완전 새신발은 아니고 출퇴근용으로 신고 집 근처 산책용으로 10일 정도 신었습니다.
그런데...
후술하겠지만 중간에 신발에 문제가 생깁니다.
잠실역입니다. 제2롯데타워가 멋지긴 합니다.
잠실새내역입니다.
종합운동장역입니다.
마침 야구경기가 끝나서 사람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역으로 들어가 화장실 이용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심야시간에는 화장실 이용이 걱정이 되더군요.
뭐 하나 마시면 바로바로 소변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극장갈일 있으면 목이 마른 상태로 가고 영화 보면서도 음료 거의 안마십니다.
5월 초?
삼성역과 종합경기장 사이에 있는 다리. 삼성교가 공사때문에 건널수 없었기 때문에 멀리 돌아갔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20~30분 정도 빙 돌아갈 각오를 했었는데 공사는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밤이라 공사 중단한 탓인지
건너갈 수 있어서 예상보다 30분 아끼게 되었습니다.
삼성역부터 교대역까지 쭉 이어지는 넓은 도로와 인도가 답답하지 않게 해줍니다.
은근히 빌딩을 비롯한 야경 구경하는 맛이 좋습니다.
역삼역입니다. 걷기 시작한지 1시간이 넘었고 어디 앉아서 잠시 쉬었어야 했는데
탄력이 붙어서 강남역까지 계속 걸었습니다.
강남역입니다.
근처 빌딩 앞 벤치에서 잠깐 쉬어갑니다.
예전 예술의전당에서 미사역까지 걸을 때나
미사역에서 분장 정자역까지 걸을 때
두 시간에 5분 쉬는 페이스로 걸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페이스로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 서초대로 걷기는 끝났습니다.
살짝 남쪽으로 꺽어 내려와서 방배역으로 향합니다.
여기서부터 2호선 역과 역 간격이 조금 길어집니다.
3번출구에 24시간 맥도널드가 보여서 얼른 들어갑니다.
간단하게 맥윙세트 하나 먹었습니다.
중간에 편의점 들려 이온음료와 초코우유로 수분 및 당보충을 했었고
음료는 사당역 근처 24시간 디저트카페가 있다길래 거기서 조금 쉬고,
제대로된 야식은 봉천역에서 할 계획이었으므로 간단하게 먹으며 20분 정도 쉬었습니다.
사실 이때부터 피로가 쌓이고 있었습니다.
하루 푹 자고 아침 출발하는 루트로 할걸하고 후회도 했습니다.
방배역과 사당역 사이 언덕 경사가 심하다더니...
당초 계획은 사당역 근처 24시간 카페에서 쉬어갈 생각이었습니다만.
정보와 다르게 문을 닫았었습니다. 조금 더 걷다가 앉아서 쉴 수 있는 편의점에서 쉬어가기로 합니다.
낙성대 근처 편의점에서 초코우유 하나 더 마십니다.
밤이고 바람도 계속 불어서 땀도 많이 안나고, 시원시원해서 이온음료보다
초코우유를 자주 마셨습니다.
원유 함량이 높아서 수분 및 단백질 보충도 되고 당도 많아서
힐링포션으로 좋습니다.
이제 25%!
봉천역입니다.
계획은 6번출구 근처 24시간 영업하는 국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여기서 야식을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국수집이 리모델링한다고 영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ㅠㅠ
사당역 근처 24시간 카페도 영업을 안하더니만 왜이러니 진짜 ㅠㅠ
그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맥도널드에서 버거세트로 먹을 걸 그랬습니다.
사족입니다만 제가 살고 있는 미사역 주변에는
KFC, 버거킹, 롯데리아, 맘스터치, 프랭크버거... 다 있는데
맥도날드만 없습니다.
근처 문이 열려있는 분식집이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피로가 쌓였고 허기진 상태라 한 숟가락 먹고나서야 사진찍을 생각이 났습니다.
왕돈까스 오므라이스인데 맛은 평범했습니다.
아니 오므라이스 계란지단 속 볶음밥을 참기름으로 볶았는지
참기름 향과 맛이 진했습니다.
돈까스는 냉동돈까스 튀겨나온 듯합니다.
김치, 피클 같은 밑반찬은 셀프였는데 가지러갈 체력도 아끼고 싶어서
그냥 먹었습니다.
식사 후에 미리 챙겨온 액상 종합비타민 오쏘몰 하나 흡입했습니다.
신림역부터 신도림역까지는 도림천을 따라 걷게 됩니다
서초대로 같은 거대 빌딩숲 큰 길을 걷는 것과 분위기가 매우 다릅니다.
대림역입니다.
근처 차이나타운이 있다는 것이 가게들로 하여금 느껴집니다.
신도림역입니다.
여기서 문래역으로 걸어가기에 가장 적합한 루트는 역 안으로 내려가서 1번출구로 나와
도림교를 건너가는 것인데 셔터가 내려와 잠겨있어 다른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잠깐 해메다가 도림천 쪽으로 내려와서 징검다리를 건너 반대쪽으로 올라오는 길이 있었습니다.
이게 네이버 지도로는 나오지 않아서 직접 찾아야 했습니다.
문래역입니다.
새벽 4시 30분에 찍었군요.
시작할 때 1시간 내리 걸어도 굳이 쉬어야겠다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이때 쯤부터 벤치만 보이면 앉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왼쪽발이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왼쪽 신발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아까 신발 얘기할 때 끈 없는대신 고무같은 유연한 플라스틱으로 발을 잡아준다고 했었는데요.
사진 속 동그라미 부분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걸을 때 왼쪽발 밸런스가 무너지고 쓸려서 발바닥부분이 쓸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물집은 잡히지 않았으나 물집이 잡힐 확률이 100% 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영등포구청역입니다.
5호선 환승역이기도 합니다.
내려가서 조금 기다리면 집으로 가는 첫차가 옵니다.
2호선 따라걷기 딱 절반인데 여러모로 지친상태고,
신발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여기서 멈출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걷기 시작 전 이미 8Km 걸은 상태여서, 누적하면 32km를 걸은거고
23시간 가까이 깨어있는 상태, 그것도 목요일 하루 출퇴근 했으니
할만큼 했다라는 자기합리화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래도 한강은 건너야지 않겠나 싶어서 일단 더 걷기로 합니다.
날이 밝아오고 싶습니다.
양화대교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양화대교입니다.
왼쪽발바닥 쓸리는것보다 양쪽 허벅지 통증이 느껴집니다.
한강이 넓고 크긴 합니다.
다리건너 적당한 곳에서 쉬어갑니다.
여기서 처음 양말까지 벗고 마사지를 해줬습니다.
쓸리고 있던 왼쪽발바닥은 물집이 잡힐 기미가 보입니다.
늦었지만 밴드하나 붙여봅니다.
오래 쉬고 싶지만 어디 편한곳에 등 기대었다가 잠들것도 같았고
애매하게 쉬면 다리 긴장이 풀려서 다시 걸으려면 더 힘든 상황이 오기에
일단 다시 걷습니다.
해가 뜨면 더워질까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계속 흐힌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대입구까지 왔습니다.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부지런하게 출근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2호선 완주는 못할 것 같으니 어디서 끝을 내야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신촌역에서 방향을 잘못 잡아서 서강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문을 연 카페가 있어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들어왔습니다.
딸기요거트 스무디 하나 주문하고 앉아있는데
가만 생가해보니 잠실역에서 출발한 이후로 등과 엉덩이가 푹신한 의자에 처음 앉는 것이었습니다.
천천히 마시면서 다시 고민합니다.
충정로역에서 5호선을 타고 집으로 갈 것인가
시청역 찍고 광화문역으로 가서 5호선을 탈 것인가
을지로 4가역까지 가서 5호선을 탈 것인가...
아니면 동대문? 더 가서 왕십리역?
평소 걷는 속도가 꽤 빠른편입니다.
예를들어 네이버지도에서 1시간 거리라면 40~50사이에 통과합니다.
이쯤되니 평소 걷는 속도의 반절 밖에 못내는 것 같았습니다.
출근시간이기도하고, 근처 대학도 꽤 있는 편이어서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내려갈까 싶었지만 그래도 서울시청은 봐야지? 라면서 계속 걷습니다.
보기드문 열차 건널목입니다.
타이밍 좋게 열차 지나가서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시청역입니다.
확실히 서울시청 주변은 이른아침부터 분주합니다.
을지로4가역에서 끝내기로 마음먹고 걸었습니다.
강남과 마찬가지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지하철역도 밀집되어있고 역과 역 간격도 짧습니다.
걷는 것이 아니라 절뚝이는 느낌입니다.
아쉽게도 여기서 중도 포기합니다.
잠실역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서 32번째 역입니다.
24일 오전 9시입니다.
23일 밤 9시 30분에 잠실역에서 출발했으니
11시간 30분 걸렸습니다.
많이 아쉽고 자존심상하지만 여기서 끝을 냈습니다.
나이 40넘으니 집에서 가만히 영화보고 게임하면서 밤새는 것도 지치는데
하루 일 마치고 밤새 걸으려니 체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왼쪽 발꿈치쪽 발바닥에 큰 물집이 잡혔습니다.
20년 전 군대 행군할 때 이후로 이런 물집 처음 잡혀봅니다.
그래서 신발도 지난번 분당갈 때 신었던 신발을 신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2호선 따라걷기 완주하셨던 분들 기록을 보면 17~18시간 이었는데
단순 시간만 놓고보면 제쪽이 더 빠른 페이스로 걷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음 급해서 많이 안쉬고 계속 걸었던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느껴졌습니다.
23일 자정부터 24일 자정까지의 걸음 수 입니다.
24일 자정부터 걸음을 멈춘 을지로4가역까지의 걸음 수 입니다.
잠실역부터 을지로4가역까지 42.4KM를 걸었습니다.
전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면서 걸었던 8KM를 포함하면 50KM는 걸었군요.
지도로 놓고보니 목표치의 70%정도 달성한것 같습니다.
6월 7일에 휴가를 내면 4일 연속 휴일이니 이때 재도전 할까 싶어집니다.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2시간에 뛰는 선수들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마라톤선수들 뛰는 속도가 일반인들 전력질주 속도보다 더 빠르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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