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에너지 휴전이 나흘 만에 깨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체 정유 처리량의 5%를 담당하는 시설을 타격했고, 러시아는 밤새 드론 공습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습을 비난하며 대미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정면 대응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현지시간 15일 모스크바 남동쪽 랴잔 지역에 있는 정유시설을 공격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가 소유한 곳으로, 러시아 전체 정유 처리량의 약 5%를 담당한다.

"드론 69대와 순항미사일 4발"
랴잔 지역 당국자들은 해당 정유시설이 드론 69대와 플라밍고 순항미사일 4발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넵튠 순항미사일로 러시아 남부 보로네시 지역의 비행장을 타격해 Su-34 전투기 4대를 격추하고 2대를 파손시켰다고 밝혔다. 드론 다수와 순항미사일을 섞어 쓰는 방식은 방공망의 요격 자원을 분산시키는 전형적인 포화 공격 형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이 미친 영향에 관해 "특별히 중요한 피해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휴전 기간에도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을 발표한 이후 공격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기간에도 우크라이나 발전소 등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 상황은 외면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만 가중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조기경보가 갑자기 중단되고,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스타실드 시스템에 속도 제한까지 걸리면서 우크라이나에 에너지 휴전을 강요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인내심이 바닥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거래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호감을 드러낸다고 성토하는 한편, 러시아의 지속된 공격을 참아줄 인내심이 바닥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로이터는 이런 날 선 비판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밤새 우크라이나 중부의 기반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을 쏟아부으며 공습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에너지 시설을 상호 공격 대상에서 빼자는 구상은 양측 모두가 지킬 때만 작동한다. 한쪽의 자제가 일방적 손해로 돌아오는 구조에서는 휴전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중재 틀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 출처=다음뉴스 기사 사진·다음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