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매거진-MATCH〉하이브리드 세단과 크로스오버의 대결 현대 그랜저 vs 토요타 크라운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토요타 크라운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PROLOGUE

자동차 제조사를 대표하는 모델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런 것까지는 자세히 알 수 없고, 제조사는 모든 자동차가 회사를 대표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런데도 적어도 이 자리에 등장한 두 대는 각 나라에서 '성공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자동차다. 그러므로 제조사를 대표하는 모델이라고 봐도 좋다. 성공의 상징이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지면서 일정 이상의 부도 손에 넣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토요타 크라운은 일본 대표다. 초대 모델의 데뷔는 1955년. 일본 내 타 브랜드들이 다른 나라의 자동차 제조사와 손을 잡고 기술을 받고 있을 때, 토요타만은 일본 내에서 다듬은 기술을 고집했다. 단순히 고급스러운 자동차 하나가 아니라, 일본의 혼을 넣었다고 할까.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지금도 크라운에 호의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을 지나 16세대가 되고,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한 지금도 크라운의 이름은 살아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 대표인 현대 그랜저가 있다. 경제 발전과 함께 아시안게임과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나라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여겨지던 그때, 플래그십 세단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미쓰비시와 손을 잡긴 했지만, 현대 자체의 고집이 꽤 들어갔으니 한국의 혼이 잘 들어갔다고 봐도 된다. 크라운보다는 그 역사가 짧지만, 그랜저도 어느새 7세대 모델로 진화했다. 그랜저의 이름값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둘을 불러냈다. 일본 대표와 한국 대표는 과연 어떤 철학과 만들기를 자동차에 담았을까? 그 질감은 과연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둘 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있으니, 공정하게 무대에 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묘한 차이도 있다. 크라운은 시대를 건너뛰어 세단에서 크로스오버로 진화했고(세단 모델은 따로 있지만 그래도), 그랜저는 이전부터 지금까지 세단임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EXTERIOR

글 | 윤성

1986년 첫 출시를 알렸던 그랜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 세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2016년 6세대 모델 이후 6년 만에 출시된 7세대 신형 그랜저는 내연기관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함께 고려한 저중심과 경량화 중심의 유연한 플랫폼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신형 그랜저는 기존 모델의 틀을 완전히 벗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 시장에 돌아왔다. 크기도 길이 5035mm, 너비 1880mm, 높이 1460mm, 휠베이스 2895mm로 기존 모델보다 길이가45mm, 너비가 5mm, 휠베이스가 10mm 커졌다.

자동차의 얼굴인 전면부도 크게 변화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양쪽 램프가 가로로 이어진 일자형의 주간 주행등이다. 슬림한 형태의 이 램프는 리어 램프와 일체감을 줌은 물론, 패널 간 단차를 크게 줄여 차체와 일체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크기를 키웠다. 하단 범퍼에 배치된 헤드램프까지 삼켜버린 그릴은 압도적인 인상과 함께 중후한 멋을 담았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측면부는 전륜구동 모델임에도 후륜구동 정통 세단의 인상이 물씬 풍긴다. 앞쪽을 날렵하게, 그리고 낮게 디자인했던 이전의 모습과 달리, 중심이 높은 전면부에서부터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캐릭터 라인을 통해 과거의 고급 세단을 연상케 한다.

정통 세단의 형태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현대차가 추구한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이드미러는 고급 차에 적용되는 플래그 타입을 사용했으며, 도어 핸들은 전기차에 주로 쓰이던 팝업 방식을 채택했다. 키를 들고 가까이 다가가면 전동식으로 손잡이가 튀어나와 운전자를 맞이하고, 주행 중에는 매립돼 도어와 일체화되며 공기역학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현대차에서 양산 모델에 처음 적용한 프레임리스 도어도 눈길을 끈다. 단순히 사양만 놓고 보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부럽지 않다.

토요타 크라운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토요타 크라운 역시 토요타를 상징하는 고급 차로 그랜저보다 약 2배가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55년 1세대 모델을 시작으로 현재 16세대까지 진화를 거듭했다. 특히 그랜저가 처음 출시됐던 1980년대 토요타 크라운은 월등한 파워트레인 기술력, 그리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 부유함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그랬던 토요타가 이번엔 크라운을 세단이 아닌 크로스오버 모델로 출시했다. 과거의 영광을 탈환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왕관 엠블럼을 그대로 달고 말이다.

크기는 길이 4980mm, 너비 1840mm, 높이는 1540mm, 휠베이스는 2850mm로 경쟁 상대인 그랜저보다 약간 작지만, 세단이 아닌 쿠페형의 스포티한 인상을 갖춰 실제로 보면 그리 작아 보이지 않는다. 전면부도 샤크 노즈 스타일을 채택해 전체적인 인상을 날렵하게 다듬었다. 헤드램프의 디자인도 슬림해졌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는 대폭 늘어났다. 그릴 디자인은 하단부로 내려갈수록 넓어져 강인한 투어링 카의 느낌이 난다.

토요타 크라운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측면부는 크기를 대폭 키운 대구경 휠을 중심으로 크로스오버의 유려한 실루엣과 볼륨감을 키운 캐릭터 라인이 눈에 띈다. 그래서일까? 플래그십 세단급의 큼지막한 차체 크기를 지녔지만 잘 달릴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번엔 후면부로 시선을 옮긴다. 후면부는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일자형의 슬림한 테일램프가 자리 잡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토요타 엠블럼이 가운데에 자리 잡아 램프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도록 했다는 점이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INTERIOR

이번엔 실내를 살펴보자. 그랜저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랜저의 실내는 과거 1세대 모델과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공존한다. 간결한 수평형 대시보드에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것과 모니터 아래에 가로형으로 배치된 송풍구 디자인, 그리고 버튼 대신 터치패널로 구성한 공조 장치는 세련미와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동시에 충족한다.

이에 더해 신형 그랜저는 스티어링 휠과 시트 디자인 등 실내·외 곳곳에 1세대 모델의 디자인을 오마주했다. 이 같은 시도는 자칫 실패할 경우 디자인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신형 그랜저는 이 부분들이 화사한 색감의 가죽 소재와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뉴트로 감성을 구현해 낸다. 각 소재의 컬러 톤을 맞춘 부분도 어색함 없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실내 공간도 여유롭다. 이는 저중심 설계의 3세대 플랫폼이 적용돼 운전석 시트 포지션이 이전 세대 모델보다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시보드도 시트 포지션에 맞춰 함께 낮아져 차체의 높이가 높아지지 않았음에도 공간이 꽤 넓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첨단 장치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한 배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공조 장치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물리 버튼처럼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도록 햅틱 피드백을 적용했다. 이에 공조 장치를 누르면 작은 진동이 울려 버튼을 누른 것처럼 정확한 조작이 가능하다.

토요타 크라운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이번엔 토요타 크라운의 실내를 살펴본다. 그랜저와 같은 수평형의 대시보드와 디지털 계기판, 센터 디스플레이가 같은 방식으로 적용됐지만, 토요타 크라운의 실내는 꽤나 수수하다. 공조 장치 버튼부와 전자식 기어 레버는 렉서스에서 사용하던 방식을 채택했다.

차체 크기 대비 실내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크로스오버 모델 특성상 지상고가 높기 때문에 시트 포지션도 세단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하지만 높이 또한 함께 높아졌기 때문에 넉넉한 헤드룸을 유지할 수 있었다.

토요타 크라운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시트는 크기나 구성, 연출이 화려하진 않으나 착좌감이 우수하다. 2열 공간도 여유롭진 않으나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크로스오버 형태로 매끄럽게 떨어지는 디자인을 채택했음에도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도 헤드룸 공간에 머리가 닿지 않는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실내 구성은 그랜저에 비해 부족한 감이 있지만, 트렁크는 크로스오버 모델다운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테일 게이트를 열었을 때의 개방감도 좋아 물건을 실을 때 편리하다. 공간도 넓고 깊게 구성돼 골프백도 4개 이상을 적재할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겨울철 액티비티도 문제없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PERFORMANCE

글 | 유일한

먼저 그랜저의 차례다. 1.6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형태의 하이브리드인데, 신기한 조합이기도 하다. 엔진이 깨어났다가 잠드는 것을 반복하는 하이브리드는 엔진 자체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자연흡기 방식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의 명가라고 하는 토요타도 이제는 터보차저를 사용하고 있으니(물론 상위 모델에만 탑재되지만 그래도) 시대가 변했다고 해야 할까.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는 점도 말이다.

본래 하이브리드는 가속과 정지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연비가 잘 나오는 관계로 엔진을 깨우기 위해서, 그리고 모터를 동시에 사용하기 위해서 고속주행 구간으로 올라왔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는 고속도로에서도 엔진보다는 모터에 우선권을 두는 습성을 갖고 있어, 주행 중 조용하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엔진이 깨어나는 것은 가속 페달을 조금 깊게 밟을 때, 그리고 모터에 전기가 없을 때 정도인데, 깊게 밟지 않는다면 엔진음도 그리 크지 않다.출력은 넘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5m가 넘는 차체를 끌고 가기에는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웬만한 언덕길에서도 엔진이 깨어나서 굉음을 지르는 일은 이제 없다.

출발하는 감각도 경쾌하지는 않아도 꽤 사뿐한데, 전기모터가 그만큼 기민하게 보조해 주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6단 자동변속기를 쓰지만 변속 시점을 알아채기 힘들다는 것도 칭찬해 줄 부분이다. 스포츠카라면 아쉬움이 남겠지만, 이 차는 충격 같은 건 없어야 하는 그랜저니 말이다.

스포츠 모드에 맞추고 신나게 달리고 싶은 운전자도 있겠지만, 그랜저는 스포츠 모드로 돌입해도 계기판에 회전계가 뜨지 않는다. 정확히는 메뉴를 한참 파고 들어가야만 회전계를 찾을 수 있는데, 간편한 것을 찾는 필자에게는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일을 꽤 하는 것인지, 깜박하고 맨홀 위를 그냥 지나가도 충격조차 잘 전달하지 않는다. 운전하는 동안 가족이 편안하게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잠이 들어도 괜찮을 것이다.주행 중 느껴지는 차체의 감각은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탄탄하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형태로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그래서인지 시트도 몸을 딱 감싸기보다는 쿠션을 좀 더 부여한 형태로 다듬어져 있다. 차체의 움직임과 현 상태를 명확하게 느끼기는 어렵지만,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그리고 가속하는 대로는 움직인다. 브레이크는 회생 제동 구간에서 물리 구간으로 넘어갈 때 약간 이질감이 있지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다.

토요타 크라운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다음은 크라운의 차례다. 토요타가 오랜 세월 다듬은 2.5ℓ 자연흡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버전이다. '플래그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출력이 낮지 않은가'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사실 그 부분은 그랜저도 동일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도 좋을 것이다. 오히려 출력이 낮기 때문에 들리는 것들이, 느끼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플래그십의 끝을 보고 싶다면, 이다음 장에 등장하는 다른 엔진을 탑재한 크라운이 잘 알려줄 것이다.

크라운은 움직임이 꽤 자연스럽고, 차체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가볍지는 않게 제어되고 있다. 과연 토요타의 플래그십다운 매끄러움이라고 할까. 소리를 차단하는 것에도 진심이라, 지름이 큰 타이어에서 들릴 법한 로드 노이즈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날카롭게 반응하지만, 그 안에도 크라운다운 느긋함이 살짝 녹아 있다. 엔진 회전음이 앞으로 나오는 시끄러운 가속이 아니라, 운전에 방해가 안 되는 연속적인 가속의 느낌이다.

고속 구간을 달리다가 어느새 산길에 접어들었다. 스티어링을 회전시키면서 놀라운 것이 차체를 회전시키는 질감이다. 차체도 길고 휠베이스도 제법 긴 플래그십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앞바퀴의 움직임을 뒷바퀴가 솔직하게 따라와 준다. 살짝 높아진 만큼 스티어링 감각이 흐려질 줄 알았는데, 보기 좋게 한 대 얻어맞았다. 굳이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그 움직임을 솔직하게 파악할 수 있으니 조금 속력을 내서 코너에 진입해도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크라운은 파워트레인과 상관없이 모두 네 바퀴를 굴린다. 플랫폼 자체는 TNGA GA-K라는 이름의 앞바퀴 굴림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뒷바퀴에 별도의 모터를 달아 사륜구동을 실현하고 있다. 그리고 크라운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 뒤에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그러니까 이 플랫폼 자체가 크라운 전용이라고 해도 좋다. 브레이크도 내장된 모터로 마스터 실린더를 누르는 방식이라 기존의 토요타 모델보다 직결감이나 정확성이 확실히 높아졌다.

제일 큰 차이는 차체에서 느껴지는 탄탄함, 그리고 안정감이다. 그랜저도 꽤 안정적인 편이지만, 크라운은 그보다 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심지어 평범한 세단이 아니라 지상고를 좀 더 높인 크로스오버인데도 말이다. 네 바퀴가 지면을 확실히 붙잡고 있다는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차체의 움직임과 현 상태가 아주 생생하게 느껴진다.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한다면 크라운이 아무래도 한 수 위에 있다.

SPECIFICATION _ HYUNDAI GRANDEUR HYBRID

길이×너비×높이 5035×1880×1460mm | 휠베이스 2895mm

공차중량 1735kg | 엔진형식 I4 터보+전기모터, 가솔린 | 배기량 1598cc

합산출력 230ps | 엔진 최대토크 27.0kg·m | 변속기 ​​​6단 자동 | 구동방식 FWD

0→시속 100km ​- | 최고속력 - | 연비 15.7km/ℓ | 가격 ​​​5563만원(시승차 기준)

SPECIFICATION _ TOYOTA CROWN HYBRID

길이×너비×높이 4980×1840×1540mm | 휠베이스 2850mm

공차중량 1845kg | 엔진형식 I4+전기모터, 가솔린 | 배기량 2487cc

합산출력 234ps | 엔진 최대토크 22.5kg·m | 변속기 ​​​e-CVT | 구동방식 AWD

0→시속 100km ​- | 최고속력 - | 연비 17.2km/ℓ | 가격 ​​​57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