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더부룩한 속, 치료와 관리의 조화가 중요해" 내과 의사 조희준
소화불량은 일상 속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과식할 때 나타나는 사례가 많으며, 춥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 위장 기능이 떨어져 소화불량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일시적인 소화불량은 소화제 등의 도움을 받으면 빠르게 완화할 수 있지만, 증상이 반복될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소화불량은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내과 조희준 원장(바른검진네트워크)은 "기능성 위장장애 환자의 경우 내시경 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들을 배제하고, 이후 약물치료와 함께 적절한 관리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Q. 소화가 안될 때 ‘위장장애’를 의심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 위장장애는 정확히 어떤 질환이고, 증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위장장애란 말 그대로 위와 장에서 일어나는 불편감 또는 장애를 말하는데요. 우리는 위와 장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위에 대한 질환으로는 암을 제외하고 잘 알고 있는 역류성 식도염, 위염, 위궤양, 기능성 소화 장애 등이 있고요. 증상으로는 위통, 속쓰림, 소화불량감, 명치 불편감, 목 이물감, 복부 팽만감 등이 대표적입니다.
장 질환에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크론병으로 대표되는 자가면역 질환인 염증성 장질환 등이 있고요. 복통, 변비, 설사, 혈변, 점액변, 가스 축적으로 인한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소화가 안될 때 흔히 위장장애를 의심한다고 질문 주셨는데요. 이때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기능성 위장 장애 또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능성 위장 장애란 특별한 원인과 질병, 기질적 질환 없이 속쓰림과 더부룩함, 구토, 부글거림 등 여러 가지 위장관 증상이 3~6개월 지속되는 만성 질환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 이상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질 만큼 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위장장애, 어떤 원인들로 발생하는 걸까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위의 운동과 감각∙흡수 기능의 장애와 과거 위장관의 감염, 그리고 약물, 정신∙사회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항생제, 진통소염제 등 약물에 의한 위장 장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술과 담배, 그리고 카페인과 탄산음료, 매운 음식, 불규칙한 식사 습관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술과 캡사이신은 위 점막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요. 카페인, 탄산의 경우에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여 위 점막을 약화시키고,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위의 상피가 장의 상피와 닮은 조직으로 바뀌는 장상피화생까지 유발할 위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스트레스도 위장장애의 중요한 위험요소라고 짚어 주셨는데요. 스트레스와 위장장애,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위장관은 제2의 뇌라고도 불립니다. 뇌 전체 신경의 3분의 1에 해당할 만큼 많은 양의 위장관 장신경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속담 중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렇게 뇌와 장이 이어져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속담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아주 작은 스트레스나 신경학적 영향에도 우리의 위와 장은 반응하는데요. 과거에는 이 같은 반응으로 신경성 위염으로 표현하곤 했지만, 이제는 의학적으로 위는 ‘기능성 소화 장애’, 장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위와 장을 각각 나눠 진단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위장장애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단할 수 있나요?
위장장애를 진단하는 가장 중요한 검사는 위 내시경입니다. 복부 CT 등의 검사들도 위장장애를 진단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만, 초기 병변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내시경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위는 위염이 궤양화되고, 궤양의 30~40%가량이 암성 변화를 보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시경을 통해 병변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위장장애, 즉 기능성 소화 장애를 진단하는 내시경적 소견이 있는 건 아닙니다. 내시경 검사는 만성적으로 위장관 불편감을 일으키는 기질적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 같은 문제가 없을 때 위장장애를 진단하는 ‘배제 진단’에 해당합니다.
Q. 원인이 특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치료 및 완치가 가능한 걸까요?
사실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인데요.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이를 경감시킬 수 있는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약물은 증상을 줄여주는 제산제, 위장관 운동 기능 개선제, 소화효소제, 가스제거제, 변비약, 설사약, 더 나아가 안정제 등이 사용됩니다. 이들 약물을 활용한 치료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증상이 개선될 때까지 복용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만, 위장장애의 약물치료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이를 ‘자전거 타기’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약물치료는 자전거를 배울 때 부모님 또는 삼촌이 뒤에서 잡아주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야 하죠. 이때 양 페달에 해당하는 것이 스트레스에 대한 조절, 그리고 또 하나는 식습관에 대한 조절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자전거를 뒤에서 든든하게 잡아주는 약물치료가 잘 이뤄질 때는 우리가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완치에 가까워지려면 스스로 페달을 밟듯 습관 조절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이죠.
완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위장장애는 재발의 가능성이 워낙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대개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스트레스와 식습관이 잘 조절된다면 완치라는 개념에 도달할 만큼 위와 장이 편해지는 삶을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기획 = 김지연 건강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조희준 원장 (바른검진네트워크 내과 전문의)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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