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랑스전력공사(EDF) CEO 앙리 프로글리오 “프랑스, 유럽 전력시장서 탈퇴해야”
원전 중심 전력 정책 재정비 촉구… “현 EPR 모델 중단하고 새로운 중형 원자로 필요”

전 프랑스 전력공사(EDF) 최고경영자(CEO) 앙리 프로글리오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4일(현지시각) 프랑스 경제언론인협회(Ajef)와의 간담회에서 프로글리오는 “프랑스는 유럽의 전력시장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EDF는 다시 통합적 전력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프랑스 의회가 오는 2035년까지의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현 정부와의 깊은 견해차를 드러낸 셈이다. 프로글리오는 특히 지난 2023년 말 EDF와 정부가 합의한 장기계약 방식의 전력요금 체계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EDF의 독립성과 공공성 회복을 주장하면서 “국가 통합 전기요금과 수출용 요금을 분리하는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 유럽 가격 결정 체제에서 부분적으로 이탈했던 스페인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당화했다.
"재생에너지 중단해야…EPR은 건설 불가능한 원자로"
프로글리오는 재생에너지 보조금에 대해서도 “전기요금을 불필요하게 상승시킨다”며 태양광과 풍력 확대 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그가 EDF CEO 재직 시절(2009~2014년) 직접 서명했던 영국 힝클리포인트(Hinkley Point) 원전 건설계획에도 불구하고, 현행 EPR(유럽 가압수형 경수로) 모델은 “기술적으로 미완성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EPR2는 건설 자체가 불가능한 모델”이라며 “1600MW급 대형 원자로 대신 1000MW급 중형 원자로를 새로 설계해 건설성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DF 내부에서도 최근 몇 개월 간 이 같은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0년 이상 원전 운전 연장해야…정치권은 원전 포기했다"
프로글리오는 기존 원전의 운전 기간을 20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현재 설정된 60년 운전 한계를 초과하자는 주장으로, 신규 원자로 개발 전까지의 전력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그는 “현 정부는 원전의 경제성을 무시하고 재생에너지에 편중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에 있어 비전이 없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았다. 과거 마크롱이 경제부 장관이던 시절, 자신의 EDF 연임을 막고 이어 방산기업 탈레스 회장직에서도 물러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오랜 앙금이 있음을 시사했다.
극우 성향 RN과 접점…“누구와도 대화 가능하다”
프로글리오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프랑스 의회에서 에너지 정책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입장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실제로 RN의 장필리프 탕귀 하원의원은 “국가 전력요금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공식 제안했고,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존 원전의 활용률 제고를 주장했다.
프로글리오는 “나는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라며,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와는 모르지만 마린 르펜 전 대표와는 수차례 만난 바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들은 EDF뿐 아니라 과거 아레바(현 오라노)의 CEO였던 앙느 로베르종의 원전 효율성 관련 발언과도 맞물리면서 프랑스 내 원전 재정비 논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너지 독립성과 원전 중심 전략, 프랑스 정치에 새 변수
프로글리오 전 CEO의 급진적 제안은 단순한 기업인의 견해를 넘어서 프랑스 에너지정책 전반, 나아가 향후 정치 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전 중심의 에너지 자립과 유럽시장 이탈이라는 문제 제기는 현 정부의 친유럽·친환경 노선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에너지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전력 정책이 다시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또한 원자력 강국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Copyright © 에코프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