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안 식는다”… 한국 여름, 이제 ‘폭염·물폭탄·열대야’가 한꺼번에 덮친다
5월 36도 찍더니 10월 열대야 예상… “계절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5월인데 경북 김천은 36도를 찍었습니다.
경주는 35.9도, 대구는 34.7도까지 올랐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거리의 공기는 이미 한여름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번 더위가 ‘잠깐 이상한 날씨’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23일 기상청은 전날(22일) ‘3개월 전망’을 내놓고 올여름(6~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여름은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폭염이 며칠 이어지다가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듯 비가 퍼붓고, 밤에는 열기가 빠지지 않은 채 열대야가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장마와 폭염이 순서대로 지나가는 계절이 아니라, 서로 겹쳐 덮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바다가 끓기 시작했다”… 올해 여름이 더 위험한 이유
핵심은 바다입니다.
현재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약 1도 높습니다.
수치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기상청은 바다 온도가 1도 오르면 공기 중 수증기량이 약 7% 늘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공기 자체가 더 뜨겁고 습해진다는 뜻입니다.
올여름 한반도는 북태평양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수증기와 함께, 북인도양·북대서양에서 달궈진 열풍 영향까지 동시에 받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래서 올해는 기온 숫자보다도 체감 압박이 훨씬 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습도가 높아지면 땀이 증발하지 못하고 몸 안의 열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실제 피해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온열질환자는 6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넘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온열질환 사망자도 감시체계 운영 이후 가장 빠르게 발생했습니다.

■ “비 오는 방식도 달라져”… 짧고 거세게 쏟아지는 여름
올해는 비의 성격도 달라질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6~7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남쪽 뜨거운 공기와 북쪽 찬 공기가 자주 충돌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티베트고원이 자리합니다.
원래 여름철 티베트고원은 강한 햇빛을 받으며 달궈지고, 이 과정에서 ‘티베트고기압’이 형성됩니다.
이 고기압이 북쪽 찬 공기를 막아줘야 한반도 여름 대기가 안정됩니다.
그런데 올해는 봄철 눈 덮임이 많았습니다.
고원이 충분히 달궈지지 못하면 북쪽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고, 남쪽의 뜨겁고 습한 공기와 충돌하는 구간이 자주 생길 수 있습니다.
비구름은 이런 경계에서 가장 강하게 발달합니다.
최근 반복된 ‘도심 물폭탄’도 비슷한 흐름 속에서 나타났습니다.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비가 몰리고, 비가 그친 직후 다시 폭염이 이어지는 형태입니다.
올여름 역시 이런 국지성 집중호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10월까지 안 식는다”… 이미 길어진 여름
밤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귀포에서는 10월 최저기온이 25.5도를 기록했습니다.
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였습니다.
바다가 식지 않었던 게 주 요인으로 꼽힙니다.
낮 동안 축적된 열과 높은 해수면 온도가 밤까지 공기를 데운 겁니다.
올해는 시작 시점 자체가 더 빠릅니다.
그만큼 더위가 끝나는 시점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질 경우, 21세기 후반 한국의 여름은 4월 말부터 10월까지 계속돨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실상 1년 절반이 여름이 되는 셈입니다.
폭염일수 전망치는 더 극단적이라 2080년대에는 연간 100일 이상, 2090년대에는 115일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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