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는 굳히기·서방은 피로감…우크라, 길거리 징병까지

정의길 기자 2024. 7. 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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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두 개의 전쟁 (하) 우크라이나 전쟁</span>
러는 경제성장 속 전선확대 나서고
서방 ‘발 빼자’ 여론 늘며 궁지 몰려
전장에서 숨진 우크라이나 군인 에두아르드 하트물린의 어머니 니나가 지난 5월6일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열린 하트물린의 장례식에서 관에 덮여 있던 우크라이나 국기를 움켜쥐고 눈물을 흘리며 입맞추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이어 2023년 10월7일 일어난 팔레스타인 가자 전쟁은 끝나지 않으며 국제사회를 냉전 이후 최대의 진영 대결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변곡점에 들어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자 전쟁에 이어 점검한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군사경찰이 지나가는 남성들을 붙잡았다. 멀리서 남성들이 인근 상점이나 다른 길로 피했다.

로이터 통신이 전한 이런 ‘길거리 징병’ 장면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처한 병력 부족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징병 하한 연령을 27살에서 25살부터로 낮추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60살부터 25살까지 모든 남성을 징병할 수 있는 이 법에 따라 연말까지 20만명의 병력을 추가할 계획이다.

워싱턴의 유럽정책분석센터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20만명 충원 계획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며, 훈련과 전선 배치는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인구는 4300만명이지만 외국으로 간 피란민과 러시아계 주민 등을 제외하고 계산해 보면, 징병 가능 남성 인구는 300만명에 불과하다. 이미 100만명이 징병됐다. 나머지도 상당수는 건강상 문제 등으로 징병이 불가능하거나 다른 필수 직종에 근무해야 한다.

국민들의 전쟁에 대한 염증도 커지고 있다. 남성들은 징병을 피하려고 뇌물을 주고 국외로 빠져나가고, 키이우에서는 약 20만명의 남성들이 징병관을 피하는 앱을 보고 있다고 비비시(BBC) 등이 최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지난 5월부터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동부 차시우야르, 남부 헤르손을 향해 공세를 강화해 점령지를 조금씩 확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제2도시 하르키우는 함락이 눈앞에 있을 정도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위기다. 14일에도 러시아가 남부 헤르손의 우로자이네를 재점령했고, 동부 차시우야르 외곽에서 수송로를 차단했다. 이런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점령지 굳히기’에 더해 ‘완충지대 확장’ 국면으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견장을 착용한 징병관이 길거리를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키이우 함락 위기(1국면, 2022년 3월)→키이우에서 러시아 패퇴(2국면, 4월)→러시아의 돈바스 등 동부전선 점령(3국면, 5~7월)→우크라이나의 반격과 동북부 및 남부 탈환(4국면, 8~11월)→러시아의 전략적 방어(5국면, 12월~2023년 5월)→우크라이나의 반격 공세와 실패(6국면, 6~12월)→러시아의 공세 전환(7국면, 2024년 1월 이후)을 거쳐 왔다.

군사 자원이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반격 공세에서 성과를 내려다가 병력과 무기를 소진하고는 새해를 맞았다. 러시아는 공세로 전환했고, 4월부터는 완충지대 확장을 목적으로 한 점령지 확대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전쟁이 현재 러시아의 굳히기에 들어간 배경에는 서방의 전략적 오판도 있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는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글로벌사우스’(북반구 저위도와 남반구 개발도상국) 및 중국과의 협력 강화로 서방의 제재에 맞서고 있다. 전쟁 때문에 군수산업이 특수를 맞은 상황까지 더해져 러시아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3.1%의 경제성장을 했고, 올해는 3.2% 성장이 예상된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짚었다.

물론, 전시 경제 체제에 따른 정부 재정 지출이 러시아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 효과가 러시아에 첨예하게 나타날 때까지 전쟁이 지속된다면 우크라이나 역시 입는 피해가 막대하다.

서방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에 발표된,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1%는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한다’고 답했다.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에는 7%가 ‘너무 많다’고 한 것과 견줘 24%포인트 늘었다.

3일 발표된 유럽외교위원회(ECFR)의 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원 증가를 반대한다. 지원 증가 지지 비율이 비교적 높은 나라는 폴란드(53%), 에스토니아(45%), 스웨덴(41%), 독일(40%) 정도다. 불가리아, 그리스, 이탈리아에서는 반수 이상이 무기 지원을 ‘나쁜 생각’이라고 답했다.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다. 유럽연합 순회의장이 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최근 러시아, 중국을 방문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 등 유럽의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은 오르반 총리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론을 주장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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