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과도하게 오른 집값에 대한 피로감, 금리 급등이 원인이다.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자칫 실물 경제 위기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수억원 하락 거래 속출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 원 하락한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직전 최고가(25억4000만원)보다 6억9000만원 낮은 18억5000만원에 팔렸다. 또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84㎡는 지난 1일 직전 최고가(21억원)에서 6억원 내린 15억원에 거래됐다.
강북에선 성동구 옥수동 ‘옥수삼성’ 전용 84㎡가 9월 31일 12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8월 기록한 최고가 17억8000만원보다 5억3000만원 하락했다.
전체 가격 통계를 보면 10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0.2% 하락해 2012년 12월 3일(-0.21%) 조사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10년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하락 기간은 19주 연속이다.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도봉구(-0.37%), 노원구(-0.36%)가 큰 폭으로 내렸고, 강남권에선 송파구(-0.27%)가 잠실·송파동 대단지 위주로 약세가 두드러졌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추가 금리 인상 우려로 수요자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매물이 쌓이고 있다”며 “간헐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물량이 나오며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내리지 않는 곳 없어

다른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20년 7월 입주한 인천 송도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면적 84㎡가 지난 8월 초 6억5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2월 계약된 같은 면적 최고가(12억4500만원)와 비교하면, 6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내렸다.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 ‘인천송도SK뷰’ 전용면적 84㎡도 지난 달 7억2300만~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1억원대였던 작년 말 실거래가보다 4억원 가까이 내린 것이다.
경기 화성에선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 전용 84㎡가 최고가(14억5000만원) 대비 30% 넘게 내린 10억원에 지난달 거래됐다.
가격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7.7로 9월 마지막주 78.5보다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는 무려 22주 연속 하락 중으로, 2019년 6월 17일(77.5) 조사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 서울의 매매수급지수 77.7은 올해 집값 하락 폭이 17개 시도 중 가장 큰 세종의 78.7보다 낮은 것이다.
권역별로는 노원·도봉·강북구가 포함된 동북권과 중구·종로구 등 도심권이 71.0으로 매수 심리가 가장 낮았다.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도 9월 마지막주 83.9에서 10월 첫째주 82.8로 하락했다.
◇전세 시장도 폭풍전야

전세시장도 어려운 것 마찬가지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0월 첫째주 0.2% 내려 2019년 2월 18일(-0.22%)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또 10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전주(83.4)보다 하락한 82.8을 기록했다. 2019년 7월15일(83.3) 조사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이 늘어 전세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 설명이다.
전세시장에선 ‘깡통전세’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깡통 전세는 매매가격이 전셋값과 비슷해지면서, 세입자가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생긴 전셋집을 뜻한다. 통상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 전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3개월을 기준으로 공대한 전국 지역별 빌라 전세가율 자료를 보면, 전국 평균은 83.1%로 집계됐다. 시군구 별로 수도권은 경기 화성(107.7%), 안산 상록구(94.6%), 고양 일산동구(93.8%), 인천 미추홀구(93.3%) 순으로 전세가율이 높았다. 전셋값이 집값에 비등해지거나 심지어 높은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히 신축 빌라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깔끔한 외관과 잘 갖춰진 옵션에 현혹되기 쉬운데, 그만큼 높은 전셋값을 받아 깡통전세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축 빌라는 거래 사례가 적어 시세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분양업자가 일단 높은 값에 전세입자를 구한 후 그보다 싼 가격에 팔아버리는 식의 사기 사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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