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클린룸 확보전...신성이엔지, '수주의 수익 전환' 가속

신성이엔지 과천 신사옥. /사진 제공=신성이엔지

반도체 제조시설의 필수 인프라인 클린룸(청정실) 제조사 신성이엔지가 올해 수요 반등에 힘입어 실적 정상화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선단공정 기반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공장 신설에 나서면서 클린룸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비롯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이차전지) 공장 등 해외 실적의 성장세도 전망된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조 공간에 먼지나 세균이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는 클린룸 시공이 주력 사업이다. 산업용공기청정기(FFU)와 외조기(OAC)를 생산해 공급한다. 삼성물산·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해당 사업은 '클린환경(CE)사업 부문'이 담당한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에서 CE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지난해 말 CE사업 부문의 수주잔고는 4102억원으로 2022년 말 2532억원에서 62% 증가했다. 높은 수주잔고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신규 공장 건설 일정이 1년 이상 밀리면서 CE사업 부문의 성적이 부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770억원, 7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견줘 매출은 13.2%, 영업이익은 65%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국내 반도체 건설 투자가 재개되며 신성이엔지의 숨통이 트였다. 2022년 수주한 굵직한 계약 4건이 올해 하반기에 마감될 예정이다. 신성이엔지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2월 계약한 224억원 규모 수주건은 오는 9월 말로 기한이 설정돼있다. 삼성물산이 발주한 삼성전자 평택 공장 클린룸 공사 등 3건의 공사기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신성이엔지가 획득한 이 4건의 수주 총액은 약 700억원이다. 대부분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으며 회사가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총액은 약 67억원이다.

국내외 고객사의 투자 확대도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등 선단공정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부터 국내 청주 M15X에 대한 건설을 재개했다. 내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약 5조원을 투입한다. 해당 공장에서는 차세대 HBM에 투입할 D램을 제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제4공장(P4)은 메모리반도체 제조시설이 들어서는 페이즈1과 페이즈3를 중심으로 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3분기부터는 시스템반도체를 만드는 페이즈2 공사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제5공장(P5)의 건설을 시작해 신성이엔지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CE사업부문의 전체 매출 중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까지 늘었다.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 부문을 중심으로 수주가 크게 성장한 결과다.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인력 증가 등 각종 비용으로 수익성이 훼손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는 이익 성장의 개선세도 기대된다. 작년 말에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거래처로 확보하는 성과도 있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지난해에 매출로 이어지지 못한 수주잔고가 올해 1분기부터 반영되면서 CE사업부문이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