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인 문제 제기와 온라인 가담설은 별개… 사진과 출생연도로 파벌을 단정할 수 없어
협회 “선수마다 의견 다를 수 있다”… 어떻게 듣고 조정했는지도 설명할 책임
소문 확산을 막고 피해 신고·처리·지원으로 이어질 대응 필요

이강인 측이 대표팀 갈등에 관여했다는 온라인 주장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도 13일 선수와 소속팀의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찾아가 인신공격하거나 퇴출을 요구하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표팀의 경기력과 운영을 따지던 논쟁이 선수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번진 것이다.
협회의 요청은 타당하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선수를 공격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방을 멈춰 달라는 호소만으로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제기한 문제에 대한 설명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협회는 선수들을 보호하면서 대표팀 운영에 관한 질문에도 답할 책임이 있다.
선수들이 무엇을 문제로 삼았는가
김민재는 지난 2일 베네수엘라전 뒤 “오늘은 수비 선수들이 불쌍했다”며 모든 선수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했다. 황인범은 “일단 도움을 주실 분이 안 계신다”고 말했다. 문제점이 보여도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감독과 협회가 확인할 출발점은 이 발언의 내용이다. 수비 부담이 특정 포지션에 쏠렸다는 뜻인지, 선수들이 맡은 역할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다는 뜻인지 살펴볼 일이다. 황인범이 언급한 도움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었는지도 당사자에게 물어야 알 수 있다.
이 과정을 건너뛰고 특정 선수의 인성이나 선후배 관계로 원인을 좁히면 경기력과 운영의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선수의 공개 발언은 대표팀을 점검할 근거가 된다. 다른 선수가 갈등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더블랙레이블은 13일 이강인 관련 주장이 선수와 무관하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관련 게시물과 댓글을 수집하고 사안에 따라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도 냈다. 이 발표를 고소 완료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강인에 대한 가담설을 부인한 입장과 대표팀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일도 구분해야 한다.

‘누구 편인가’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
김민재·황인범·황희찬은 모두 1996년생이다. 그렇다고 세 선수의 생각과 행동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96라인’이라는 이름은 동갑내기를 구분해 부르기에는 편리하지만, 각자의 문제 제기를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함께 찍은 사진이나 친분도 파벌의 증거가 될 수 없다.
손흥민이 동료들의 의견을 모으고 대표팀을 이끌어갈 주장으로서의 리더십에 신뢰를 보낸다. 선수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협회의 설명대로라면, 의견 차이가 드러났다는 이유만으로 주장과 동료를 서로 맞서는 편으로 나눌 수는 없다. 각자의 문제 제기를 듣고 함께 뛸 방향을 찾는 데 손흥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역할을 뒷받침할 책임은 감독과 협회에 있다. 전술과 출전, 훈련을 결정하는 사람은 감독이다. 선수들이 의견을 전달하고 답을 받을 여건을 마련하는 일은 협회의 몫이다. 대표팀의 문제를 손흥민 혼자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협회는 입장문에서 선수마다 생각과 의견이 다를 수 있으며, 이를 자유롭게 나누는 과정이 건강한 조직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공개적으로 제기된 문제를 어떤 경로로 듣고 처리했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누가 의견을 듣고 조정했고, 선수들에게 어떤 답을 전달했는지는 대표팀 운영에 관한 질문이다.
영상의 표정과 과거의 한 문장이 증거가 될 때
협회는 일부 훈련 장면과 일상적인 모습을 단편적으로 해석해 불화를 기정사실화하는 행위를 지적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딥페이크를 이용한 조롱도 언급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으로 얼굴이나 목소리 등을 합성한 가짜 영상이다.
영상에 잡힌 표정과 몸짓은 앞뒤 상황을 떼어내면 여러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불화라는 설명을 붙이고 같은 내용을 여러 계정에서 반복하면, 하나의 추측이 서로 다른 증거처럼 보일 수 있다. 화면을 여러 번 봤다는 사실과 행동의 이유를 확인했다는 사실은 다르다.
과거 발언을 끌어오는 방식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민재가 소속팀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2023년 3월 28일 우루과이전 뒤였다. 그는 이후 경기에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실점에 대한 실망으로 힘들었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사과했다. 당시 발언을 다시 인용하려면 후속 설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과거의 한 문장으로 현재의 은퇴 의사나 갈등 가담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계정 주소를 공유해 공격을 유도하는 이른바 ‘좌표 찍기’까지 더해지면 선수는 같은 비난을 한꺼번에 받게 된다. 이번 공격의 조직성과 주도자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일부 계정의 행동을 전체 팬이나 대한민국 사회의 생각으로 확대해서도 안 된다.
언론은 이 과정에 사실을 보태고 있는지, 추측의 노출만 늘리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사자의 부인을 전하면서도 제목에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하면 기사는 소문을 퍼뜨리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공개 발언과 익명의 전언, 온라인 추측을 구분하는 일은 독자에게 맡길 문제가 아니다.
비방 자제 요청 뒤에 필요한 조치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응은 참고할 만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FIFA는 온라인 비방을 기술과 사람의 검토로 확인하고, 수사기관의 대응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한다. FIFA는 피해 선수가 안전하게 신고하고, 이후의 처리 절차를 안내받으며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도 비방을 멈춰 달라는 요청 이후의 조치를 설명해야 한다. 선수가 피해를 어디에 신고하고, 누가 게시물과 댓글을 확인해 플랫폼 신고나 필요한 법적 대응으로 연결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심리적 부담을 겪는 선수에게 어떤 도움을 제공할지도 중요하다. 선수 개인과 매니지먼트사가 감당하는 부담을 협회가 덜어 줄 방법이다.

다음 소집에서 확인할 것
선수 보호와 대표팀 운영의 설명은 함께 이뤄질 수 있다. 문제를 제기한 선수에게 구체적인 뜻을 묻고 감독과 조정할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소통의 절차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인신공격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는 일은 피해 대응의 절차다. 한쪽의 조치로 다른 쪽의 책임까지 다했다고 볼 수 없다.
협회는 선수들이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지원할 책임을 입장문에서 인정했다. 그 약속을 평가하려면 내부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비방 피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전술에 관한 불만이라면 공격과 수비의 역할이 충분히 공유됐는지부터 확인할 수 있다. 소통의 문제라면 선수들이 의견을 전달한 뒤 답을 받는 경로부터 점검할 수 있다.
차기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다음 소집은 그 대응을 확인할 기회다. 선수들이 함께 웃는 사진만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감독과 협회가 어떤 문제를 확인했고 무엇을 바꿨는지 설명하고, 선수들이 그 조치 아래에서 훈련하고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팬들도 대표팀의 변화를 평가할 근거를 갖게 된다.
출처: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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