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켜고 밀고 들어가라”는 ‘응급실 가짜 꿀팁’, 누가 왜 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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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인력 이탈로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미수용 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직업을 의사라고 밝힌 이들이 작성한 근거없는 '응급실 (이용) 꿀팁'까지 퍼지고 있어 논란이다.
1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보면, 최근 2주간 직업이 의사이거나 직장이 의료기관으로 등록된 사람이 쓴 '응급실 꿀팁' 관련 글이 4건 가량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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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도 현장 남을 거냐 비꼬는 글…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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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응급 환자가 아니라면 119를 부르는 대신 직접 병원으로 가세요.”(블라인드에 게시된 ‘응급실 이용 꿀팁’ 글)
응급실 인력 이탈로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미수용 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직업을 의사라고 밝힌 이들이 작성한 근거없는 ‘응급실 (이용) 꿀팁’까지 퍼지고 있어 논란이다. 관련 법률에서 일부만 발췌 해석한 잘못된 정보인데다 경증·비응급 환자에게도 응급실 방문을 부추기는 내용이어서, 현장에 남은 의료진을 괴롭히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1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보면, 최근 2주간 직업이 의사이거나 직장이 의료기관으로 등록된 사람이 쓴 ‘응급실 꿀팁’ 관련 글이 4건 가량 올라왔다.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최근 환자들이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가려다 응급실 미수용으로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사건을 의식한 듯 “119 구급차가 아니라 직접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진료 거부 대상이 아니다”며 “진료 거부 때는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전원을 요구하면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봐 준다”거나 “카메라를 켜고 응급실로 밀고 들어가라”는 작성자도 있다. 블라인드 외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응급실 위기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타고 비슷한 내용의 글이 속속 공유되는 모양새다.
해당 글을 본 응급실 현장 의사들은 “잘못되고 위험한 정보”라고 입을 모았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 종사자는 업무 중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해야 한다’고 규정해 응급의료 거부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피할 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의료법을 유권 해석한 내용을 보면, 지금처럼 의료진 부족으로 전문과목 영역이나 고난도 진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는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에 해당된다.
응급실 의료진이 환자가 전원할 병원을 알아보는 경우 또한, 중증·응급 환자에게 급한 수술이 필요할 때에 한해서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진료가 필요한데 입원실 부족 등 부득이한 사유가 생기면 의사 소견서를 써주기도 한다”며 “경증 환자의 경우엔 접수 전에 병·의원에서 진료받는 게 좋겠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경증·비응급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환자에게도 손해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을 겪는 응급 의료 혼란을 가중하는 탓이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그러잖아도 지금 응급실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다른 중증·응급환자 처치해야 할 시간에 (경증·비응급 환자를 대응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진료를 요구하며 응급의료를 방해하면 응급의료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이런 글이 현장에 남은 의료진을 괴롭히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본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지금도 응급실에서 밤새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이렇게까지 해도 현장에 남아 있을 거냐’ 비꼬는 글”이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지만, 환자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의료 현장에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이런 글은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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