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귀국길 막은 '프로젝트 L', 신동주의 자충수였다

정혜인 2024. 10.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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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민유성 공판서 증인 채택
'프로젝트 L' 거론에 대한 부담 커
계속 귀국 미루며 재판 불출석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년째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여전히 일본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의 경영 방식을 비판하며 '나홀로'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롯데그룹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서 한국에 오지 않는 것은 다소 의아한 행보로 보입니다.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오지 않는 것이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의 변호사법 위반 재판과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옵니다. 신 전 부회장이 이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되자 공판 출석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주장입니다.

금 간 '우정'

신동주 전 부회장과 민유성 전 행장은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롯데그룹을 흔들기 위한 '프로젝트 L'을 공모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개인회사 SDJ코퍼레이션은 2015년 9월 민 전 행장과 자문계약을 맺었는데요. 민 전 행장은 2015년 1차 계약으로 1년간 105억원을 챙겼고, 이후 2차 계약으로 77억원을 추가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동업'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죠. 신 전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경영권 분쟁에 패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신 전 부회장은 2017년 8월 민 전 행장과의 계약을 해지했는데요. 민 전 행장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당했다며 그해 말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남은 계약 14개월 치 미지급 자문료 108억원을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4월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행장에게 75억원을 지급하도록 판결을 내리며 민 전 행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자 신 전 부회장은 2심에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과거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이 맺은 계약 구조 자체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한 겁니다. 

2015년 10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가운데)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왼쪽).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금품 등을 받고 소송 사건 등의 법률상담이나 법률 사무를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민 전 행장이 법적 분쟁에 관한 조언, 정보 제공 등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이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 사이의 자문 계약이 애초에 무효이므로 신 전 부회장이 자문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죠.

하지만 이 민사소송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재판에서 변호사법 위반 행위가 확인된 민 전 행장은 이후 검찰 기소를 당해 2022년 9월부터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신 전 부회장은 민 전 행장의 변호사법 위반 행위와 직접적으로 얽혀있는 인물이죠. 당연히 검찰은 올해 2월 15일 신 전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계속 해외에 머물며 공판 출석을 미루는 중입니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30일 공판에 출석해야 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형사소송법 제 151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 불출석에 따른 소송비용을 증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은 검찰 측에 '해외에 있어야 하는 사유'를 제출하고 증인 출석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명분 잃은 롯데 흔들기

이렇게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행장의 공판 출석을 회피하는 이유는 뭘까요. 법정에 출석해 진술을 하게 되면 프로젝트 L을 다시 거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L은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 동안 △호텔롯데 상장 무산 △일본 국적 프레임 구축 △신동빈 회장 구속 수사 등 롯데그룹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 위해 추진했던 계획입니다. 프로젝트 L이 롯데그룹에 입힌 충격은 상당합니다. 지금도 이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정도죠. 

이 프로젝트 내용이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의 자문료 소송 과정에서 밝혀지면서 상당히 논란이 됐었는데요. 만약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행장의 변호사법 위반 공판에 출석한다면 당연히 프로젝트 L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L이 민 전 행장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신 전 부회장은 지금도 롯데그룹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전히 '신동빈 흔들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L은 그의 주장과 배치되죠. 프로젝트 L이 자주 거론될수록 신 전 부회장의 논리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16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선영을 찾아 부친을 추모하고 있다. / 사진=롯데그룹

신 전 부회장이 계속 귀국을 미루고 있다 보니 부친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선영을 찾지 않은지도 오래입니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때부터 현재까지 자신이 신 명예회장의 정통 후계자라며 부친에 대한 효심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펼쳐 왔습니다. 부친의 묘소조차 찾지 않는 그에게서 효심을 느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에 계속해서 오지 않는다면 부친에 대한 효심을 의심 받게 된다"며 "그렇다고 한국에 와 민 전 행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롯데를 무너뜨리려던 공모 내용이 다시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사면초가인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는 28일. 민유성 전 행장의 공판이 또 예정돼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이 재판의 증인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재판정에 나타나지 않을까요?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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