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13살 생일축제에 11만 아미 떴다… ‘보라 왕국’으로 변신한 부산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방탄~”
5만5000명이 부르는 노래가 축구장 2~3개가 들어가는 1만9586㎡ 드넓은 공연장 한가득 공명을 일으켰다. 13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부산’의 한 장면. 미국·베트남·호주·브라질 등 세계 각국 국기를 든 아미(ARMY·BTS 팬덤명)와 팬들은 BTS의 13번째 데뷔 기념일(2013년 6월 13일)을 축하하는 한국어 생일 축하 노래를 함께 불렀다.
BTS의 일곱 멤버(알엠·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가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하자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정국은 “엄마”가, 지민은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과 제게 처음 춤을 가르쳐준 선생님”이 공연장을 찾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부산이 고향이다.
12·13일 이틀간 열린 공연에 11만명이 찾았다. 특히 데뷔 기념일을 맞아 ‘BTS 페스타’로 열린 13일 공연은 34개 도시, 86회 규모로 진행 중인 ‘아리랑 월드 투어’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티켓 예매 경쟁이 벌어졌다.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투어 개최지가 공개된 지난 1월 서울을 찾는 여행 검색량은 155% 늘었고, 부산은 무려 23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에서 온 마리아 발마세다(32·Maria Balmaceda)씨는 “지난 1월 공연 발표가 나자마자 비행기표를 끊었고, 금요일 아침 27시간 만에 인천에 도착했다”며 “이번 참에 부산과 서울 여행을 함께 즐기고 갈 것”이라고 했다.


‘BTS 페스타’를 처음 맞은 부산 지역 상권도 들뜬 모습이었다. 13일 오전 10시 KTX 부산역을 나서자마자 유라시아플랫폼 건물을 반바퀴 빙 둘러싼 줄이 눈에 띄었다. 부산시와 하이브가 BTS 공연 관객을 위해 준비한 각종 팝업 행사를 안내하는 ‘웰컴센터’를 찾은 인파. 부산시 기념품을 판매하는 동백상회 관계자는 “아미 손님이 들이닥쳐 보라색 ‘부기’(부산 갈매기 캐릭터) 인형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했다. 부산은 거대한 ‘보랏빛 왕국’이었다. 상점마다 ‘보라색 도넛’ ‘보라색 팔토시’ ‘보라색 손 선풍기’ 등 BTS 상징색인 보라색이 들어간 상품을 비치했고, 백화점 미디어 월은 물론 지하철 개찰구까지 BTS 멤버들의 얼굴로 도배됐다. 공연 당일 밤 광안대교, 수영강 휴먼브릿지, 영화의 전당 ‘빅루프’ 등 부산시의 주요 상징물은 일제히 BTS 테마로 꾸며졌다.
◇지연 사태에도 공연 구성은 호평… 한국어 가사·군무 강화
BTS 공연은 첫날 한 시간 늦게 시작했고, 둘째 날도 약 20분 지연됐다. 멤버들이 친필 편지, 화장품 등을 담아 무료로 준비한 관객 선물을 받기 위해 늘어선 줄이 길어지면서 공연 입장도 조금씩 늦어진 것이다. 일부 팬은 “운영이 엉망”이라며 소셜미디어에서 불만을 표시했다.
13일 공연은 첫 곡 ‘훌리건’을 시작으로 ‘에일리언’, ‘달려라 방탄’까지 세 곡을 몰아치듯 불렀다. 마지막 앙코르곡 ‘인 투 더 선’까지 총 22곡으로 채운 곡 목록은 지난 3월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공연과 큰 틀에서 유사했지만 무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멤버들의 군무(群舞)가 확연히 늘었다. 고양 콘서트에선 무대를 관객이 빙 둘러싼 ‘360도’ 무대 구성이 다소 산만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반면 이날 공연은 ‘데이 돈 노 바웃 어스’ ‘2.0’ ‘마이크 드랍’ 등에서 댄서들을 바깥에 배치하고 멤버들이 직접 날카롭게 벼린 군무를 앞세우면서 산만했던 객석의 시선이 무대로 집중됐다. 이런 변화야말로, 멤버들을 좇아 전 세계를 순례하듯 BTS 공연을 반복 관람하는 아미들이 생기는 이유일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곡들로 꼽히는 ‘바디 투 바디’(지난 3월 발매)와 ‘아이돌’(2018)을 이어 붙여 부를 때 가장 큰 떼창이 터져 나왔다. ‘바디 투 바디’ 막바지에 삽입된 민요 ‘아리랑’ 부분은 3월 고양 콘서트 때 국악인들이 미리 녹음한 AR(보컬 녹음본)이 크게 재생됐고, 이를 관객들이 따라 불렀다. 하지만 이날은 AR 없이 떼창이 쩌렁쩌렁 울렸다. 지난 3개월간 BTS가 앨범 아리랑의 타이틀곡 ‘스윔’(SWIM)으로 빌보드 메인 송 차트 핫100 1위를 달성하고, 미국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 올해의 대상을 거머쥐는 사이 수많은 팬이 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 히트곡 ‘버터’에선 초여름 날씨에 걸맞게 객석으로 물을 뿌리기도 했다. 일부 관객은 우비를 쓴 채 온몸으로 물방울을 맞으며 시원함을 만끽했다.
멤버들은 이날 앨범 아리랑의 수록곡 중 ‘노멀’의 영어 가사 일부를 한국어로 변경한 버전을 처음 공개했다. 이번 앨범과 관련, “영어 가사가 많아 아쉽다”는 팬들의 반응이 있었다. 공연 막바지 알엠은 “(지난 13년간) 저희가 해외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영어 가사가 많아지고, K팝 산업이 거대해지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다”며 “종종 (K팝) 후배들이 찾아와 어떻게 팀을 오래 유지하는지 많이 묻는데, 솔직히 (답을)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제 곁의 여섯 멤버와 저희를 봐주는 여러분을 통해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본 것 같다”고 했다. 제이홉은 “방탄소년단 일곱 명은 다 한국인”이라며 “내 땅, 내 도시,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제일 즐겁다. 여러분도 그만큼 (한국을)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큰 환호를 받았다.
BTS는 이날 공연 이후 26일(이하 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유럽으로 장소를 옮겨 ‘아리랑 투어’를 이어간다. 다음 달 19일에는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쇼에 마돈나, 샤키라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함께 공연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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