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의 오디세이] 츠베레프 "이제 나는 영원한 그랜드슬램 챔피언…그것이 자유를 줄 수 있다"
-코볼리 6-1, 4-6, 6-4, 6-7(5-7), 6-1 꺾고 첫 우승
-그랜드슬램 결승 ‘3전4기’, 무관의 한 풀어

2주 동안 전세계 테니스 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2026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가 7일 밤(현지시간) 알렉산더 츠베레프(29·독일)의 남자단식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의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남자단식 결승은 무려 4시간16분 동안의 접전이었습니다. 결국 세계랭킹 3위 츠베레프가 14위 플라비오 코볼리(24·이탈리아)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롤랑가로스에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코볼리가 드롭발리로 공을 네트 쪽으로 살짝 넘겨주자, 츠베레프는 전력질주해 공을 넘겼고, 다시 코볼리가 로브로 츠베레프를 교란하는 등 혼전이 이어졌습니다. 이어 츠베레프가 베이스라인까지 달려가 공을 띄우자, 코볼리가 스매시로 공을 아웃시키며 치열했던 승부는 마무리됐습니다.
순간, 츠베레프는 자신의 베이스라인 뒤쪽 붉은 클레이 코트 위에 그대로 몸을 던져 누워 눈물을 쏟아내며 우승 감격을 만끽했습니다.
얼마나 애타게 갈구하던 그랜드슬램 챔피언의 영광입니까? 그동안 3번이나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분패한 츠베레프입니다.
지난 2020년 US오픈 결승에서는 두 세트 차로 앞서다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에게 역전패를 당했고, 2024년 롤랑가로스 결승에서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에게 무너졌습니다. 올해 초 호주오픈 결승에서도 야닉 시너(이탈리아)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더 큰 시련도 있었습니다. 라파엘 나달(스페인)과의 2022년 롤랑가로스 4강전에서는 경기 중 잘못 넘어져 인대 7개가 파열되고 뼈 두곳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불운의 아이콘' 츠베레프. 그가 41번째 그랜드슬램 본선 출전, 그리고 4번째 그랜드슬램 결승 도전 끝에 마침내 대망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입니다.
오랫동안 '그랜드슬램 미우승자 중 최고의 선수'라는 꼬리표와 함께 살아야 했던 그이기에 이번 우승은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츠베레프는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들이 남아 있는 롤랑가로스에서 자신의 생애 최고의 승리를 일궈낸 뒤 기자회견에서 여러가지 의미있는 말들을 했습니다. 그의 옆에는 은빛 우승 트로피인 '쿠프 데 무스케테르'(Coupe des Mousquetaires)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 트로피는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이번에도 졌다면 나의 자신감은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승했기 때문에 다시 해낼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ATP 투어 통산 24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세계랭킹 최고 2위까지 올랐으며, 올림픽 금메달도 목에 걸었던 츠베레프입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항상 그랜드슬램 챔피언일 것이다. 누구도 그것을 나한테서 빼앗아 갈 수 없다. 아마도 그것이 나에게 약간의 자유를 줄 수 있다. 앞으로 결승을 치를 때 내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질 것 같다. 설령, 결승에서 패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랜드슬램 챔피언이니까."("Now no matter what happens, I will always be a Grand Slam champion, and nobody can take that away from me. Maybe that does give me some freedom. Maybe my mind will just be a little bit calmer when I play a final, meaning that even if I lose it, I will still be a Grand Slam champion.")
그랜드슬램 우승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롤랑가로스에 따르면, 독일 선수가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제패는, 지난 1996년 호주오픈의 보리스 베커 이후 30년 만입니다. 츠베레프는 함부르크 출신입니다.
앞선 경기 뒤 코트 위 인터뷰에서 츠베레프는 "이 코트는 나에게 정말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서 인생 최고의 순간과 동시에 최악의 순간도 경험했다. 4년 전엔 코트 구석에서 누워 있었고(발목 인대 중상), 2년 전엔 이곳 결승에서 졌다. 하지만 해피엔딩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츠베레프는 기자회견에서는 놓인 은빛 트로피를 바라보며 "그 기억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면서 트로피를 가리키며 "하지만 이제는 이 우승이 그 모든 기억들보다 더 큰 의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세계랭킹 1, 2위인 야닉 시너와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없는 가운데 그랜드슬램 첫 우승을 일궈낸 츠베레프. 다가올 윔블던과 US오픈에서 그가 '빅2'에게 얼마나 더 위협적인 대항마가 될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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