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로보캅이 아니다”…삭발까지 나선 경찰들 왜

이지혜 기자 2024. 10. 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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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찰 순찰 강화'를 위해 최근 경찰청이 내놓은 지역경찰서 근무체계 개선 대책을 둘러싸고 경찰 조직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경찰관들의 거센 반발은 지난달 초 경찰청에서 하달한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에서 비롯됐다.

경찰청은 지역경찰서의 '순찰 태만' 문제가 이미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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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찰 순찰 강화 지침 논란 격화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79주년 ‘경찰의 날’인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현장경찰관 인권탄압 규탄대회를 열어 경찰청의 지역경찰서 근무체계 개선 대책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역경찰 순찰 강화’를 위해 최근 경찰청이 내놓은 지역경찰서 근무체계 개선 대책을 둘러싸고 경찰 조직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청원이 올라온 데 이어 ‘경찰의 날’이었던 21일에는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삭발식을 열었다. 이례적인 단체 행동이어서 근무기강 확립 방침에 일선 경찰관들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관들의 거센 반발은 지난달 초 경찰청에서 하달한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에서 비롯됐다. 이번 대책은 △순찰차가 2시간 이상 정차할 경우 사유를 보고하고 △명확한 사유 보고 없이 장기간 정차한 순찰차는 상황실에서 무전으로 확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8월 경남 하동 파출소 순찰차 안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후속조처다.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은 피해자가 순찰차에 갇혀 있던 동안 7번 순찰차를 운행해야 했지만, 단 한 차례도 나가지 않고 파출소 안에서 잠을 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삭발식을 주도한 경찰직협은 “대한민국 경찰관은 기계가 아니다”, “경찰을 살려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번 근무체계 변경이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미 고강도의 야간 근무로 지친 경찰관들에게 ‘막무가내식 순찰’을 강요해 업무 강도만 크게 높이는 ‘개악안’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지난 7월 경찰 3명이 연이어 과로사 또는 자살로 목숨을 잃으며 업무 부담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 적절한 대책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런 반발은 이미 조 청장 ‘탄핵 요구’로까지 번졌다. 이달 초 경남 김해 신어지구대 김건표 경감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올린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요청에 관한 청원’은 8일 만에 청원 성립요건인 동의자 5만명을 넘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김 경감은 “(새 대책이) 폐쇄회로티브이(CCTV)와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사무실과 순찰차의 일거수일투족 감시해 징계를 먹이겠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직협의 주장이 ‘무사 안일주의’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지방의 3급지 경찰서장으로 근무했던 한 총경은 “꼭 하동 사건이 아니더라도 지역 경찰이 순찰을 소홀히 하는 문제는 아무도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못했을 뿐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였다”며 “교대근무를 하는 동안에는 성실하게 순찰하라는 이야기가 왜 문제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역경찰서의 ‘순찰 태만’ 문제가 이미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청이 하동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중순부터 2주간 전국 3급지 지역경찰관서 480곳을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벌여 순찰차 궤적 정보 등을 확인한 결과, 예방 순찰을 소홀히 하는 곳이 상당수였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역 경찰의 대면접촉을 줄인 뒤로 112 치안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 관서를 중심으로 예방 순찰을 소홀히 하는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경찰 내부 진단에 따른 것이고, 단순 경찰관 개인의 근태 관리를 넘어서 긴급 신고의 신속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세부적으로는 개선할 지점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지만, 대책의 기본 방향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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