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들은 뭣하러 숯을 섭취했을까
공룡이 목탄, 즉 숯을 먹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석이 된 공룡 배설물과 토사물을 끈질기게 분석한 학자들의 노력에 고생물학계가 주목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연구팀은 화석화한 공룡 배설물 및 토사물을 25년에 걸쳐 분석한 조사 보고서를 3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해 말 국제 과학지 네이처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멸종한 동물의 정보가 배설물과 토사물에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 표본 수집을 이어왔다. 이들 화석에는 공룡이 섭취한 먹이는 물론 고대 지구의 생태계나 지형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이 담겼다.
공룡은 약 2억300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룡이 지구상에 활보한 중생대는 지층의 특징에 따라 트라이아스기(삼첩기)와 쥐라기, 백악기로 나뉜다. 각 시대에 서식한 공룡에 대한 연구는 주로 화석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팀은 어렵게 모은 공룡의 배설물 및 토사물 화석 수백 개 샘플을 싱크로트론 방사(synchrotron radiation) 기술로 분석했다. 싱크로트론 방사는 가속기에서 전자가 빛의 빠르기에 가깝게 원운동을 할 때 방출하는 빛을 이용해 물체를 나노미터(㎚) 규모로 들여다볼 수 있다.
조사 관계자는 "샘플 내부의 단편을 가시화해 소화되지 않은 음식을 찾아보니 대형 초식동물의 화석에서는 양치류 등 식물뿐만 아니라 도 발견됐다"며 "공룡이 숯을 섭취한 것을 직접적으로 관찰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룡이 굳이 목탄을 먹은 것은 일부 양치류에 든 독소를 해독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며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은 유관속식물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원시적인 만큼 학자들이 모르는 독소를 가졌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공룡이 배설하거나 토한 유기물에는 식물과 물고기, 곤충 등 다양한 잔해가 박혀 있었다. 화석이 나온 곳에는 서식하지 않은 식물도 일부 포함된 점에서 공룡이 다른 장소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먼 거리를 이동한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조사 관계자는 "배설물이나 토사물 화석 정보를 골격이나 발자국 등 그간 분석된 공룡의 다른 화석과 대조하면 초대륙 판게아 같은 과거 지형의 전체상이 드러날지 모른다"며 "학계는 두개골이나 다리뼈 등 공룡의 골격 화석에 집착했지만 배설물에 관한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Copyright © SPUTNIK(스푸트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