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새 총리 ‘비주류 온건파’ 이시바
내달 1일 기시다 후임 공식 취임
아베와 대립각, 한일관계 전향적
대통령실 “긴밀 소통 계속 협력할 것”
이시바, ‘여자 아베’ 다카이치에 1차 투표 지고 결선 역전 27일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출 선거에서 승리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당내 비주류이자 온건파인 그는 후보 9명이 나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에게 뒤진 2위를 기록했으나 결선 투표에서 역전했다. 다음 달 1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새 총리에 오른다. 아사히신문 제공 |
27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 2차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는 215표를 얻어 194표를 득표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을 꺾고 신임 총재에 당선됐다. 앞서 열린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재는 154표(국회의원 46표, 당원 108표)를 얻어 다카이치 경제안보상(181표)에게 뒤졌지만, 결선 투표에서 국회의원 표를 대거 확보하고 도도부현련(한국 정당의 시도당) 표 대결에서도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을 누르며 대역전극을 펼쳤다.
이시바 총재로서는 2012년 자민당이 야당이던 때 총재 선거에 출마해 1차 투표에서 1위를 거두고도 결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패했던 한을 풀게 됐다. 그는 선출 뒤 기자회견에서 “선거 기간 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러시아 초계기의 일본 영공 침범, 중국 항공모함의 일본 접속수역 첫 항해가 있었다”며 “일본에는 안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본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강경파였던 아베 전 총리를 비판하며 비주류로 분류됐던 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유력 정치인 중 한일 관계에 비교적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적어도 집권 후 한일 관계가 후퇴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대통령실은 “새로 출범하는 일본 내각과 긴밀히 소통하는 가운데 한일 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 나가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양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한국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군비 확충은 갈등 불씨
[일본 이시바 시대]
日 새 총리 ‘비주류 온건파’ 이시바
한일관계-과거사 문제엔 전향적… 아베 주도 강경파와는 다른 목소리
징용배상-독도 문제엔 日 입장 견지… “변화 주도하기엔 기반 약해” 분석도
다카이치-기시다 손잡은 이시바 27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신임 총재로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오른쪽)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운데)와 손을 맞잡고 만세를 하고 있다. 이시바 총재는 2차 결선 투표에서 215표를 얻어 194표를 얻은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왼쪽)을 꺾고 당선됐다. 도쿄=AP 뉴시스 |
일본 차기 총리가 되는 자민당 총재로 27일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신임 총재는 2017년 5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자민당 비주류인 이시바 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주도한 보수 강경파와 줄곧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독도 영유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획기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방위상을 지낸 안보 전문가로서 자위대 헌법 명기,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추진 등 한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내세우는 점은 향후 한일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 “다카이치 지나친 우익 성향에 불안 느껴”
이시바 총재는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공언하며 우익 색채를 드러낸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에게 뒤졌지만, 2차 투표에서 극적으로 역전했다. 유력 파벌 및 보수파 지지를 못 받아 2차 투표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관계가 훼손돼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불안한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카이치 지지세에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재의 전반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한일 관계 개선세가 적어도 뒷걸음질 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정치학)는 “이시바 총재 입에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발언이 나오거나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시바 총재는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안보, 경제 정책을 묻는 질문에 답할 때 한국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그는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한국은 44%인데 일본은 18%”라며 “해외 생산 거점을 일본에 되돌아오게 해 고용 소득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군비 확충 강화 의지, 한국과 갈등 요소
하지만 획기적 한일 관계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과 다른 자세를 보이려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강해야 하는데 이시바 총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막판까지 경쟁했던 ‘3강 후보’ 중 한국에 그나마 나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보일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안보를 위해 군비 확충에 적극 나설 뜻을 비치는 점은 향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위대는 국내에서 최대 능력을 발휘하는 훈련을 할 수 없다”며 미국에 자위대 훈련 기지를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온 점도 한국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자민당은 줄곧 개헌을 추진해 왔고 이시바 총재도 여기에 동의한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대해 그는 “(미일, 한미 동맹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의 경우 한국에서도 대북 억지 차원에서 거론되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중일 갈등, 대만 문제에 자칫 한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말려들 수 있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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