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을 침실에 만들어주세요” 했더니… 어떻게 이런 일이?!

오늘의집 @warm.grapher 님의 34평 아파트 리모델링 온라인 집들이 입니다.

안녕하세요, @warm.grapher 고하우스 입니다. 저는 결혼 7년차로 따뜻한 신랑과 두 딸을 키우며 13년째 HR 업무를 하고 있는 워킹맘이에요. 일과 육아 사이에서 숨 가쁘게 지내오다가 얼마 전 둘째가 태어나면서 잠시 휴직을 하게 되었는데요. 올해 초 이사를 하고 집을 가꾸며 기록하던 중에 좋은 기회가 생겨 이렇게 온라인 집들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1. 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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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집을 만나게 된 건 아이들 영향이 가장 컸어요. 근거리에 초중학교가 있는 대단지 신축 아파트라 장기적으로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환경이었고, 무엇보다 주변에 푸른 숲과 나무가 많아서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은 방 3개, 화장실 2개 신축 아파트에서 굉장히 익숙한 4bay 구조에요.

그런데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입구에 큰 냉장고와 팬트리장이 있어서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주방이 계속 걸리더라구요. 아이들과 거실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거실과 주방의 경계를 최대한 낮추고 싶었어요.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며 요리도 할 수 있는 대면형 주방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신랑과 긴 고민 끝에 거실 옆 방과 주방의 위치를 바꾸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게 됐어요.

인테리어 공사를 계획 하면서 가장 많이 염두해 둔 것은 '공간의 쓰임' 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모든 생각의 시작점이자, 최종 선택의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같은 공간이더라도, 다양한 쓰임이 가능하도록 보편의 고정관념을 깨는 공간 활용 사례들을 정말 많이 찾아 봤어요. 오늘의집 온라인 집들이, Pinterest, Naver 셀인카페 등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세심하게 그려 낸 고하우스, 지금부터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 어서 들어오세요!

2. 현관 Before

여기는 공사 전 현관 모습이에요. 양쪽에 신발장이 있어서 수납력이 좋은 대신, 입구 폭이 좁고 정면에 방 벽면이 바로 보여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었어요.

3D 설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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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왔을 때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한 쪽 신발장을 과감히 털어내기로 했어요. 그리고 비정형 전신 거울과 스테인드글라스 펜던트 조명, 이노핸즈 투명 유리 중문으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처음엔 도면처럼 거울을 벽에 부착하려고 했는데, 거울 사장님 말씀이 떼어낼 때 벽 필름이 상한다고 하더라구요. 계절과 심리 상태(?)에 따라 구조 변경을 자주 하는 편이라, 거울은 거치형으로 두었습니다. 나중에 가로로 긴 고재 프레임 거울과 무지주 선반을 달고 외출 전 사용할 향수나 키 보관함 등을 올려두면 좋을 것 같아요.

현관 After

현관 조명은 히든 센서를 사용했어요. 천장 매립등 2개와 핑크색 펜던트, 그리고 신발장 하단 간접 조명을 센서에 연결하고, 신발장 밑에는 잘 보이지 않게 콘센트도 하나 빼두었습니다. 전기 자전거 충전할 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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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넓어 보였으면 해서 현관 타일로 1200*600을 사용했어요. 밝은 색이지만 비정형 패턴이라 생각보다 관리하기가 쉬워요. 때가 타도 원래 무늬인 것처럼 보이는? ㅎㅎㅎ 벽은 거실과 동일한 레놀릿 필름인데, 벽지보다 견고하고 은은하게 유럽 미장 느낌이 나서 200% 만족이에요. 주변에 많이 추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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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 한 쪽을 없애면서 수납을 걱정했었는데, 선반 간격을 18cm 정도로 최대한 칸을 많이 만들었더니 4인 가족 신발이 넉넉히 들어가요. 장을 짤 때는 꼭 가지고 있는 신발 높이 감안해서 버려지는 공간이 없도록 간격 조정하시는 걸 추천해요. 오른쪽 장 한 쪽은 간격을 크게 해서 우산이나, 롱 부츠, 테니스 라켓 등을 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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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 맞은 편 벽에는 마치 저희 집의 DID(Digital Information Display)처럼 고재 액자를 걸어두었어요. 생일이나 기념일날 축하 사인을 걸어두기도 하고, 친구가 오는 날 귀엽게 웰컴 메세지를 넣어두면 세상 둘도 없는 포토존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첫째가 고사리 손으로 그려 준 '우리 가족' 그림이 걸려 있어요. 집에 들어올 때 마다 이 그림을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 집니다. (출산 4개월차.. 아직 호르몬의 노예..)

3. 주방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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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사의 메인인 주방으로 가볼게요. 기존에 방이었던 곳을 주방으로 바꿨기 때문에 꼼꼼한 싱크대 상, 하수도 이전 작업이 필요했고, 아일랜드가 들어갈 곳에 내력벽이 있어서 업체와 여러 차례 미팅을 했어요.

📌 주방 주요 요청 사항
- 상하수도 배관 공사 (구배 확실하게)
- 공간 분리를 위한 가벽과 개방감을 위한 우드 간살
- 간이 식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고 넓은 아일랜드와 알찬 수납
- 식자재 보관용 팬트리와 주방 가전이 들어갈 키큰장과 우드 홈바
- 내력벽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아일랜드 상판을 내력벽 보다 조금 더 앞으로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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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와 인덕션의 위치를 많이 고민했어요. 도면처럼 창문과 가까운 쪽에 인덕션을 빼고 홈바 쪽에 싱크볼을 놓아보기도 했는데, 결국 '소고기는 구워서 바로 먹어야 한다' 가 승리했습니다. 인덕션은 아일랜드 바체어 앞 쪽에 배치하고 싱크볼은 내력벽 쪽으로 보내서 식기 건조대 등 각종 집기들을 내력벽 뒤에 숨기기로 했어요.

주방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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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현관에서 바로 보이던 방이 이렇게 대면형 주방이 되었습니다. 거실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처음에 계획한 대로 집이 훨씬 넓고 개방감 있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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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아일랜드 상판은 세라믹 12t에요. 세라믹은 절단해서 붙이면 티가 많이 나서 자재를 엘리베이터로 올리지 못하면 별도 비용을 내고 스카이 양중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저희 아파트는 안전상 스카이 양중이 불가해 눈물을 머금고 절단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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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때문에 아쉽긴 해도, 세라믹 상판을 시공한 건 신의 한 수 였어요. 상판 위에서 커터칼로 종이를 잘라도 문제 없고 뜨거운 냄비나 밥솥을 받침대 없이 바로 올려둘 수 있으니 이게 정말 편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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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가전들은 오늘의집 온라인 집들이에서 배운 대로 장 안에 숨겨두고 쓰기로 했어요. 요리할 때 문만 열면 되니까 훨씬 깔끔하고, 청소하기도 편해요. 광파 오븐, 전기 밥솥은 모두 창문 옆 키큰장 안에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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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옆 키큰장은 저희 아이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열어보는 팬트리장이에요. (여기 초콜렛이 있거든요...) 상온 보관 식자재나 양념통, 아이 간식 등을 보관하고 있어요. 양념장을 따로 짜지 않고 이 곳에 같이 보관하니 요리할 때 동선이 훨씬 좋아요. 아일랜드 하부장에는 블룸 서랍장과 밀레 식세기를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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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높이를 91cm 정도로 조금 높게 짰더니 식세기 위 남는 공간이 생겨서 6cm 정도의 낮은 찬넬장을 넣었어요. 식세기 세제와 가위, 테이프, 볼펜, 줄자 등을 넣어두고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식세기 열 때문에 레일 변형이 올 수 있다고 하던데 아직까진 괜찮은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공간의 쓰임'을 생각하며 주방 인테리어에 적용해 본 몇 가지 소소한 아이디어를 소개해 드릴게요.

1) 조명 후드

아일랜드 후드가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위치라 평소에는 조명으로도 쓸 수 있는 "조명 후드"를 많이 찾아봤어요. 인덕션 후드 일체형, 천장 매립형도 검토했지만 공사가 끝나갈 시점까지 맘에 드는 제품을 찾을 수가 없어서 우선 후드 위치에 천장 보강과 전기선 작업만 해두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해외 사이트에서 AEG 제품을 보게 되었는데, 한 눈에 이거다 싶었어요. 국내 시공 후기가 없어서 걱정 했는데 흡입력, 소음 모두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거실 조명의 역할을 해줘서 아주아주 기특한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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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태어난 둘째 새벽 수유할 때는 이렇게 후드 조명만 켜두고 있었어요. 아늑하죠?

2) 자석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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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공간 분리를 위해 아일랜드 옆에 세운 가벽은 바로 "자석벽"이에요. 가벽 목공 후에 함석판을 붙이고 그 위에 필름 마감을 하는 방식인데, 공사할 때 제가 따로 부탁을 드렸어요. 함석판 자성이 좋아서 자주 쓰는 리모컨이나 메모지, 아이 유치원 식단표, 키 등등 하루에 자주 찾는 것들을 붙여두고 쓰고 있어요.

💡자석벽 시공 팁
시공 할 때, 함석판을 바닥 끝까지 내려오지 않게 해야 난방 열로 인해 함석판과 벽지/필름이 상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해요. 저는 약 10cm 정도 띄우고 시공해주셨어요. 아이가 그림을 그려서 방 벽에 붙여 두는 걸 좋아하는데, 아이 방 한쪽 벽에도 자석벽을 시공 했으면 활용도가 참 좋았을 것 같아요.

3) 피처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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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가면 컵 세척용 "피처린서"가 있잖아요. 볼 때마다 '아, 저게 집에 있으면 정말 편하겠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로망을 실현 했습니다. 설거지야 식세기 이모님이 계시지만, 커피 마실 때 쓴 컵들은 손으로 씻는 경우가 많은데 린서로 3초 만에 세척 끝! 젖병이나 양념통 세척할 때도 너무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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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린서 시공 팁
린서의 급수 라인은 별도의 티밸브로 기존 급수관과 연결하기 때문에 최대한 싱크볼 근처에 설치하는 것이 좋아요. 저는 "싱크볼 + 정수기 + 린서" 순서로 아일랜드 상판에 매립해서 쓰고 있어요.

4) 빔프로젝터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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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엔 티비가 없어요. 아이들이 있으니 집에 티비가 있으면 안되겠더라구요? ㅎㅎ 그래도 가끔 큰 화면으로 무비나잇을 하고 싶어서 가정용 빔프로젝터를 사용하는데, 볼 때마다 설치 과정이 번거로웠어요. 어떻게 하면 편하게 빔을 쓸 수 있을까? 하다가 주방 키큰장 윗쪽에 '빔 존'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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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식자재 팬트리가 들어간 곳인데, 팬트리가 천장까지 닿지는 않아서 맨 윗 공간이 애매하게 비더라구요. 그래서 키큰장 도어를 분리하고, 상부에 빔 프로젝터를 넣고 플랩 도어로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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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미러링을 쓰긴 하지만, HDMI 선이 필요할 때도 있어서 미리 왼쪽 홈바 상판 매립 콘센트에 선 연결을 해두었어요. 콘센트는 잘 보이지 않게 측면이 아닌 홈바 상판 구석에 매립했습니다.

5) 히든 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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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주방이 되면서, 모서리에 있던 큰 내력벽이 문제였어요. 그러다 문득, 이 곳이 아이의 칠판이 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첫째가 워낙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거든요. 하지만 아이가 있는 집이라도 거실의 단정함을 포기할 수 없는 엄마는 ㅎㅎ 앞 쪽에 하부장과 동일한 페이크 도어를 달고, 안에 자석보드를 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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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하고 집에 오면 바로 드레스로 갈아입는 6세 공주님. 이 곳에서 가베 놀이도 하고, 유치원 발표 준비도 하고, 숫자 놀이도 하고 있어요. 골칫거리였던 내력벽이 아이의 재미난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6) 간이 빨래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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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쪽 창이 크고 볕이 잘 들어서 이 곳에 동그랗고 귀여운 빨래줄을 달았어요. 가운데 줄을 당겨서 반대편 후크에 걸어 고정하고, 다시 줄을 빼면 도르르- 하고 원래 자리로 들어가요. 행주, 고무장갑, 아이 유치원 실내화 등 모두 여기서 건조하는데 볼 때마다 정말 귀엽고 실용적인 아이템입니다.

** 저희집 주방의 모습은 고하우스 유튜브 채널에서 더 자세하게 보실 수 있어요. 대면형 주방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도움이 되실겁니다. (채널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ulHroXqeO0U)

4. 거실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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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거실에는 우물 천장이 있었어요. 하지만 층고가 높은 편이기도 했고, 바탕이 심플해야 가구와 소품으로 포인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천장은 수평으로 마감하고 불필요한 선을 없애기로 했어요.

거실 After

천장에 실링팬, 시스템 에어컨을 시공하고 창가 쪽에 행잉 체어용 앙카를 달았어요. 여름에 이 곳에 라탄 행잉 체어 달아두고 아아 마시며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그 날을 꿈꿔 봅니다. 앙카 시공에 필요한 자재는 (웨지앙카 12mm*300mm, 아이너트 12mm) 저희가 준비했고, 업체에서 천장 보강과 앙카 시공을 맡아 주셨어요.

소파는 오래 전 신혼 가구로 구매 했던 ACQUAVIVA 제품이에요. 연한 그레이에 베이지 한 방울 섞은 컬러에 반해서 픽하게 되었는데, 천연 가죽에 색을 입힐 때 중금속이 없는 천연 효소를 사용한 친환경 제품이라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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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창은 허니콤 탑다운 블라인드와 쉬폰 화이트 커튼을 이중으로 설치했어요. 허니콤 탑다운은 원하는 대로 테트리스가 가능해서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원목 테이블은 길이 확장이 가능한 제품이라 평소에는 4인 원형으로 사용하고, 가족 모임이 있을때는 2100 까지 확장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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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맞은편 벽에는 월 패브릭을 달아 아트월로 쓰고 있어요. 둘째가 더 크면, 여기 ㄱ 자 벽면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서 책장과 무지주 선반을 달 수 있게 미리 벽 보강 작업을 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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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당장 쓰지 않더라고 추후 벽에 무지주 선반이나 거울 처럼 무거운 것을 걸어 둘 예정이거나, 현재는 매립등이지만 추후에 팬던트 조명을 달 예정이라면 미리 가벽과 천장에 보강 작업을 해두고 마감하는 것이 좋아요.

고재 거울이 있는 곳은 원래 안방 문이 있던 자리에요. 아무래도 거실과 대면형 주방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안방은 시크릿하게 출입 도어를 오른편으로 뺐습니다.

그리고 기존 안방 옆에 있던 드레스룸은 팬트리장이 되었습니다. 화장대를 철거하고 드레스룸 공간만 살려서 아이 짐 수납을 해결했습니다. 도어를 거실 벽과 동일한 필름으로 마감 하니 문을 닫으면 벽처럼 보여서 깔끔해요.

5. 안방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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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느 순간 부부 공간이 부족해졌어요. 예전 집에서는 심지어 안방을 첫째 놀이터로 내어주고, 부부 침실을 가장 작은 방으로 바꾸기도 했었는데요. '공간'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지만, 중요하더라구요.

육아는 장기전이라, 아이에게만 온 열정을 쏟아 부으면 쉽게 지칠 수 있잖아요. 부모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면서도 온전한 나 자신과 아내와 남편의 자리도 잊지 않기 위해서 이번엔 안방을 저희 부부의 추억이 담긴 공간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모로코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신랑과 2주 동안 차를 한 대 빌려 모로코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이국적인 향기, 이슬람이 주는 묘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모로코는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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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가진 수 많은 매력 중에 저는 이 '핑크색 흙벽'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잔잔하게 따스해져서, 사진 속 마라케시 어느 한 골목에 서서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했었어요.

어느 새 두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어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는 지금의 우리가, 처음 가정을 이루고 미래를 꿈꾸던 그 시절의 우리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내일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저는... 사고(?)를 치게 됩니다. ㅋㅋ

바로 안방 한쪽 벽에 모로코 흙벽 느낌의 유럽미장을 도전하게 되는데요. 이건 턴키 인테리어 공사가 모두 끝나고, 셀프로 진행하게 됐어요. 특히 이 사진 찍을 때 굉장히 비장(?) 했습니다. 시공한 지 두 달 된 실크 벽지를 제 손으로 뜯어 냈거든요.... 하하하.

떨렸지만 원하던 그림이 나오지 않더라도 과정 자체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우선 모로코 아치 형태로 제작한 MDF를 벽에 고정하고, 간접 조명을 위해 LED 줄 조명을 아치 주변으로 붙여 주었어요. 그리고 프라이머, 미장재 순서로 시공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재즈 틀어두고 흙손으로 사각사각 벽을 칠하던 그 시간은 이 집에 담긴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어요.

안방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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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아치가 머리맡에 있으니 첫째가 여기 공주님 방이냐고...ㅎㅎㅎㅎ (그래... 엄마 왕비다.) 벽에는 모로코에서 찍은 여행 사진을 걸고, 빈티지한 느낌의 자개 조명과 린넨 커튼, 좋아하는 그림과 소품을 두었어요. 매일 밤 육퇴 후 이 곳으로 들어오면, 뭐랄까 온전히 나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어요. '공간'이 주는 힘이 이런 건가 봅니다.

6. 드레스룸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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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방의 모습이에요. 이 곳은 공사 후 저희 집 드레스룸이 됩니다. 원래 한 쪽에 세탁실이 있는 구조라 이 곳이 드레스룸이 되면 동선이 딱 맞겠다 싶었어요.

3D 도면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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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곳은 도면처럼 화장대를 같이 구성했었어요. 그런데 계절 바뀔 때마다 옷장을 갈아엎는(?) 그 작업을 하지 않으려면, 수납을 최대로 뽑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화장대 대신 장을 늘리고, 구역을 나눠 여름/겨울 옷을 모두 보관할 수 있게 되었어요.

드레스룸 After

붙박이장 레이아웃도 정말 오래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저, 신랑, 첫째, 둘째 아이가 사용할 공간을 미리 정해두고, 각자 가지고 있는 옷의 총 길이 기준으로 선반 간격을 최대한 좁혀서 수납력을 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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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얼마 전 태어난 둘째가 밤에 잠을 자는 공간이기도 해요. 첫째에 이어, 둘째도 수면교육을 잘 따라와주어서 아직 뒤집기 전인 지금 밤에 이 곳에서 혼자 잠드는 힘을 기르고 있습니다.

7. 욕실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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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공용 욕실은 공간이 좁은 편이었고 특이하게 벽배수 방식이라 구조 변경도 쉽지 않았어요. 욕실은 기존 레이아웃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깔끔하게 구성하기로 합니다.

3D 도면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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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After

욕실 입구에요. 환기를 위해 평소에 환풍기를 자주 틀고 욕실 문을 열어두는 편이라, 안이 잘 보이지 않도록 집에 있던 레이스 원단으로 가림막 커튼을 만들어 얇은 압축봉에 걸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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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의 가장 큰 변화는 전면에 커다란 거울장이 사라진 거에요. 장을 떼어내고 보니 젠다이 폭이 굉장히 넓어서, 여기에 큰 라탄 수납 바구니를 두고 치약, 칫솔 외 욕실 용품을 넣어두고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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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감을 위해 천장은 이노솔 마감을 했어요. 만져보면 약간 천 같은 신축성 있는 폴리 소재인데 방수, 방습, 방염, 흡음 기능에 강하다고 해요. 무엇보다 이노솔 시공을 하면 욕실의 높이를 기존보다 더 올릴 수 있어서 선택하게 되었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유리 파티션은 타일 벽면에 속바를 넣어 매립하고, 액세서리도 최소한으로 했어요. 샴푸, 린스 등을 올려두는 선반도 부착형으로 달았습니다. 창문이 없는 욕실이라 휴젠트는 필수였어요. 제습 기능을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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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 수납장을 없앴기 때문에 반대쪽 벽에는 수건 걸이를 세로로 시공했어요. 한 쪽에는 수건을 돌돌 말아 넣어 쓰고 한 쪽은 옷걸이로 쓰고 있습니다.

8. 아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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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방은 따뜻한 원목 가구를 넣었어요. 그림 그리는 걸 너무 너무 좋아하는 아이라, 어릴 때부터 쓰던 미술 책상과 수납의 끝판왕 이케아 TROFAST 수납장, 그리고 KURA 침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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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KURA 침대는 여러 형태로 변형이 가능해요. 특히 1층으로 사용하면 침대 4면이 모두 뚫려 있게 되는데 저는 여기에 ㄱ자로 책장을 두었어요. 책육아 하는 엄마의 빅피쳐 넛징이랄까요? 방에 들어간 아이가 조용- 해서 들어가 봤는데 침대에 앉아 혼자 책을 보고 있을 때, 엄마는 가장 뿌듯합니다. 흐흐. 잠들기 전에도 항상 여기서 책을 함께 읽어요. 둘째가 조금 크면 2층 침대로 바꿔서 한 층씩 세 주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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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방 조명이에요. 배 나온 폴라베어가 너무 귀여워서 타오바오에서 직구를 했어요. 너무 귀엽죠? 대, 중, 소 3가지 사이즈가 있고 폴라 베어 모양도 다양해요. 아이방이 좀 크다면 여러 개를 같이 달아주어도 예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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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방 문 앞에는 발목 센서등을 달았어요. 이사 후에 분리 수면을 하고 있는데, 새벽에 깨서 비몽사몽 안방으로 달려오다가 넘어질까봐 엄마 아빠의 작고 귀여운 사랑을 넣어 두었습니다.

집들이를 마치며

여기까지 서툰 글솜씨로 만들어진 첫 집들이,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사는 집을 기록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이번 온라인 집들이를 작성하는 동안 마치 일기를 쓰는 것 같이 저와 우리 가족의 일상,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만나서 정말 기쁘고 더 많은 분들이 '오늘의 집'과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도 매일이 정리의 연속이지만 집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저마다의 알록달록한 매력을 가진 분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집스타그램 인스타 계정(@warm.grapher) 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니 편하게 놀러 와 주세요! 아이가 있는 집, 화이트우드 인테리어를 계획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들이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