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해도… 예금 금리 안올리는 은행들

김은정 기자 2022. 11. 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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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인상 자제 압박… 은행들 서로 눈치보기만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뉴스1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주요 은행들은 25일에도 예금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을 때는 당일 우리·NH농협 등 은행들이 곧바로 수신 금리(예금이나 적금 금리)를 올린 것과 다른 모습이다. 2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모두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신 금리에 개입한 금융 당국

은행들이 수신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는 것은 은행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우려하는 금융 당국이 최근 은행권에 수신 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에 이어 이날도 금리 인상 경계령을 내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위 간부들과 가진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높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주요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대폭 인상하자 대출 금리가 따라 오르고, 한 달 새 은행 정기예금이 56조원이나 폭증하며 카드·보험·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 문제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안정이 중요하긴 하지만, 금리 수준 등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관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은행 임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시중 금리는 오르면 안 된다는 건 이상하지 않으냐”고 했다.

거듭된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은 서로 ‘눈치 보기’만 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신 금리 인상 여부는 다른 은행의 행보를 지켜본 뒤 차차 결정할 것 같다”며 “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수신 금리를 올린 ‘1호’ 은행이 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부 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도 불구하고 금리 동결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5% 밑으로

이런 분위기 속에 이달 중순 최고 연 5.3%까지 올랐던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순식간에 5% 밑으로 내려앉았다. 우리은행(연 4.98%)과 신한은행(4.95%), NH농협은행(4.70), KB국민은행(4.82%) 등이 모두 최고 금리를 0.5%포인트 안팎 내렸다. 하나은행만 연 5%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정기예금 금리가 소폭 내리고 한때 앞다퉈 출시됐던 고금리 특판 예금 소식도 뜸해지자 예테크(예금+재테크)족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직장인 A(42)씨는 “이달 기준금리가 오르면 정기예금 금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여태 기다렸는데 허탈하다”며 “정부가 은행들 대출 금리 올릴 땐 가만히 있더니 소비자를 위한 예금 금리 인상은 못하게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예금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고금리 특판 가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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