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색을 갖는다는 것
야구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 보통 응원단이라고 하면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를 떠올리지만, 목소리로 가장 먼저 팬들을 반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야구장의 장내 아나운서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햇빛이 강해도 바람이 불어도 변함없이 팬들에게 파이팅 넘치는 응원을 전하는 그는 매일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팬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힘을 얻는다고 했다. 팬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공감해 주는 그가 있기에 랜더스필드의 저녁은 오늘도 더 풍성해진다. 늘 팬들 앞에 서 있지만, 선수들에게 가려져 있던 단상 위 아나운서의 속 이야기. 이제는 우리가 그의 이야기에 빠져 볼 시간이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unghee Lee Location Incheon SSG Landers Field

#내가 선택한 길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 여러분께 인사하고 시작할게요. (9월 1일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SSG 랜더스 장내 아나운서 곽수산입니다. 파이팅!
이번 여름은 유독 더웠는데, 체력은 어떻게 관리했나요?
응원단은 더위에는 익숙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는 느낌이 있고요. 오히려 ‘더워서 살 좀 빠지겠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죠. 왜냐면 여름은 매년 더우니까요. 근데 또 덥다고 하다 보면 시간이 되게 빨리 가요. 지금도 벌써 9월이 됐잖아요. 더위는 힘들지 않습니다. (그럼 추울 때는요?) 추울 때는 오히려 괜찮아요. 치어리더분들도 춤을 추고, 저 같은 경우에도 말을 계속하다 보면 몸에서 열이 나서 추위 때문에 덜덜 떨고 이러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리고 추운 날에 야구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성적이 좋다는 거잖아요? 오히려 좋습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를 진행해요. 예를 들면 팬 사인회, 팬 미팅,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경기 시작 전에는 스타팅 라인업과 함께 선수들 소개를 합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하면 이닝 교체 때 지금은 없어졌지만, 키스타임이나 맥주 빨리 마시기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들을 진행하고 경기 끝나면 수훈 선수 인터뷰까지 하고 있습니다.
구단에 장내 아나운서가 한 분 더 있어요. 역할이 어떻게 나뉘나요?
김지훈 아나운서님은 경기장 내에서 중립을 지키는 분이에요. 경기 진행에 필요한 안내를 해 주시죠. 상대 팀이든 저희 팀이든 공격 때 타자를 소개하고 투수가 교체되면 투수를 소개하고 수비 위치 변경을 안내해 주시고, 파울 타구가 날아오면 안전 안내를 해주시는 역할입니다. 그분은 그렇게 경기장에 계신 모든 분을 위한 방송을 해주시고, 저는 중립보다는 랜더스 팬분들과 소통하는 역할이라는 데서 차이가 있습니다.
원래부터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꿈꿨나요?
원래는 장내 아나운서나 일반 아나운서에 대한 꿈은 없었고 제 꿈은 리포터였어요. 그래서 20살 때 서울에 올라오게 됐고, 군대에 다녀와서 24살 때 리포터로 처음 방송을 시작했죠. 그 이후로도 리포터나 MC를 꽤 했었는데 생활고가 엄청 심했어요. 수입이 많지 않아서 한 달 벌어서 한 달 썼죠. 그러다가 27살 때였을 거예요. 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동료 한 분이 “1년만 더 참고 해보자. 지금 포기하긴 너무 아깝다”라고 하셔서 1년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버텼는데 구단에 장내 아나운서 오디션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 거죠. 다행히 면접까지 갔고, 너무 감사하게 또 합격했어요. 랜더스가 아니었으면 저는 아마 고향에 내려가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거예요. 동료분도 제 생명의 은인이죠. 정말 감사합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되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따로 있다면요?
사실 야구에 관심이 없었으면 면접을 안 봤을 거예요. 근데 어릴 때부터 야구장을 자주 갔고, 야구를 워낙 좋아했고, 사실은 야구선수를 하고 싶어 한 적도 있을 정도로요. 그래서 무조건 면접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면접만 봐 보자’가 아니라 ‘붙어야 한다’라는 마음이 커서 진짜 혼신의 힘을 다했어요. 큐 카드도 만들고 선수 이름도 다 외우고, 구단 역사까지 다 외워서 갈 만큼 절실했습니다.
면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뭐였나요?
제가 고향이 광주예요. 근데 “광주 사람이면 KIA 팬 아니에요?”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것 같은 거예요. 그때 제가 했던 답변이 “KIA 타이거즈는 태어날 때부터 선택돼 있던 구단이지만 제가 직접 선택한 구단은 이 구단입니다. 정말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어요. 진짜 진심이었어요. 너무 하고 싶었으니까요. 이후에는 저희 부모님도 저희 팀 경기를 보시고 응원하시고 누구보다 팬이 되셨죠. SSG는 제 평생의 구단입니다.
일반적인 아나운서와는 차이가 있잖아요. 가장 큰 차이가 뭔가요?
일반적인 아나운서는 뉴스나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정적인 느낌이 있다면, 장내 아나운서는 무게감도 있어야 하지만 편안함도 있어야 하고 엔터테이너적인 측면이 있어야 해요.
팬분들과 같이 소통하려면 끼도 있어야 하고, 친근해야 합니다. 팬들 얼굴을 보고 소통해야 하니까 일방이 아니라 쌍방향이거든요. 그래서 과거 리포터를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장내 아나운서의 일과는 어떤가요?
출근 후에 바로 회의를 합니다. 오늘 이벤트들은 뭐가 있고 어떻게 진행될 거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에 대해 의견을 나눠요. 그리고 그날 꼭 해야 하는 것들이나 중요 사항들을 전달받은 후에, 박민수 응원단장이랑 같이 경기 시작하면 마이크를 서로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서로 그 타이밍을 어떻게 잡을지 얘기합니다. 그러고 나서 경기 전엔 대기했다가 선수들을 소개하고 그 후엔 경기를 보면서 이닝 간에 이벤트를 바로바로 들어가죠. 이벤트에 들어가기 전에는 기다리시는 팬분들께 이벤트를 어떻게 진행할 건지 설명해 드리고 게임 하고 내려오고를 반복합니다. 이긴 날엔 수훈 선수 인터뷰까지 하고요.
상황에 따라 목소리 톤을 계속 바꾸잖아요. 어떤 상황에 어떤 식으로 조절하나요?
경기 전에 팬분들께 인사드리는 시간에는 최대한 친숙하게 가요. “오늘도 인천 SSG 랜더스 필드를 찾아오신 팬 여러분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친숙하게 갔다가 경기가 시작하고 선수들을 소개할 때는 무게를 잡고 톤을 바꿔서 가죠. 웅장하고 파이팅 넘치게요. 그래야 팬분들도 ‘드디어 우리 선수들 나온다. 오늘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런 느낌으로 가니까 선수 소개할 때는 딱 무겁게 잡고 가고 이벤트 할 때는 다시 가볍게 가요. 톤 자체를 올렸다가 내렸다가 합니다.
장내 아나운서를 하면서 가장 기뻤거나 인상 깊었던 경험을 소개해 주세요!
이기는 모든 경기가 기쁘고 인상 깊은데 연장전에 가잖아요? 그러면 다들 눈에 독이 오릅니다. ‘야, 이거 이겨야 한다’하고요. 연장전 갔을 때 저희가 지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마지막 공격 때 끝내기로 이기잖아요? 그 어떤 경기보다 성취감이 있죠. 우리가 끝까지 남아서 ‘마지막 공격만 잘하면 된다.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응원했는데 정말로 이길 때가 사실 제일 기쁘죠. 끝까지 남아계신 분들이랑 ‘여러분, 우리 해냈어요!’ 이런 느낌도 있고요. 연장 끝내기가 정말 인상 깊어요.
선수들이나 팬들과 있었던 일화 중에 가장 재미있던 일은 뭔가요?
경기가 끝나면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잖아요. 근데 우리 팀 하재훈 선수가 굉장히 독특하지 않습니까? 제가 처음으로 하재훈 선수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을 때예요. 그때는 하재훈 선수가 투수였고요. “와~ 하재훈 선수 너무 잘했습니다. 박수! 우리 하재훈 선수, 올 시즌 우리 팬 여러분들 앞에서 목표 한번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했더니 “목표(목포)는 항구죠”라고 하더라고요. (전원 탄식)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팬분들과의 일화는 제가 야구 외에 다른 행사를 가면, 갈 때마다 팬분들을 한 번씩 봬요. 하루는 아주 중요한 공식 행사였는데 앉아 계신 한 분이 우렁차게 “곽수산 파이팅~!”을 외쳐주셨어요. 모두가 쳐다보더라고요. 사실 다른 분들은 저를 잘 모르는데… 아니면 “랜더스 파이팅!”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솔직히 그때 기분 좋죠. 재밌죠. 왜냐면 우리 팬분들이 도처에 있다는 걸 느끼니까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근데 담당자분들은 적잖이 당황하시죠. 차분히 “내빈 소개 함께하겠습니다. 이어서 다음 분은요” 하고 있는데 “워후~ 곽수산 파이팅~!” (일동 웃음) 전 너무 좋고 감사하죠.
게임을 진행할 때 어린이 팬들을 배려해 주는 모습도 보이는데 어린이 팬이 눈치챈 적은 없었나요?
절대 눈치 못 채게 하죠. 부모님까지 같이 속입니다. 성인 팬분들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아이들은 응원 단상에 올라와서 뭘 한다는 것 자체를 되게 신기해하고 재밌어해요. 거기서는 금방 끝나는 게임이지만 내가 이겨서 선물을 받았고 많은 팬한테 박수를 받았을 때 아이들한테는 엄청나게 소중한 추억이 될 거란 말이죠. 구단 분들이 배려해 주셔서 같이 게임을 한 성인분들한테도 사실 선물 따로 챙겨드리거든요. 혹시나 안 챙겨드리더라도, 그분들 역시 모르는 아이여도 당연히 아이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그거 하나로 경기장 자체의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지고 내려갈 때도 아이가 부모님한테 신나서 안겨 있고 이런 걸 보면 저 또한 기분이 너무 좋아지니까 아무래도 아이들을 챙겨주죠. 학교 가서도 얼마나 자랑하겠어요. “내가 어제 야구장 가서~ 너희 내가 그거 이기는 거 봤냐 안 봤냐~” 이러면서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애들이. 그런 추억은 평생 가기도 하니까요. 이게 다 미래의 팬들을 붙잡기 위한 전략입니다. 저희랑 평생 가야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벤트는 뭔가요?
이닝 간 이벤트보다는 금요일마다 ‘불금 파티’가 있거든요. 그거에 공을 상당히 들이다 보니 제일 재밌죠. 금요일에 팬분들이랑 같이 뛰고 노래 부르면서 노는 것 자체가 재밌고요. 팬분들도 표정 자체가 되게 좋은 게 오늘이 금요일이면 내일은 주말이거든요. 다 내려놓고 노는 그 모습들을 보면 개운하죠. 그 파티가 바로 오늘(인터뷰일)입니다. 깔끔하게 스트레스 싹 다 날려버려요. 인터뷰 끝나고 같이 놀다 가세요. 지켜볼 겁니다!

#1분 20초의 순간
팬들의 반응이 너무 없다거나 서로 민망해지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나요?
사실 다 재미있을 수는 없어요. 정말 현실적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죠? 그럴 때는 욕심부리면 안 돼요. 그냥 내려와야 합니다. 이벤트가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거기서 이걸 살리겠다고 막 다른 걸 시도해버리면 그때는 누가 죽냐? 다 죽어요. 경기는 곧 시작하는데 아직도 진행하고 있으면 상황이 안 좋아지니까 반응이 약하다 싶으면 깔끔하게 끝내고 내려오는 게 가장 베스트입니다. 제일 좋은 건 팬분들한테 “랜더스 파이팅!” 시키는 겁니다. 하하.
절대 역전이 불가능하다 싶을 만큼 크게 지고 있을 땐 주로 어떤 말을 하나요?
제가 첫해 때, 점수 차 크게 지고 있는데 멘트로 “여러분 할 수 있습니다!” 했다가 어떤 어르신 한 분이 “너나 해라!”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나지막이 하셨는데 제가 들어버렸거든요. 나중에 깨달은 게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팬분들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은 당연히 있으니 무조건 ‘할 수 있습니다’보다는 타석 하나하나 집중해서 동기부여를 해드리려고 해요. 예를 들어 최정 선수 타석이면, “우리 최정 선수부터 시작입니다. 걸리면 넘어가요. 한 타석 한 타석 집중해서 함께해 봅시다. 자리에서 일어서세요!” 하고 내려옵니다. 아니면 날씨도 있어요. 하늘이 너무 맑거나 별이 보인다거나. 어제는 달이 무척 예뻤거든요. 그리고 이틀 전에는 무지개가 떴고요. 그런 것도 살피죠. 주의 환기용으로 “잠깐만 하늘 한번 보세요. 구름 너무 아름답습니다. 기분 좋게 미소 띄워보시고~ 하늘처럼 기분 좋은 안타가 나올 수 있도록 함께해 주세요. 파이팅!” 이런 느낌으로 가죠.
모든 업무가 라이브로 진행되잖아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 적은 없었나요?
아이들이 단상 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요. 보통은 부모님들이 잘 케어해 주시지만, 아이들도 너무 신나니까 무대 위에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 때는 아이를 데리고 자연스럽게 같이 하면 돼요. 제가 제일 당황했던 건 첫해 때 이벤트 안내를 하다가 이닝 교대 시간 1분 20초가 끝나버린 날이 있었어요. “이렇게 하신 분께 저희가 선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했는데 시간이 끝나버려서 “요 이벤트는 다음 시간에 함께하겠습니다~” 하고 내려왔던 경험도 있어요. 이벤트를 헷갈릴 때도 있죠. 차량 이동을 급하게 해야 할 때는 전광판에 먼저 띄우거든요. 이벤트인 줄 알고 올라가서 “자, 이번 이벤트는!”까지 했는데 차량 안내가 나오면 절대 당황하면 안 되고 “…차량 이동 이벤트인데요~ 385다 2691 차주님 지금 빨리 옮겨주시면 저희가 선물 하나 챙겨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넘어가요. 사실 당황스러울 때도 많지만 그걸 티 내면 안 되죠. 그럼 팬분들도 같이 당황하니까 머릿속으로는 ‘살려서 간다. 무조건 살려야 해’라고 되뇝니다.
수훈 선수 인터뷰를 위한 준비도 궁금해요.
어떤 선수가 수훈 선수가 될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경기 때 선수들의 공격, 수비, 투구를 다 기록해요. 그러면 8회쯤 됐을 때 타자 쪽은 누구, 투수 쪽은 누가 될 것 같다는 게 대략 나와요. 그러면 두세 선수 정도 추려서 기사도 더 찾아보고 어떤 질문이 좋을지 생각하고 기록 관련해서 물어볼 게 있는지 기록도 다 살펴보죠. 타격에서 좋은 성적을 냈어도 수비 부분에서 호수비한 게 있는지까지 다시 한번 복기해 보면서 순간순간 질문지를 짭니다.
홈 경기 동안 큰 목소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체력 관리나 목 관리는 어떤 식으로 하나요?
다행히 저는 목 관리를 따로 안 해도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져요. 그래서 아직 따로 관리하는 건 없고 그냥 충분히 자는 거? 대신 물을 많이 마십니다.
1분 20초의 제한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데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첫해 때는 1분 20초에 대한 감이 없으니까, 핸드폰으로 알람을 맞춰서 올라갔어요. 50초쯤에 울리게요. 그러면 주머니에서 진동이 오니까 ‘아, 곧 끝내야겠다’ 그렇게 감을 맞춰 갔고 두 번째 해부터는 그래도 다행히 시간을 감으로 알 수 있게 돼서 ‘완벽하다!’ 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무관중이 된 게 레전드였죠. 좀 슬프긴 했는데 아무튼 지금은 감으로 해요.
현실에서도 시간 강박처럼 직업병이 발휘되는 경우가 있나요?
일반 행사를 가면 말이 다소 간결해진 건 있어요. 1분 20초에 맞춰져 있다 보니까 게임을 여유 있게 해야 하는데 빨리 끝내려고 하고 항상 마무리할 때 “파이팅!”이라고 외치고요. 그리고 경기장에서 팬들 인터뷰할 때 “좋아하는 선수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그러면 “OOO 선수 너무 좋고요. 열심히 부상 없이 잘했으면 좋겠고~” 이렇게 대답을 유도하곤 하잖아요. 그것처럼 어디 행사를 가도 “우리 사장님한테 혹시 하고 싶은 얘기 없나요? 사장님께 응원의 메시지 전해주세요!”라고 해서 직원분이 사장님한테 “사장님, 고생 많으시죠? 부상 없이 회사 잘 이끌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파이팅!” 이러도록 시키고 그렇습니다.
나왔을 때 가장 벅찬 응원가는 뭔가요?
응원가는 당연히 다 좋죠. 근데 그중에서도 ‘불티’ 그리고 ‘랜더스여’ 이거 두 개가 나올 때는 대부분 현 상황이 괜찮다는 전제가 깔리기 때문에 더 좋습니다. 특히나 ‘불티’는 역전을 해내거나 시원한 홈런이 나올 때 나오는 노래라서 전주가 나오는 순간 아직도 소름이 끼쳐요. 매 경기 들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응원가 들으면서 팬분들 바라보고 있을 때 좋고 그다음엔 ‘연안부두’요. 사실 ‘불티’나 ‘랜더스여’는 우리 공격 때 응원가가 나오는 거기 때문에 제가 응원단상에 올라가 있지 않거든요. 근데 ‘연안부두’는 저도 올라가서 팬분들이랑 같이 하기 때문에 팬분들이 핸드폰 플래시 켜주시는 걸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죠. 팬분들을 보다 보면 자주 오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또 오셨네. 건강하시네. 다행이다’, ‘아이고 우리 아기도 또 왔네’ 이런 생각도 해요. 항상 ‘연안부두’ 때가 벅찬 것 같아요.
슬프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항상 높은 텐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나요?
항상 기분이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으니까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같이 일하는 동생들한테도 늘 이야기하는 거라서 경기장에 도착하는 순간 다른 생각은 아예 안 해요.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만 생각하고 항상 웃으려고 해요. 억지로 웃는 게 아니라 그냥 저 자체가 기분 좋아지려고 하고요. 또 경기에 집중하고 있으면 사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다 잊어버리게 돼서 괜찮아요.

#끼 많은 엔터테이너
배구단 장내 아나운서도 맡고 있어요. 야구와 어떤 부분이 다른가요?
야구에서는 응원단장의 역할이 크죠. 매회 공격할 때 팬분들이랑 같이 응원을 계속해서 이끌어 나가고 단상에 올라가 있는 시간도 길고 하니까요. 저는 중간중간 선수 소개하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역할이니까 야구에선 장내 아나운서보단 응원단장의 역할이 큰데, 배구로 넘어가면 장내 아나운서의 역할이 커집니다. 점수 하나하나 낼 때마다 누가 냈고 어떻게 냈다는 걸 알려주고, 팬분들 동기부여도 시켜주고 응원도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죠. 배구장에 가면 좀 더 일이 많은 대신에 재미도 더 커요. 그래서 배구를 하면서 ‘야구 응원단장의 쾌감이 이런 거구나. 팬분들이랑 같이 뭔가 만들어 내는 느낌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전임 아나운서가 워낙 팬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후임으로서 부담은 없었나요?
부담은 컸죠. 워낙 잘하셨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팬분들 눈을 잘 못 봤어요. 다들 안 그러셨을 수도 있지만, 그냥 저 혼자 지레 겁먹어서 ‘그래 진행 어디 잘하나 보자’, ‘저게 재밌냐?’ 막 이렇게 생각하실까 봐… 눈도 못 보고 머리카락만 보고 진행했어요. 근데 그때 당시에 같이 했던 응원단장님이 저한테 해 주셨던 이야기가 “다 필요 없다. 가식 없이 그냥 편하게 해라. 재미없으면 없는 대로 일단 하고, 여기가 네 집처럼 익숙해져야 네 색깔이 나온다”라고 해주셨어요. 그래서 경기장도 일찍 다니고, 팬분들 입장하시기 전에 경기장도 다시 한번 보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때부터 부담이 욕심으로 바뀌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준비가 안 됐을 때 부담이 되는 거거든요. 근데 행사를 미리 구단에서 이야기해 주셨을 때 제가 충분히 고민을 열심히 해서 가면 부담보다는 욕심이 나죠.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보면 괜찮겠다’ 하고요.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금방 괜찮아졌던 것 같아요.
여담으로 KIA 양현종 선수를 닮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닮았다고 생각을 안 해요. 사실 제가 우리 구단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안경을 벗으면 고효준 선수 닮았다는 이야기를 주로 듣습니다. 지금 제가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렇지, 그래서 원래는 모자를 가져오려고 그랬거든요. 진짜. 파트너(SSG 구단 직원)님, 인정이죠? 저도 고효준 선수를 닮은 부분이 있나 했는데 애들이 영상 찍어서 보여주니까 구강 구조가 비슷하더라고요. 고효준 선수 얼마나 멋있습니까? 매력적이잖아요.

장내 아나운서에 대한 꿈을 키우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전해준다면요?
조언이라기보다는 그냥 경험해 본 바를 토대로 드리는 꿀팁은, 끼가 있으면 좋아요. 저도 해보고 싶었던 건데 못해서 아쉬운 게, 텀블링 같은 거나 기타 치는 법같이 무대에서 쓸 수 있는 장치들을 배워두면 훨씬 더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어요. 내가 돋보이기 위해서 어필하는 게 아니라 그런 거로 팬분들한테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어서거든요. ‘오, 우리 아나운서는 저런 것도 할 줄 아나?’ 하면서 더 재밌어하세요. 그래서 불금파티에서도 아나운서를 하기 전에 제가 취미로 배운 디제잉을 활용할 수 있게 돼서 너무나 좋은 거고요. 야구는 당연히 사랑해야 하고 외적으로 진행 능력도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별개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들을 무기로 갖고 있으면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백 텀블링을 배워볼 생각은 없나요?) 살 빼서 바로 갈게요. 한 달이면 배워버리니까~ 플레이오프 때 돌아버리겠어! (아자)
지금의 직업에 얼마만큼 만족하나요?
100점 만점에 솔직히 90점이요. 빠진 10점은 일단 여름에 너무 더워요! 현실적으로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아까 괜찮다고는 말씀드렸지만, 순간순간 땀이 줄줄 흐르니까. 날씨 때문에 그런 거 빼고는 90점은 진짜 완벽하게 너무나 행복하죠. 경기 보면서 우리 선수들 진심으로 응원하고 상황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환호하고 승리했을 때 기쁨도 나누고. 또, 저희는 팬분들이랑 같이 저희의 일을 하는 건데, 그런 저희도 같이 응원해 주시고 하니까… 점수를 99점으로 바꿀래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인사하면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많은 야구팬분이 KBO리그를 좋아해 주고 계시는데, 우리 구단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의 응원단분들도 그만큼 진심을 다해 일하고 계실 거예요. 여러분이 그런 응원단도 더 많이 아껴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선수들한테도 더 큰 힘이 전달될 수 있을 겁니다! 팬분들을 더 즐겁게 해드릴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 테니까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랜더스 응원단이 최고입니다! (찡긋) 파이팅!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50호 (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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