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젊다고 '꽃가마' 요구? 청년 세대 환호받는 정치 펼쳐야"
국힘 대표 출마 천하람이 말하는 청년 정치
이에 대해 천 위원장은 “낙선했다고 해서 개혁 보수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수많은 난관과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제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에겐 성공이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호남 기반 정치인도 보수 정당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미완에 그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전대 이후 평당원으로 돌아온 천 위원장을 중앙SUNDAY가 만나 전대를 치른 소회와 향후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포부 등을 들어봤다.
Q : 전대 레이스를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A : “솔직히 전대 당일엔 무척 슬펐습니다. 득표율 3위라는 결과를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내심 2위까지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큰 격차로 3위 성적표를 받아 실망스러웠습니다. 함께 팀을 꾸린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도 최소한 한 분은 당선될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허탈한 심정이었습니다.”
젊은 정치인, 마이너리티에 가두려 해
Q : 본경선을 치르기까지 어려운 순간도 많았을 텐데요, 뭐가 가장 힘들었나요.
A : “초기엔 중압감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제가 유승민 전 의원 등을 대신해 당내 개혁 세력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게 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억눌리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제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 합동 연설회를 하면서 굳었던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중반 이후엔 정책 메시지에 대한 고민이 매우 컸어요. 먼저 치고 나갈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Q : 전대를 통해 얻은 점도 있을 텐데요.
A : “득표율만 놓고 보면 14.98% 그 자체가 제겐 값진 결과물입니다. 출마 선언할 때만 해도 컷오프 통과조차 힘들 거란 전망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사실 본경선 3위도 제겐 과분한 성과죠. 돌이켜 보면 당대표가 되지 못한 게 정치 신인인 제겐 더 희망적이란 생각도 들어요. 만약 1·2위 주자를 이겨 당대표가 됐다면 지금 매우 건방져 있지 않았을까요. 마치 일약 톱스타가 된 것처럼요.”
정치권에선 ‘천하람의 좌절’을 청년 정치의 한계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잖다. 정치적 미숙함과 부족한 조직력의 청년 정치인은 살아남기 힘든 중앙 정치의 냉혹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그는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젊은 세대 정치인을 마이너리티에 가두려는 의도”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청년은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고 자생력이 없다고 늘 비판하지만 정작 기성 정치권이 인재 영입에 나설 땐 가장 먼저 찾는 게 청년 아닌가요. 입맛에 따라 청년 정치를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Q : 청년 정치 자체가 한계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 것 또한 현실 아닌가요.
A : “동의합니다. 많은 젊은 정치인이 여전히 ‘저는 젊은 감각을 갖고 있어요’라고 강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가장 안타까워요. 젊다는 이유로 꽃가마를 태워달라고 요구하는 분들도 많이 봐왔고요. 청년들 목소리를 담아낼 시대 담론을 고민하거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세력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미미하다 보니 청년 정치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계속 제기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Q : 그럼 청년 정치가 유의미한 정치적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청년 정치의 방향성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봐요. 청년 정치인의 등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젊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정치가 있어야 하고 청년 세대를 열광케 하는 정치인이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버니 샌더스 현상을 기억하실 거예요. 샌더스는 80대 정치인이지만 지지자 중 상당수가 2030 청년이지 않습니까. 한국 정치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야 지금의 구태 정치가 비로소 바뀔 거라고 봐요. 그 역할을 젊은 정치인이 하면 더욱 좋겠지만 7080 정치인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정치적 패기가 청년만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대구 출신인 천 위원장은 2020년 총선 때 보수 정당의 불모지인 전남 순천에서 연고 하나 없이 출마해 3% 득표(4058표)로 낙선했다. 고려대를 졸업한 변호사로 나름 ‘주류’의 삶을 살던 그가 낙선을 각오하고 험지로 발걸음을 옮기자 주변 반응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당연히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말도 많았고 심지어 ‘변절했다’는 비난도 꽤 받았어요. 반면 ‘다 뜻이 있을 거야’라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적잖았고요. 지금은 제 지역구가 저의 든든한 정치적 뒷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Q : 정치의 시작 지점을 대구가 아닌 순천으로 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A : “오래전부터 저는 보수의 블루오션은 호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호남 통합을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겠냐는 생각에서였죠. 하지만 그 개척을 제가 할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당시 총선을 앞두고 당에선 계속 당선이 쉽지 않은 지역으로 가라고 재촉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럴 바엔 의미 있는 낙선을 하자 싶어 제가 먼저 호남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순천에 눌러앉게 됐죠.”
김기현 대표, 험지 은평·관악서 출마를
Q : 그래도 험지에서의 정치 행보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A : “초기엔 ‘일베 출신 아니냐’며 극우 정치인이란 오해도 많이 받았습니다. 젊은 사람이 보수 정당 소속이라고 하면 다 극우 성향이라고 생각하던 때였죠. ‘일부러 호남에서 표를 받지 못하는 걸 보여줘 경상도 표심을 결집하려 한다’는 말도 들었고요.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지역 주민들께 보수 정당 이름이 적힌 명함을 드리면 대놓고 면박을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Q : 앞으로 천하람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A : “천아용인 경험을 토대로 개혁 보수 정치인들과 힘을 모아 제대로 한번 조직화를 해보고 싶어요. 세력화된 유능한 전문가 집단으로 성장하면 언제든 기존 정치판을 흔들 수 있을 거라 믿거든요. 우리 조직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여기 있구나’라는 믿음을 유권자들과 동료 정치인들에게 주고 싶은 게 제 소망입니다. 이를 발판 삼아 저 또한 앞으로 10년간 천하람의 정치가 뭔지 행동으로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Q : 김기현 새 대표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A : “김 대표 스스로 서울 은평이나 관악에 출사표를 내고 열심히 뛰어주신다면 우리 당은 분명 내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게 될 겁니다. 보수 정당의 험지로 꼽히는 지역의 민심도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면서 지도부 전체가 합심해 헌신·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면 유권자들도 분명 저희 노력을 평가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진실함과 간절함 아니겠습니까.”
■ 9.24㎡ 공유 오피스에 미니 경선 캠프, 스타트업처럼 수평적 소통
무엇보다 임대료가 저렴했다. 천 위원장이 빌린 4인실 임대료는 월 200만원 수준으로 인근 빌딩의 단기 임대료보다 10배 이상 적었다. 비용뿐 아니라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 9.24㎡(약 2.8평)에 불과했지만 책상 4개와 의자 4개를 놓기엔 충분한 면적이었다. 회의나 간단한 취사는 다른 일반인 입주자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회의실과 탕비실을 최대한 활용했다. 천 위원장은 “캠프 구성원도 많지 않았고 보좌진들도 거의 대부분 각자 위치에서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구조여서 굳이 대형 사무실을 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동할 때도 개인 차량 대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다. 선거운동도 ‘청년답게’ 하자는 취지도 물론 있었지만 실제로 길이 막히는 서울 도심 등에선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지하철을 타는 게 빡빡한 경선 일정을 소화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불가피하게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지방 일정 때는 렌터카를 적극 활용했다.
청년 세대들이 꾸린 캠프에 걸맞게 내부 조직 운영도 기존의 경선 캠프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수평적인’ 소통이 특징이었다. 천아용인 참모진까지 다 합해도 30여 명에 불과한 미니 캠프였지만 마치 스타트업 조직처럼 자유로운 토론 속에 업무도 수평적으로 분담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캠프에 참여했던 한 보좌진은 “의사 결정 또한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모두가 내 일처럼 뛰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며 “참신한 아이디어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나온 것도 캠프 내 수평적 분위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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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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