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합쳐 ‘200년’ 베테랑 제봉사 할머니들이 만드는 700장의 목도리
행복한세탁소 수선방서 매일 목도리 제작 몰두
“내가 만든 목도리 한 아이 보면 행복할 것”

“창구멍을 조금만 덜 내봐. 이 건 잘 빠지는(뒤집어지는) 천이라 덜 내도 돼.”
목도리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이부남 할머니(73)가 미싱을 멈추고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손명순 할머니(71)가 “알았어. 조금만 줄여볼게”라고 말했다. 이어 옆에 쌓여 있는 두 장의 목도리 원단 겉감을 마주보게 한 뒤 미싱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손 할머니가 목도리 한 장을 제봉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0초였다.
제봉이 끝난 목도리는 김순정 할머니(75)에게 넘어갔다. 김 할머니는 창구멍(천을 뒤집기 위해 남겨두는 작은 구멍) 사이로 막대자를 넣어 능숙하게 천을 뒤집었다. 천의 가장자리에 오그라든 부분이 없는지도 자로 훑었다.
손 할머니는 “이게 쉬워 보여도 뽀글이천은 잘 늘어나기 때문에 천을 제대로 잡고 미싱을 안 돌리면 위는 밀리고 아래는 맞지 않는다”면서 “손의 감각으로 요령껏 천을 잡아 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 할머니는 이곳에서 나이는 어려도 봉제경력으로는 최고참이다. 봉제 경력만 50년이 넘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 종암로 ‘행복한 세탁소’ 2층에 자리잡은 ‘수선방’은 22일 오전에도 미싱 기계가 쉬지 않고 돌아갔다. 수선방 안에는 잘려나간 원단 보풀이 날아다녔다. 이곳에서 일하는 할머니 6명은 모두 성북구 어르신 일자리 ‘한올한올 봉제사업단’ 참여자들이다.

수선방은 제품제작이나 봉제품 제작, 세탁물 수선 등 수선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은 적게는 30년에서 많게는 50년 이상 봉제업에 종사한 베테랑들이다. 6명의 경력을 모두 합치면 200년이 넘는다.
이들이 함께 모여 바쁘게 봉제기계를 돌리고 있는 이유는 새해를 맞아 성북구 관내 23개 지역아동센터 아동 700여 명에게 목도리를 선물하기 위해서다.
김상찬 성북복지재단 사무국장은 “행복한 세탁소를 이용하는 분들이 주로 저소득층·어르신들이 많은데 이분들의 옷을 세탁하고 수선하는 것 외에 지역사회에 어떤 나눔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목도리를 선물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700장 분량의 목도리 원단은 성북복지재단과 서울패션섬유봉제협회가 기부했다. 원단은 양털소재의 일명 ‘뽀글이천’으로 골랐다. 인조양털이지만 목도리로 활용하기에 좋다. 기부한 원단은 재단까지 마친 뒤 이곳 ‘행복한 세탁소 수선방’으로 왔다.

아무리 손이 빠르고 일이 능숙한 어르신들이라도 목도리 한 장이 완성되기까지는 최대 15분이 걸린다.
철저한 검수과정도 거친다. 1차 봉제를 마친 목도리는 다림질을 하며 상태를 점검받는다. 다림질 과정에서 천이 울면 불량이다. 불량으로 분류된 목도리는 쪽가위로 실을 전부 뜯어내 새로 작업하도록 넘겨진다. 불량이 없는 목도리만 마지막으로 창구멍을 박아 완성한다.
매년 100장의 담요를 제작해 기부해오고 있는 이부남 할머니는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이유가 담요 만들 돈을 구하려는 건데 이렇게 목도리 제작까지 참여할 수 있어 참 좋다”며 “길을 걸어가다 우리가 만든 목도리를 한 아이들을 보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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