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울우유 야심작 'A2+ 우유' 이렇게 만든다
A2+ 우유, 원유 입고 후 10시간 내 출고
전용목장 확대…"보급 시 일반우유 가격과 비슷"
'서울우유=A2 우유' 목표
2030년까지 모든 제품에 A2 원유를 적용하겠습니다.
지난 4월 서울우유가 'A2+ 우유'를 출시하며 밝힌 목표다. 전 국민이 우유를 마셔도 속이 불편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서울우유의 목표다. A2 우유는 A2 유전자를 가진 젖소의 원유를 활용한 우유다. 그동안은 A1과 A2 원유를 혼용해 사용해왔다. 하지만 서울우유는 A2 우유 확산을 위해 100% A2 우유만을 생산하기 위한 전용 목장을 마련했다.
서울우유는 최근 생산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A2 우유 전환에 앞서 일반우유보다 고급우유로 분류되는 A2 우유를 비롯해 제품들을 어떻게 생산하는지를 직접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지난 23일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용암리 일대 서울우유 양주공장.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구성된 이 공장은 약 25만5498㎡(약 7만7000평) 규모를 자랑한다. 공사기간 7년, 총 3000억원을 투자해 2021년 문을 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 유가공 공장이다. 양주공장은 주력 제품인 'A2+ 우유', '나100% 우유', 분유, 연유, 버터, 발효유 등 60여 가지의 유가공품을 생산한다.
양주공장은 하루 최대 원유 1700톤 가량을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목장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원유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하루 평균 825톤의 원유가 쓰인다. 200㎖ 우유를 기준으로 하면 하루에 346만개의 제품이 생산되는 셈이다. 서울우유 전체 생산량(830만개)의 40%를 담당한다. 나머지는 안산공장과 거창공장에서 생산한다.
신선도가 생명
양주공장에서 A2+ 우유는 하루에 13만개가 생산된다. 원유는 입고 후 10시간을 넘기지 않고 제품으로 생산해 출고한다. 우선 A2 전용목장에서 A2 유전형질을 가진 젖소의 원유를 착유해온다.
이지은 서울우유 공장지원팀 차장은 "목장에서 착유한 원유는 1차 검사 후 냉각탱크로 이동해온다"며 "불합격 시 전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철저한 검사를 진행한다. 같은 마을이라도 원유 등급에 따라 냉각탱크 차량에 각각 분리해 싣는다"고 말했다. 냉각탱크 차는 원유를 5℃ 이하로 냉각시켜 이동한다. 품질을 위해 위생을 강화하고, 이동거리와 시간을 단축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공장으로 이송된 원유는 이상 유무와 항생물질 잔류 여부 등을 가려내기 위해 10여 가지의 검사를 거친다. 그 다음으로 원유의 지방구를 잘게 쪼개 소화가 잘 되도록 하는 균질 공정을 거친다. 이후 열처리를 통해 원유에 있는 미생물을 살균하고 5℃ 이하로 냉각한다.
포장 전에 한번 더 이화학, 미생물 검사 등 안전성을 확인한다. 이렇게 생산된 우유는 카톤(우유팩), 페트(PET)병 등에 담는다. 이 제품들은 자동화 기계를 따라 열을 맞춰 내려와 제조일자, 소비기한 등이 기재된다. 제품에 이상이 없는지 재확인한 후 냉장 보관한다.
메인 냉장창고에 들어서자 서늘함이 감돌았다. 아파트 6층 높이에 달하는 냉장창고엔 자동 스태커(stacker) 크레인 설비 10대가 있었다. 차곡차곡 적재된 제품들은 선입선출 방식으로 밤 10시부터 각지에 배송된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엔 편의점 등 벤더 상품을 출하 중이었다. 출고 직전에도 한번 더 검사를 거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양주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매일 약 200대의 물류차량이 서울 일부, 강원 전 지역, 경기 일부, 충북 일부 지역으로 실어 나른다.
A2 우유에 집중하는 이유
서울우유는 국내 우유시장 점유율 46%를 차지하는 1위 유업체다. 서울우유를 운영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937년에 경성우유동업조합으로 창립해 한국 낙농산업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올해로 87년을 맞이한 서울우유에게도 시련이 닥쳤다.
조혜미 서울우유 우유마케팅 차장은 "저출산 문제로 우유의 주 소비층이 점점 줄어들면서 국내 낙농산업과 저희 조합에 큰 위기가 됐다. 또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입산 멸균유가 많이 수입되고 있고, 앞으로 그 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 해답을 A2우유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우유의 A2+ 제품은 4가지다. 서울우유는 추후 전체 조합에 1900톤 정도 되는 원유 전체를 A2+로 전환하겠다는 생각이다. 서울우유의 전용 목장은 현재 총 1431개, 그중 A2+ 전용 목장은 36개다. A2 유전자를 가진 젖소가 A1 젖소보다 비싸기 때문에 서울우유는 A2 전용 목장으로 전환하는 목장들을 지원하고 있다.
함창본 서울우유 양주공장장은 "4년 전부터 A1 젖소에 A2 정액을 공급하는 작업을 해왔다"며 "일반 목장도 50% 이상은 A2 원유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2 전용 목장을 마련하는 것은 A2와 A1 혼합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라면서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100% A2 원유를 공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해결과제도 있다. A2 우유는 현재 시중 일반우유보다 가격이 높다. 우윳값 부담에 수입산 멸균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우유 수요를 끌어와야 한다.
조 차장은 "A2 우유는 100% A2 우유를 위해 전용목장만 들르는 노선을 꾸려야 해서 물류비가 증가하고, 목장→수유→생산→제품 4단계의 검사를 매일 진행하는 등의 요인으로 원가가 높다"며 "다만 시장 형성 초기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지만 보급이 늘수록 일반우유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창립 26주년' 에코프로…이동채 "이차전지 판도 바꿀 것"
- [공시줍줍]더본코리아 공모가 3만4000원 확정…상장직후 물량 출회
- [공모주달력]더본코리아·토모큐브 28~29일 동시 청약
- 흥국화재, 다 보장해주는 암주요치료비 '판매 중단'
- [단독]오스코텍 주주들 뿔났다…자회사 상장 소식에 '화들짝'
- '4조' 서초 옛 정보사 터 복합개발…누가 어떻게 바꿀까
- 불성실공시 경고 이어 증자 지연까지…'이중고' 직면한 금양
- 티빙·웨이브, 합병 안하나 못하나
- 반전 노리는 삼성, 1위 방어전 SK…왜 'HBM4'일까
- 삼성E&A, 영업익 33%↑…수익성 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