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보' 리뷰

이상일 감독의 신작 '국보'는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의 세계를 배경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두 남자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초청과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으며, 일본 현지에서는 개봉 10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국보'는 일본 전통 가부키 배우들의 치열한 삶을 따라갑니다. 주인공 키쿠오(요시자와 료)는 야쿠자 집안의 아들이지만,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가부키 명문가의 당주인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에게 제자로 발탁된다. 한지로에게는 적통 후계자인 아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가 있지만, 키쿠오의 압도적인 재능은 슌스케를 끊임없이 위협한다.

영화는 "재능을 타고난 남자와 핏줄을 타고난 남자의 경쟁. 예술의 신은 누구를 더 편애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두 남자가 '일본 최고의 가부키 배우'라는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온나가타'(가부키에서 여성 역을 맡는 남자 배우)라는 존재의 모순과 아름다움, 그리고 예술을 향한 집념이 인물의 삶을 어떻게 잠식해가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상일 감독은 가부키 공연 자체를 인물들의 삶과 평행하게 배치하며 깊이를 더한다. '세키노토', '렌지시', '도죠지의 두 사람' 등 다양한 가부키 작품들이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무대 위 허구와 무대 밖 현실이 겹쳐지면서 관객은 두 남자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더욱 강렬하게 경험하게 된다. 무엇보다 가부키에 대한 신비감을 높여주는 미술과 촬영의 미학이 압권이어서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의 의미를 모르더라도 '국보'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다.

특히, 가부키 화장의 흰색이 배우 자신을 지우는 행위라면, 그 위에 덧칠해지는 붉은색은 배역이 배우에게 새겨지는 흔적이다. 이러한 시각적 대비는 인물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며, 슌스케가 키쿠오의 얼굴에 붉은색을 그리는 장면은 두 사람의 복잡한 감정과 집착, 사랑과 파괴가 응축된 순간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배우란 것들은 지독히 탐욕스런 동물'이라는 대사처럼, 최고의 예술가가 되기 위한 과정이 무언가를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를 잃어가는 고통스러운 여정임을 보여준다. 뼛속까지 자세를 외우고, 무대를 향한 집착이 온몸을 휘감아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는 예술의 힘을 증명한다.

주연배우들의 말할필요없는 연기의 향연이 압권인 가운데 키쿠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쿠로카와 소야의 인상 깊은 연기와, '이름 없는 춤'의 다나카 민이 연기한 인간 국보 만키쿠의 압도적인 춤사위는 '아름다운 괴물'이 되고 싶어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처절한 열정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재일 한국인 3세인 이상일 감독은 '외부에서 온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투영하듯, '국보'를 통해 혈통, 정체성, 그리고 내부자와 외부자의 경계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일본의 전통 예술인 가부키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조명하며, 한국 관객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복잡한 플래시백이나 현란한 연출 대신, 가부키라는 장르 자체의 아름다움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그리고 긴 호흡의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킨다. 175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끊임없이 흥미를 유발하며 관객을 '국보'의 세계로 이끈다.

'국보'는 단순히 아름다운 영상미와 배우들의 열연을 넘어, 예술을 향한 인간의 숭고한 헌신과 그 이면에 숨겨진 고통을 깊이 있게 그려낸 수작이다. 가부키라는 낯선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망과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상일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뛰어난 앙상블이 어우러져 탄생한 '국보'는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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