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은 끝까지 김광현을 말렸어야 했다… 5분 만에 패배로 돌아온 '시즌 마지막 승부수'

김태우 기자 2024. 10. 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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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숭용 SSG 감독. ⓒSSG랜더스
▲ 팀을 위한 에이스의 헌신은 결과적으로 뼈아픈 역전패로 다가왔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모든 선택에는 다 어떠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합리적·비합리적인 이분법으로 나뉘는 경우도 사실 보기 드물다. 합리적인 이유들의 싸움이다. 그러나 SSG의 김광현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돌이킬 수 없는 2024년 시즌 마지막 승부수가 됐다. 나가야 할 이유, 그렇지 않아야 할 이유가 모두 있었으나 결국 결과만 남았다.

SSG는 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2024년 정규시즌 5위 결정전에서 3-1로 앞서고 있다 8회 3점을 허용하며 3-4로 역전패했다. 올 시즌 72승70패2무를 기록,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kt와 동률 5위를 기록한 SSG는 5위 순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기적의 포스트시즌 진출행을 노렸으나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이 9월 내내 부상으로 신음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까지 달린 SSG의 올 시즌은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

그냥 힘 싸움에서 완패했다고 하면 차라리 뒷맛이 덜 껄끄러웠을 것이다. 8월 부진으로 한때 8위까지 처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9월 내내 총력전을 한 건 모든 팬들이 다 안다. 정규시즌 마지막에는 kt보다 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고, 실제 kt가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동안 SSG는 9월 30일에도 경기를 해야 했다. 모두가 지쳐 있었다. 선발 매치업이 유리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SSG는 저력을 발휘했다. 선발로 나선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역투에 역투를 거듭하며 경기 초반 분위기를 만들었다. 엘리아스는 이날 최고 구속 시속 155㎞, 패스트볼 평균 152㎞를 기록할 정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이날 경기에 바치며 6이닝 1실점 역투를 선보였다. 타선도 0-1로 뒤진 3회 정준재의 동점 적시타에 이어 최정이 5회 역전 적시타와 8회 솔로포까지 터뜨리며 3-1로 앞섰다.

SSG는 엘리아스가 6회를 마치고 내려갔고, 7회 올해 홀드왕 노경은이 마운드에 올라 일단 1이닝을 정리하고 승리 흐름을 만들었다. 그런데 경기장이 웅성거렸다. 김광현이 불펜에서 대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광현이 코칭스태프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잡혔다. 사실 예정에 없던 불펜 대기였다. 김광현은 9월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5⅓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지며 2실점으로 호투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까지 딱 이틀을 쉬었다.

SSG는 3-1로 앞서 8회 노경은이 선두 심우준에게 안타를 맞자 김광현을 투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김광현은 대타 오재일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이어 로하스에게 좌중월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주저 앉았다. 로하스 타석 때 제구가 잘 안 된 상황에서 2B에 몰렸고, 결국 3구째 체인지업이 덜 떨어지면서 로하스에게 일격을 당했다. 로하스는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고, 로하스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SSG는 결국 1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렇다면 SSG는 왜 김광현을 투입했을까. 일단 팩트는 경기 전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었고, 경기 상황을 본 김광현의 자원 등판이었다. 다만 처음에는 최종 결정권자인 이숭용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내부 의견을 종합하면 이 감독은 처음에는 그 요청을 물리쳤다. 하지만 김광현이 다시 등판을 자원했고, 이번에는 스태프와 코치들이 이야기를 했고, 결국 김광현과 이 감독의 면담까지 이뤄진 이후 고심 끝에 등판을 결정했다.

▲ SSG 김광현. ⓒ연합뉴스

아주 비합리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kt는 김민혁 로하스가 나올 타이밍이었다. 무사 1루에서 근래 가장 타격감이 좋은 좌타자 김민혁을 일단 막아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SSG 불펜에는 믿을 만한 좌완이 없었다. 가장 근접한 필승조는 한두솔이지만 경험이 많은 선수가 아니고 결정적으로 최근 구위가 다소 떨어져 있었으며 전날 적지 않은 공을 던졌다. 이때 사용할 수 있었던 오원석조차 어깨 부상으로 재활군에 가 있었다.

김광현이 1이닝, 아니 결정적인 아웃카운트 1~2개만 더 잡아주면 뒤에는 9월 ‘41타수 1피안타’의 괴력을 과시한 마무리 조병현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김광현이 직전 kt전에 잘 던졌고, 올해 수원구장에서 열린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한 데이터도 있었다. 김민혁에게도 올해 상대전적 5타수 1안타로 괜찮았다. 그리고 로하스에게는 올 시즌 10타수 무안타로 굉장히 강했다.

하지만 여기서 kt는 오재일 대타 카드로 김광현을 무너뜨렸다. 오재일은 올해 김광현을 상대로는 2타수 무안타였지만, 차분하게 볼넷을 두 개 고른 전력이 있었다. 또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김광현을 상대로 타율 0.364를 기록했다. 원래 김광현을 상대로 약하지 않은 타자였다는 것이다. 오재일과 승부를 실패하면서 SSG의 모든 구상이 꼬였다. 1사 1루와 무사 1,3루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이숭용 감독의 승부수는, 더 노련했던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에 강펀치를 맞았다.

김광현은 2018년 한국시리즈,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책임진 선수다. 선발 등판 사이에 불펜 피칭을 대체하는 실전 등판 경험이 적지 않다. 이틀 휴식 후 원래 오늘 불펜 피칭을 한 번 하는 타이밍이었는데, 힘을 조금 더 줘 실전에서 대체하는 시스템이다. 에이스의 책임감이었다. 하지만 역시 구위가 그 당시만은 못했다. 2018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김광현은 시속 150㎞가 넘는 어마어마한 속구를 선보였다.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에도 시속 140㎞ 중·후반대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이날은 트랙맨 기준 최고 구속이 146㎞, 평균 145㎞에 그칠 정도로 당시와 비교하면 구속이 떨어진 상태였다. 97구를 던지고 이틀을 쉰 김광현이 불펜 피칭에서 좋은 감을 가지고 있었을지는 몰라도 실전에서는 확실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아마도 이숭용 감독이 처음에 김광현의 등판 요청을 거절한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숭용 감독의 첫 생각이 옳았다.

또한 최근 kt전에서도 피안타는 적었어도 볼넷 이슈가 있었다. 1회에 흔들리는 경향도 있었는데 결국 이날 두 타자 모두 초구 볼을 던지면서 어려운 경기가 됐다. 패스트볼 3개가 모두 볼이었고, 그렇다면 kt 타자들이 노릴 다음 공은 변화구로 좁혀질 수 있었다. 2018년과 2024년의 차이는 힘 있는 초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느냐였다. 그때는 됐고, 올해는 안 됐다.

나갈 이유도 있었지만, 그래야 하지 말았을 이유도 있었던 이 승부수는 결국 결과로 판단해야 하는 잔인한 결말을 맞이했다. 차라리 최근 컨디션이 좋은 노경은 조병현으로 8회를 어떻게든 해결하려 했다면 '순리대로 가려 했다'는 평가라도 들을 수 있었지만 이도 안 됐다.

9회 1사 1루에서 추신수 대타 또한 모험수였다. 오른 어깨 부상으로 사실상 전열에서 이탈한 추신수는 최근 한 달간 타격 훈련을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시즌을 접었고, 9월 30일 키움전 이후에도 포스트시즌 출전은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추신수는 항상 “나는 훈련 없이 결과를 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면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올해 막판은 타석에 욕심이나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신인 정현승을 대타 카드가 마땅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고, 박영현도 추신수의 존재감에 볼 2개를 던진 건 맞았다. 하지만 kt도 추신수의 어깨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냥 존에 공을 던졌고, 2B-1S에서 들어온 패스트볼을 추신수가 파울로 놓친 것에서 결국 승부는 끝이었다. 추신수는 눈에 들어온 공이라 아마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힘껏 스윙을 했겠지만 스윙 후 방망이조차 제대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오른 어깨는 이미 망가져 있었다. 동점까지 한 베이스가 부족했던 SSG의 시즌은 그렇게 끝났다.

▲ SSG 추신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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