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중단 104분 동안 이글스에 무슨 일이? 재개 직후 터진 적시타 4개

사진 제공 = OSEN

노시환 역전타 무렵 쏟아지는 폭우

오후 6시 30분 무렵이다. 5회 말이 시작된다. 스코어는 4-4로 팽팽하다. (15일 대전 이글스 파크, LG-한화)

선두는 안치홍이다. 좌익수 쪽 안타를 치고 나간다. 통산 2700루타째다(역대 32번째 타자). 때맞춰 관중들이 하나 둘 우산을 펴기 시작한다.

1사 후. 빗줄기가 갑자기 굵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시환의 배트에서 불꽃이 튀긴다. 맹렬한 타구가 왼쪽 파울 라인을 타고 흐른다. 2루타다.

1루 주자(안치홍)의 달리기를 감안하면 홈은 무리다. 그런데 좌익수(김현수)의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그 찰나를 놓칠 리 없다. 3루 코치 김재걸이 팔을 돌린다. 전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결단이다. 내친김에 홈을 판다. 그리고 여유 있게 득점에 성공한다.

균형이 깨진다. 스코어보드의 숫자가 5-4로 바뀐다.

계속된 1사 2루다. 다음 타자 채은성의 타석이다. 초구에 방망이가 헛돈다. 여기서 구심이 타임을 부른다. 그러더니 선수들을 모두 불러들인다. 경기 중단 선언이다. 이때 시간이 오후 6시 43분이다.

중단 결정은 당연하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이 정도면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 선수들 안전과 그라운드 보호가 필요하다. 물론 관중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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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타가 1분만 늦었어도…

그것 참 묘하다. 지나고 보니 그렇다. 하필이면 왜 그 타이밍일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만큼 여러 요소들이 우연히 맞물렸다.

우선 폭우가 내린 시간이다. 조금 일찍 내렸거나, 늦었으면 어떨까.

노시환의 2루타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분 상관이다. 확연히 다른 상황으로 전개됐을 가능성도 있다.

멈춘 시간이 짧지 않다. 무려 1시간 44분(104분) 동안이나 중단됐다. 이 정도면 꽤 긴 편이다. 보통이라면 다른 결정도 가능했을 것이다.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따져보자.
우선은 ‘(경기 후) 우천 취소’가 떠오른다. 비 때문에 내려지는 일반적인 처분이다. 그냥 없던 셈 치는 일이다. 스코어도, 개인 기록도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별도의 일정을 잡아서, 1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어제 경기는 그럴 수 없었다. 이미 게임의 성립 요건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5회가 종료돼야 정식 경기로 인정된다. 그런데 홈 팀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 5회 말이 끝나지 않아도, 우세할 경우다. 이를테면 (이기고 있으면) 9회 말이 필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당시는 5-4로 이글스가 리드를 잡았다. 1사 2루였지만, 더 공격해서 결과를 봐야 할 이유는 없다. 그대로 끝난다고 해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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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취, 강우 콜드가 어려웠던 이유

다만, 중요한 고려사항이 있다. 공정성 혹은 형평성이다.

만약 콜드게임이 선언된다고 치자. 5-4는 너무 아쉬운 스코어다. 정말로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그런 결정을 할 심판은 없다.

최대한 기다려서, 경기를 속행시키는 게 맞다. 그래야 아쉬움도, 뒷말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얘기다. 노시환의 2루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혹은 공을 몇 개 더 봤으면, 시간적으로 몇 분이 더 지체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어쩌면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지 모른다.

만약 2루타가 없었다면, 그래서 스코어가 4-4로 팽팽한 상태였다면. 노 게임(No game) 선언도 고려사항이다. 그게 오히려 더 쉬운 결정일 것이다.

왜?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시간을 긴장 상태로 대기해야 한다. 그러다가 속행되면 피로감이 훨씬 더 높다. 투수 소모도 가중된다.

여기에 이동일이라는 변수도 작용한다. 어제의 경우가 그렇다. 물론 이날의 1~2위 대결도 중요하다. 그러나 계속되는 일정도 똑같은 한 게임이다. 그걸 위해서 빨리 가서 쉬어야 한다. 다음 대진 장소로 떠나야 한다. 마냥 기다리는 게 달가울 팀은 없다.

서스펜디드(Suspended) 게임이라는 방식도 있기는 하다. 추후 일정을 잡아 재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중단 때의 스코어나 아웃, 주자, 볼카운트까지 모든 상황 일시정지의 상태로 놓는다.

코로나 시국에서는 종종 치러졌다. 그러나 평소에는 웬만해서 선언되지 않는다. 피로감이 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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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옷만 갈아입고, 확실히 끝내자 별러”

아무튼.

6시 43분 중단이 선언되고 긴 시간을 기다렸다. 이례적인 공백이다.

무려 104분 만에 플레이볼이 선언된다. 동시에 천둥번개가 몰아친다. 홈 팀의 타선이 갑작스럽게 폭발한 것이다.

채은성의 3구째다. 그러니까 경기 재개 후 두 번째 공이다. 카운트는 0-2로 투수가 유리했다. 여기서 슬라이더(126km)를 완벽하게 받아친다. 중전 적시타로, 노시환이 홈을 밟는다(스코어 6-4).

멈추지 않는다. 2사 후에도 이어진다. 이번에는 이도윤이 좌중간을 뺀다. 2루타로 또 한 점이 추가된다(스코어 7-4).

그리고 최재훈, 황영묵, 이원석도 연속 안타를 터트린다. 그때마다 이닝 보드에 숫자가 바뀐다. 어느 틈에 9-4가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최종 스코어 10-5)

이걸 거면 차라리 강우 콜드게임이 낫다. 패한 원정 팀은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104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점이 궁금해진다.

한 가지 외형적인 요소는 있다. 트윈스는 직전 투수 이지강이 다시 마운드에 올라왔다.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이 정도 공백이면 교체되는 게 상식적이다.

SPOTV 중계진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지강 선수는 본인이 직접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얘기했다고 한다. 불펜에서 일찍 가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럼 이글스 타선의 각성은 이유가 뭘까.
한때 팔푼이였던, 그러나 이날은 MVP급 활약을 펼친 안치홍의 말이다.

“하늘이 도와주는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중단 시간에) 마음을 놔 버리지 말고, 젖은 옷만 갈아입고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순간에는 확실하게 이기자는 마음들이 모였다.”

물론 팀장답게 팬들도 잊지 않는다.

“빗속에도 계속 남아서 응원해 주신 팬들의 모습이 선수들에게 힘이 됐다. 그게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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