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노인 수면장애] 오뉴월 바람 불면 잠 못 든다
예년보다 길어진 폭염으로 체온 조절 기능 떨어져
수면무호흡·사지운동증·스트레스·불안 등 원인
나이 들면서 유병률 증가… 65세 이상 50% 겪어
수면제 사용 땐 만성화돼 생활습관 교정이 우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일주기 리듬의 변화가 생긴다. 생체 리듬의 전진으로 멜라토닌의 최고점이 젊은 성인에 비해 일찍 나타나며,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깨는 변화가 생긴다. 수면 양상이 변화해 야간 수면 시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면 효율이 감소하고 중도에 깨거나 일찍 깨는 경우가 많아진다.
불면증이란 잠이 불충분하거나, 잠들기 어려움, 자주 깸,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듦, 수면 시간이 짧다고 느껴지거나 개운치 않다고 느끼는 등의 증상이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노인의 경우는 잠이 들기 힘든 입면 곤란보다는 수면 유지 곤란증을 흔히 겪는다. 불면증의 기간이 한 달 이내이면 일시적 불면증, 6개월 이상이면 만성적 불면증으로 분류된다.
수면장애는 노인에게서 가장 큰 호소 중의 하나로서, 성인의 경우 일시적 불면증은 전인구의 3분의 1에서, 만성적 불면증은 10% 내외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이 크게 증가해 65세 이상 노인 유병률은 연구에 따라 50% 내외까지 보고되고 있다.
노인 수면장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정신생리적 불면증으로, 전체 불면증의 약 25%를 차지한다. 스트레스 등으로 불면이 시작된 뒤, 잠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교감신경계를 긴장시켜 불면이 지속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일시적일 수도 있고 만성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데, 지나치게 잠을 청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교감신경 항진이 이어져 만성화되기 쉽다.
불면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으로는 우울증이 있다. 환자는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며, 수면 중에는 염세적인 꿈이 늘고 수면 초반부에 렘수면이 빨리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불안과 스트레스 역시 불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가족을 간병하는 노인이나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 중에서도 불면을 호소하며 수면제 처방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와 함께 흔히 나타나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심각한 질환이다.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고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무호흡 발생은 증가하며, 혈중 산소 포화도 저하로 고혈압·부정맥·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또한 얕은 수면으로 인해 환자는 불면증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호흡 환자가 수면제나 진정제로 단순 치료를 받으면 호흡 억제가 심해져 위험하다.
주기적 사지운동증은 흔한 수면장애다. 수면 중 일정 간격으로 다리 근육이 반복적으로 수축되면서 깊은 잠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어나 낮 동안 졸림을 호소하게 된다. 환자 본인은 원인을 알지 못해 단순 불면증으로 오해하기 쉽다. 수면무호흡증과 동반되기도 하며, 임신·빈혈·신장질환·신경염 등이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은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워 불면을 호소하는 노인 환자에게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질환이다.
하지 불안 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충동을 반복적으로 느끼는 병이다. 이 외에도 나이가 들어 생체 리듬이 변해 잠이 들고 깨는 시간이 이동해 저녁에 더 일찍 자고 새벽에 잠이 깨게 돼서 불면증으로 느낄 수 있는 수면 주기 전진 증후군, 꿈꾸는 수면에서 힘쓰는 근육이 풀리는 정상적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꿈의 내용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생기는 수면장애인 렘수면 행동장애 등이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 홍차, 녹차, 초콜릿, 에너지 음료 등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베타 차단제, 중추신경 자극제, 이뇨제, 기관지 확장제 등의 약물도 불면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제·진정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중단 시 반동성 불면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불면증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감별 진단이다. 유발·지속·악화 요인을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수면제나 진정제를 사용하면 만성화되거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의 경우 장기 복용 시 낙상과 골절, 두부 손상 위험이 커지고, 반감기가 긴 약물이나 향정신성 약물은 부작용 때문에 피해야 한다. 뚜렷한 신체적 원인이 없다면 생활 습관 교정이 우선이며, 급성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처럼 증상이 심할 때만 단기간 최소량의 수면제를 사용한다. 만성 불면은 의존성과 내성 위험 따라서 원인을 찾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약물적 치료 방법으로는 △정상 수면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수면 위생 △취침 시간 제한 △자극 조절 치료가 있다. 수면 위생에서는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 유지, 낮잠 자제(또는 30분 이내), 카페인·알코올·흡연 제한, 규칙적 운동, 과식·과음 피하기 등이 중요하다. 취침 시간 제한은 침대에 오래 머무는 습관을 줄여 수면 효율을 높이고, 점차 취침 시간을 늘려 정상 수면 패턴으로 회복하도록 돕는다. 자극 조절 치료는 침실을 ‘잠을 자는 공간’으로 재조건화하는 방법으로, 졸릴 때만 침실에 들어가기, 침대에서 다른 활동을 하지 않기, 20분 내 잠들지 못하면 다른 방으로 이동하기, 기상 시간 고정, 낮잠 금지 등의 원칙을 따른다. 그 외 치료 방법으로는 환자의 잘못된 수면 인식을 교정하는 인지 치료, 긴장과 불안을 완화하는 이완요법·바이오피드백, 광치료 등이 있다. 노인의 수면은 질이 저하되고 자주 깨는 특성이 있다. 만성 불면은 올바른 수면 위생을 습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도움말= 희연요양병원 내과 전문의 김근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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