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의 10대 임산부, 선생님의 선택은?
[영화 알려줌] <최소한의 선의> (My Best, Your Least, 2024)
"왜 자꾸 벌을 주세요. 저 학교에서 쫓겨나면요. 그 다음엔 어떻게 해요?"
임신한 고등학생 '유미'(최수인)가 담임교사 '희연'(장윤주)에게 던지는 이 말은, 영화 <최소한의 선의>가 던지는 핵심 질문이다.
영화는 겉보기에 안정적인 삶을 사는 고등학교 교사 '희연'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희연'의 삶은 난임이라는 무게로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고3 대신 고1 담임을 맡고, 집 인테리어도 새롭게 하지만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반 학생 '유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희연'의 일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작품을 연출한 김현정 감독은 '희연'과 '유미', 두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모순적 상황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아이를 갖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기혼 여성과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내몰리는 10대 여성.
이들의 대비되는 상황은 여성의 몸과 재생산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 잣대를 드러낸다.
"여성으로서 사회에 억눌리고 요구되는 요소들에 대해 공감되고, 이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김현정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현실의 여성들이 마주하는 억압과 편견을 예리하게 포착하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의 가능성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최소한의 선의>는 단순히 '착한' 영화가 아니다.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가능한 작은 희망을 찾아가는 영화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럼에도 그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또한, <최소한의 선의>는 타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에 관한 이야기다.
김현정 감독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보통 자신의 삶 하나 영위하기가 힘들어 사실 타인을 지켜본다는 게 쉽진 않다"면서도 "나이나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여성이 점점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시간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영화가 섣부른 해결책이나 감상적인 결말을 피한다는 점이다.
"'희연'은 숱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불쑥 찾아온 '유미'로 인해 변한다"라며, "타인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 그리고 그 마음이 다시 자신에게 선물처럼 돌아온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우리가 놓치고 있다고 여겼고 새삼스레 꺼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는 감독의 말은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보여준다.
"영화를 작업하면서 '최소한의 선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굉장히 많이 던졌고, 그때마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라는 김현정 감독은 "상대를 기다려주는 것, 갈등이 있더라도 쉽게 속단하지 않고 한 번 더 지켜봐 주는 것"이 최소한의 선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화는 이처럼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 집중한다.
<베테랑> 시리즈와 <세자매>(2021년)에서 톡톡 튀는 매력을 선보였던 장윤주는 이번 작품에서 180도 다른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그동안 계속 톡톡 튀는 캐릭터를 영화에서 보여줬는데, 환기를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결을 보여주고 싶었던 때였다"는 장윤주의 말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서정적이고 진중한 매력을 선보인다.
장윤주는 캐릭터를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고 나왔던 의상의 80%가 내 옷이다. '희연'이라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디자인이 안 들어간 의상을 입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밝힌 것처럼, 난임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교사로서 책임감과 개인으로서의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희연'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장윤주가 부른 엔딩곡 '그 마음들이 모여'는 영화의 메시지를 아름답게 승화해 준다.
장윤주는 "엔딩곡을 제안받았을 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기뻤고, 이번에 영화 음악으로 참여하게 되어 감사했다. 가사를 보면서 '희연'이 진짜 하고 싶었던 속마음 같은 메시지여서 울컥했다"라는 도전 소감을 전했다.
한편, 데뷔작 <우리들>(2016년)에서 아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최수인은 임신한 여고생 '유미' 역을 맡아 한층 성숙한 연기를 선보인다.
"<우리들>이 내 인생에서 연기를 하면서 처음 만난 작품이었다면, <최소한의 선의>는 20살이 되어 성인이 되고 만났던 첫 작품"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최수인은 "'유미' 캐릭터나 성격이 나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수인은 "'희연' 선생님이 '유미'한테 보여준 선의, 그리고 '유미'가 선생님이나 친구들한테 보여준 그런 선의들이 모여서 그게 최소한의 선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전하며, 영화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선의'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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