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스타트업 AI 실증판 키운다…돌봄 로봇까지 확장

서울 영등포구 KB금융그룹 본사 /사진 제공=KB금융

KB금융그룹이 스타트업 협업 프로그램을 계열사 현업 과제와 연결한 인공지능(AI) 실증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있다. 법무·감사·상담·보험·글로벌 고객확인(KYC) 등 금융 업무 전반에 AI 기술을 붙이는 동시에 시니어 돌봄 로봇까지 실증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지원 방향을 금융회사와 혁신기업 간 협업, 인공지능 전환(AX) 분야 집중 육성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권 오픈이노베이션도 단순 육성을 넘어 사업화 검증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2026 KB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등 8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스타트업 협업 과제를 제시했다. 모집 과제는 국내 사업 13개와 글로벌 사업 2개 등 총 15개다.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스타트업 지원보다 실증에 있다. 선정 기업에는 기술검증(PoC) 지원금 1000만원, KB금융 계열사와의 사업 협력 기회,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룸, KB스타터스 수시 선정 기회 등이 제공된다. PoC 우수기업에는 지원금 1000만원이 추가 지원된다.

이번 과제 대부분이 계열사별 현업 문제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KB금융은 감사 실무 적용을 위한 코파일럿 에이전트(M365 Copilot Agent) 구축과 법무  AI에이전트(AI Agent) 개발을 과제로 냈다. 감사 부문에서는 기존 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사무용 소프트웨어처럼 활용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법무 부문에서는 판례문과 제재 결과 요약, 유사 사건 비교, 계약상 법률 리스크 탐지 기능 등을 검토한다.

KB국민은행은 금융상담 에이전트의 실시간 답변 품질 평가·통제 시스템, AI 기반 부동산 담보물 이상탐지 시스템, 영업점 신설·이전·통폐합을 위한 입지 분석 시스템을 과제로 제시했다. 상담 품질 관리, 담보 리스크 탐지, 점포망 재편 등 은행 업무의 판단 영역에 AI와 데이터 분석을 붙이려는 시도다.

증권·보험 계열사도 AI 실증 과제를 냈다. KB증권은 '그래프 검색증강생성(Graph RAG)' 기술을 활용한 대고객 업무 검색 방식 보완과 크립토 관련 프로세스 조성 및 그룹 시너지 확보를 추진한다. 그래프 검색증강생성 기술은 데이터의 복잡한 관계를 모델링한 지식 그래프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결합해 단순 텍스트 유사검색보다 높은 정확도로 추론하는 고급 기술을 말한다.

KB손해보험은 다이렉트 장기보험 상담기록 기반 디지털 설계사 콘텐츠 개발, AI 기반 사고영상 분석을 통한 자동차 사고 과실조사 자동화를 과제로 제시했다. KB국민카드는 건강보험급여채권 기반 의료기관 팩토링 서비스 구축을 추진한다.

시니어 케어도 이번 실증판의 주요 축으로 들어왔다. KB라이프생명은 시니어 케어를 위한 로봇서비스 개발을 과제로 냈다. 케어 로봇을 활용해 아침 복약 안내, 건강 체크, 무응답 시 알림, 가족과의 소통, 생활정서 지원 등을 구현하는 내용이다. 이는 KB금융이 5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공지능 엑스포 코리아 2026(AI EXPO KOREA 2026)'에서 선보일 피지컬 AI 기반 시니어 케어 서비스와도 맞물린다.

KB금융그룹 오픈이노베이션 관련 주요 사항 /자료 제공=KB금융

KB금융은 생성형 AI 기업 제논과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시니어 케어 서비스 모델을 개발 중이다. 전시에서는 대화와 감정 교류를 통한 정서 케어, 복약·일정 안내, 건강 체크뿐 아니라 로봇의 손을 활용한 복용약 전달, 재활 보조 같은 물리적 상호작용 시나리오도 시연할 예정이다.

이는 KB금융의 시니어 사업이 금융상품 판매를 넘어 돌봄·건강·주거·재무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B금융은 시니어 특화 브랜드 'KB골든라이프'를 통해 계열사 역량을 묶고 있으며, 올해 1월 서울 역삼동 KB라이프타워에 에이지테크랩을 마련해 시니어 대상 기기와 서비스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금융위원회는 4월29일 '핀테크, 연결의 장' 행사를 열고 핀테크 기업, 금융회사, 투자기관, 정책금융기관 간 협업과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청년창업과 AX 관련 핀테크 기업을 중점 육성하고, AI 기술 활용 지원과 금융회사 핀테크 랩 연계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KB금융의 오픈이노베이션이 금융 당국의 핀테크 지원 방향에 힘을 싣는 셈이다. 과거 금융회사 핀테크 랩이 스타트업 보육과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계열사 현업 문제를 제시하고 외부 기술로 검증하는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스타트업에게 혁신 기술이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며 "계열사 협업을 바탕으로 실증 기회 제공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혁신 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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