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벼락 맞는 선례 남겨야”…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자에 의사들 모금 행렬

복귀 전공의 명단을 작성한 얼굴을 가린 의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의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했다가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돕자는 취지의 모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면허 번호를 인증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의사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에게 송금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부산의 피부과 원장이라고 소개한 한 이용자는 전날 저녁 특정 계좌에 500만원을 보낸 인터넷 뱅킹 화면을 찍은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약소하지만 500만원을 보냈다”며 “내일부터 더 열심히 벌어서 또 2차 인증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구속 전공의 선생님 송금했습니다’라는 글에서 1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인증했다. 이어 “이것밖에 할 게 없는 죄인 선배”라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적었다.

메디스태프에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옹호하는 듯한 글도 이어졌다.

10만원 송금을 인증한 한 이용자는 “꼭 빵(감옥)에 들어가거나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을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선봉에 선 우리 용사 전공의가 더 잘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6300이지만 소액을 송금했다”라거나 “계좌 잔액이 얼마 남지 않아 작은 돈이지만 십시일반이라 생각해 송금했다”는 등의 인증 글이 잇따랐다.

이들은 대체로 정 씨의 구속이 부당하고 주장했다. 일부 이용자는 욕설을 섞어 가며 “구속은 선을 세게 넘은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공의가 구속되기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여론도 비슷했다.

한 이용자는 “나는 마통 쓰는 백수인데도 10만원을 송금했다”며 “현직으로 로컬(개원가)에서 돈 버는 의협 사람 중에 자기 돈 10만원이라도 보낸 사람 있나”라고 의협을 비판했다.

한편, 의사단체들은 전공의가 인권유린을 당했다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블랙리스트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