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75살 중국, 113살 대만의 조국이 될 수 없다"

친미·독립 성향으로 알려진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중화민국(대만)의 조국이 될 수 없다"고 공개 발언했다. 건국기념일을 앞두고 다시금 '양국론'을 꺼내 중국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화롄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28일 대만 화롄의 공군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5.28. /로이터=뉴스1

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대만의 자유시보 등을 종합하면 라이 총통은 지난 5일 북부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건국기념일(쌍십절) 관련 행사에 참석해 대만과 중국의 건국사를 자세하게 소개하며 "대만 정부가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산당의 중국이 대만의 모국(조국)이 되는 일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CNN은 "라이 총통이 10월 10일 대만 건국기념일을 앞두고 중국과 대만 정부의 정치적 뿌리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중국을 더욱 자극할 생각으로 역사를 파헤쳐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다"며 "대만은 주권적이고 독립적인 국가"라는 표현도 썼다고 전했다.

라이 총통은 이날 연설에서 "최근 우리 이웃인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건국 75주년을 10월 1일에 축하해줬다"며 "며칠 후면 중화민국(대만)의 113주년을 축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연령 측면에서만 봐도 중국이 대만의 조국이 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 라이 총통은 또 만약 누군가가 중화인민공화국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다면 정확한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면서 '조국'이라는 두 글자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 발언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계속 지적됐던 양안 갈등을 다시금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번졌다. 라이 총통은 5월 20일 취임식 연설에서 "중화민국 헌법에 따라 중화민국 주권은 국민 전체에 속하고, 중화민국 국적자는 중화민국 국민이며,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각종 위협 속에서 우리는 국가 수호의 결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CNN은 오는 10일 라이 총통이 첫 건국기념일 연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양측 정상들은 국경일 연설로 상대를 염두에 둔 메시지를 전달해왔기 때문이다. 앞선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건국 75주년 국경절을 맞아 "(대만과의 통일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이자 정의의 대의고, 인민의 공통된 열망"이라며 "역사의 행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표현으로 통일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또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해협 양쪽의 사람들은 피로 연결돼 있다"고 말하며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에 단호히 반대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한편 1959년 타이베이현에서 태어난 라이 총통은 대만대 물리치료학과, 대만성공대 의대, 하버드 대학원을 나와 타이난시에서 내과 의사로 일하다 1994년 정치에 입문했다. 1998년 입법위원(국회의원)에 당선돼 4선을 했으며, 2010년 타이난 시장에 당선돼 연임에 성공했다. 중앙 정치 무대에는 2017년 경제 부진 등 책임을 지고 사퇴한 린취안 행정원장(국무총리)의 후임으로 데뷔했다. 올 1월 선거에서 승리해 1996년 총통 직선제 도입 이후 첫 부총통 출신으로 총통에 올랐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