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창업자에 '슈퍼 의결권'… IPO 앞서 '머스크식' 경영권 방어 장치 [이규화의 글로벌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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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창업자들에게 일반 주식보다 훨씬 강한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앤트로픽처럼 AI가 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이 막대한 기업에서 소수 경영진에게 지나치게 강한 권한이 집중될 경우 '누가 창업자를 견제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IPO 이후 앤트로픽이 월가의 압력에 밀려 수익성 중심 기업으로 변할 것인지, 아니면 창업자와 LTBT를 중심으로 기존의 '안전 우선' 철학을 유지할 것인지가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차등의결권 부여 조치는 '누가 AI의 미래를 결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앤트로픽의 지배구조 실험이 AI업계에서 자본시장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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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2% 아모데이 CEO에 강력한 의결권 부여
'AI 안전'과 월가 수익 압박 사이 방화벽 구축
'안전한 AI 개발' 가치 지킬 수 있을지 관심
공식성 높은 AI기업서 소수 권한 집중 비판도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창업자들에게 일반 주식보다 훨씬 강한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서류를 제출한 바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18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지 않은 창업자들이 상장 이후 경영과 전략에 대한 결정권을 상당 부분 유지할 수 있도록 별도의 차등의결권 주식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의 현재 지분은 약 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앤트로픽이 막대한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희석된 결과다. 따라서 일반적인 '1주 1표' 구조로 상장할 경우 창업자들이 회사의 장기 전략을 주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도 지난 6월 스페이스X 상장에 앞서 자신이 초과의결권을 갖는 구조를 도입했다.
이번 조치가 '창업자에게 황금주를 부여한다'고만 본다면 단견에 그친다. 앤트로픽은 이미 상당히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달리 델라웨어주 공익기업(Public Benefit Corporation)으로 설립됐다. 2023년부터 '장기이익신탁'(LTBT·Long-Term Benefit Trust)이라는 독립적인 감독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신탁이 보유한 '클래스 T' 주식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보다는 이사회 일부를 선임·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앤트로픽은 장기적으로 신탁이 이사회의 과반을 선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즉 앤트로픽의 지배구조에는 이미 '주주들의 단기적 이익'만으로 회사의 방향이 결정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창업자 차등의결권 추진은 기존 장기이익신탁을 대체하는 조치라기보다 또 하나의 경영권 방어막을 추가하는 것에 가깝다.
LTBT가 '회사가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AI를 개발하도록 감시하는 장치'라면, 창업자 차등의결권은 '그러한 장기 전략을 실제 경영진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디인포메이션 등 미 언론의 시각이다. 앤트로픽이 스스로 밝힌 LTBT의 설계 목적도 주주의 재무적 이해와 AI의 장기적 공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있다.
여기에는 앤트로픽이 처한 독특한 위치가 작용한다. AI 경쟁은 막대한 자본을 요구한다. 앤트로픽은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보를 위해 거액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그 과정에서 창업자들의 지분율은 낮아졌다.
여기에 IPO를 하게 되면 상황은 더욱 달라진다. 수많은 기관투자가와 일반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만큼 주가와 실적, 수익성에 대한 압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밖에 없다. AI 모델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때로는 출시를 늦추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안전 연구에 투자해야 하는 앤트로픽 입장에서는 월가의 분기 실적 압박이 장기적인 AI 안전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차등의결권 추진의 의미가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돈을 대는 투자자'와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창업자'를 어느 정도 분리하려는 것이다.
지분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희석될 수 있지만, 경영 철학과 기술적 비전까지 희석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는 메타와 같은 창업자 중심의 기술기업에서 익숙한 방식이다. 앞서 스페이스X 상장 과정에서도 일론 머스크에 강력한 통제력을 부여한 바 있다.
물론 이 구조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가 장기적인 비전을 밀어붙일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외부 주주의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앤트로픽처럼 AI가 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이 막대한 기업에서 소수 경영진에게 지나치게 강한 권한이 집중될 경우 '누가 창업자를 견제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앤트로픽이 LTBT를 별도로 구축한 것도 바로 이런 문제의식과 연결돼 있다. 최근에는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벤 버냉키까지 LTBT에 합류하는 등 이 독립적인 감독기구의 역할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디인포메이션은 전했다.
이번 조치는 앤트로픽이 하나의 AI 스타트업을 넘어 거대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프런티어 AI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막대한 투자금을 받아야 경쟁에서 살아남지만, 그 결과 창업자의 지분과 통제력이 약해지는 역설을 차등의결권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특히 앤트로픽이 안전한 AI 개발을 핵심 정체성으로 내세워온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더욱 의미가 크다.
IPO 이후 앤트로픽이 월가의 압력에 밀려 수익성 중심 기업으로 변할 것인지, 아니면 창업자와 LTBT를 중심으로 기존의 '안전 우선' 철학을 유지할 것인지가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차등의결권 부여 조치는 '누가 AI의 미래를 결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앤트로픽의 지배구조 실험이 AI업계에서 자본시장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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