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양치만 믿었는데”…치실 쓰면 뇌졸중 위험 23% 낮았다
스트로크 논문서 치실 사용자, 허혈성 뇌졸중 위험 23% 낮은 경향 확인
칫솔질만으론 치아 사이 음식물·세균 제거 한계…하루 1번 치실 습관 중요
“칫솔질 3분이면 충분한 줄 알았는데…”

이 좁은 틈이 구강 건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치아 사이 관리가 충치나 입 냄새 문제를 넘어 혈관 건강과도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치실 사용의 의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외래 질병 1위, 감기 아닌 ‘치주질환’
잇몸병은 생각보다 훨씬 흔하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외래 다빈도 상병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1958만8686명으로 집계됐다.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1년 사이 ‘잇몸 문제’로 병원을 찾은 셈이다.
2022년 1809만549명이던 환자 수는 2023년 약 1883만명, 2024년 1958만명대로 늘었다. 치주질환은 더 이상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양치질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는 사이, 치아 사이와 잇몸선 가까운 곳에는 ‘치태’가 남을 수 있다.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증상은 흔히 피곤해서 생긴 일로 넘긴다. 하지만 치주질환은 입안에만 머무는 문제가 아니다. 구강 내 세균과 염증 반응은 혈관을 통해 전신 염증 부담과 맞물릴 수 있다.
칫솔질은 치아 겉면을 닦는 데 효과적이지만, 치아와 치아 사이의 좁은 공간까지 완전히 관리하기는 어렵다. 입안은 깨끗해 보여도 가장 좁은 틈에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막이 남는다. 치실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실 사용자, ‘허혈성 뇌졸중’ 위험 낮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의대 수빅 센 교수 등 연구팀은 미국 ARIC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치실 사용과 뇌졸중·심방세동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Stroke 2026년 5월호에 실렸다.
연구 대상은 뇌졸중 과거력이 없고 치아가 있는 성인 6200명이다. 연구진은 치실 사용 여부를 확인한 뒤 중앙값 23.7년 동안 허혈성 뇌졸중과 뇌졸중 아형, 심방세동 발생을 추적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치실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23% 낮았다. 심장 쪽에서 생긴 혈전이 뇌혈관으로 이동해 발생하는 심장색전성 뇌졸중 위험은 약 40%, 심방세동 위험은 12% 낮게 나타났다.
물론 이 결과를 “치실이 뇌졸중을 막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치실을 꾸준히 쓰는 사람은 식습관, 흡연 여부, 운동, 치과 이용, 혈압 관리 등 다른 건강습관도 함께 좋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도 인과관계를 확정하는 임상시험이 아닌 관찰연구다.
그럼에도 의미는 작지 않다. 혈관 건강을 말할 때 흔히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만 떠올리지만, 만성 염증 관리도 빼놓기 어렵다. 입안 염증은 매일 거울 앞에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센 교수는 연구에서 치실 사용이 구강 감염과 잇몸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염증이 뇌졸중 위험과 관련된 만큼 정기적인 치실 사용의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치매까지 단정은 금물…연결성은 있다
구강 건강과 뇌 건강의 관련성도 계속 연구되고 있다. 국내 국민건강보험 자료 기반 연구에서는 심한 치주질환과 치아 상실이 있는 집단에서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혼합형 치매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또 다른 국내 대규모 연구에서도 치주질환, 충치, 치아 상실과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됐다. 국민건강보험 기반 약 255만명 데이터를 분석한 서울대·고려대 공동 연구팀은 치주질환, 치아우식증(충치), 치아 상실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여기서 선을 넘는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치실 사용만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치주질환 역시 치매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오래 방치된 잇몸 염증이 입안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신 건강과 연결된 관리 대상일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뇌졸중은 혈관성 치매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뇌 건강을 말할 때 혈압, 당뇨, 흡연, 운동과 함께 만성 염증 관리가 언급되는 이유다.
치실은 거창한 건강법이 아니다. 돈이 많이 드는 장비도 아니다. 하지만 칫솔이 놓치는 자리를 매일 확인하게 만드는 가장 단순한 도구다.
◆하루 1번, 세게 넣지 말고 부드럽게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치실은 하루 1번 정도를 목표로 하면 된다. 30~40cm가량 끊어 양손 손가락에 감고, 치아 사이에 천천히 넣는다. 잇몸선에 닿으면 치아 옆면을 C자 형태로 감싸듯 움직인다. 위아래로 부드럽게 문지르되, 잇몸을 찍듯 세게 누르면 안 된다.
처음에는 피가 날 수 있다. 이미 잇몸 염증이 있거나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을 때 흔하다. 출혈이 오래가거나 잇몸이 붓고 통증이 반복되면 치과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칫솔질 3분이 헛수고라는 뜻은 아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 순간, 가장 좁은 틈은 계속 남는다. 욕실 불을 끄기 전 서랍을 한 번 더 열어 치실을 꺼내는 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치아 사이를 확인하는 이 작은 습관이 잇몸과 혈관 건강을 지키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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