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비 아끼려는 게 아니에요”… 日 은퇴 부부 홀린 ‘편의점 차박’

이경은 기자 2026. 7. 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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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의점 로손의 1년 실험
이용객 호응 높아 사업 확대
반려동물 가족이 30% 차지
[왕개미연구소]

“숙박비를 아끼려는 게 아닙니다. 차박 자체가 즐거워요.”

일본 편의점 체인인 로손이 운영하는 차량 숙박(차박) 서비스 이용자 후기다. 편의점 주차장을 하룻밤 숙소로 빌려주는 이 서비스가 일본 은퇴 부부들의 새로운 여행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이용객의 80%는 50대 이상 중노년층 부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차박 이용객들은 식재료를 쉽게 구매할 수 있고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있어 안심할 수 있다는 점, 저렴한 이용 요금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로손

◇하룻밤 2만3000원... 전기·화장실 완비

로손은 지난해 7월 일부 점포 주차장을 차박 공간으로 개방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된 사업이다. 지바현 7개 점포에서 1년간 시범 운영했는데, 이용객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서 운영 점포를 28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서비스 지역도 사이타마·시즈오카·아이치현으로 확대했다. 로손은 향후 약 70개 점포까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용 요금은 1박에 2500~3000엔(약 2만3000~2만8000원). 이용객은 편의점 주차장에 본인 차량을 세우고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전기 사용을 위한 연장선과 화장실, 쓰레기 봉투도 제공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용자 특성이다. 로손은 당초 호텔 숙박비가 비싸져서 숙소 대신 차박을 선택하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들의 목적은 달랐다.

이용객 대부분은 이미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로, 절약보다는 차박 자체를 즐기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했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 부부 여행객이 80%를 차지했다. 이용 차량의 절반 이상은 캠핑카였고, 나머지도 차박용으로 개조한 차량이었다.

일본 사이타마현의 로손 편의점 사야마카미오쿠토미(狭山上奥富)점. 로손은 전국 약 1만4000개 점포 중 3000곳 이상이 충분한 규모의 주차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로손

반려동물을 동반한 여행객도 적지 않았다. 전체 이용자의 약 30%가 반려동물과 함께 서비스를 이용했다. 호텔 숙박이 쉽지 않은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은 셈이다.

특히 연휴 기간에 수요가 집중됐다. 일본의 추석인 오봉 연휴와 연말연시 가동률은 90%를 웃돌았다. 겨울에는 새해 첫 해돋이를 보기 위한 이용객이 몰리면서 12월 31일 예약률은 100%에 달했다.

차박 문화가 확산되면서 일본 유통업계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로손 이용객의 90% 이상은 숙박 당일 편의점에서 500엔 이상을 추가로 구매했다. 식재료와 간식, 음료를 24시간 편리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차 한 대에 편의점 주차장 두 대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큰 캠핑카도 주차 가능하다./자료=로손 홈페이지

◇소음 등 민원 걱정했지만 1년간 ‘0건’

사업 초기엔 우려도 있었다. 로손은 소음이나 무단 취사, 주차장 혼잡 등으로 인한 민원 발생 가능성을 걱정했다.

하지만 차량 밖에서의 취사와 텐트 설치를 금지하고 차 안에서만 식사하도록 규정을 마련한 결과, 1년 동안 인근 주민들의 민원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차박 인기가 일본 사회의 고령화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은퇴 후 시간은 많아졌지만 체력 부담이 큰 해외여행이나 단체 관광 대신, 부부가 원하는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캠핑카 여행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캠핑카 보유 대수는 2016년 10만대에서 2025년 17만3000대로 크게 늘었다.

한국에서도 차박 인구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젊은 층 중심의 레저 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호텔 대신 차 안에서 부부가 하룻밤을 보내는 여행. 고령화가 여행 산업과 소비 문화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일본의 실험이 한국에서도 재현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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