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서 선장으로 인생 2막 “귀어학교서 ‘바다’를 배웠죠”

인천=공승배 기자 2024. 10. 31.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도권이라 수요가 많다 보니 잡은 어획물은 100% 팔린다는 게 인천 어촌의 매력이죠."

2020년 인천 옹진군 영흥도로 귀어(歸魚)한 하도근 씨(40)는 인천 어촌의 장점을 이렇게 꼽았다.

정의창 씨(36)도 올해 4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인천 영종도로의 귀어를 준비하고 있다.

정 씨는 올 5월 인천귀어학교에서 어촌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고, 어선을 판매하기로 한 선주에게 어업을 배우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4 Sea FARM SHOW]
인천-경기 ‘귀어인 잡기’ 나서… 귀어학교-지원센터 만들어 교육
접근성 좋고 구매수요 많아 장점… “정착지원 등 맞춤형 정책 확대를”
올 5월 인천 중구 영종도에서 인천귀어학교 2기 교육생들이 통발 현장 교육을 받고 있다. 귀어학교에서는 실제 어촌 현장에서 어업, 양식업을 배우는 실무형 교육이 무료로 이뤄진다. 인천시 제공
“수도권이라 수요가 많다 보니 잡은 어획물은 100% 팔린다는 게 인천 어촌의 매력이죠.”

2020년 인천 옹진군 영흥도로 귀어(歸魚)한 하도근 씨(40)는 인천 어촌의 장점을 이렇게 꼽았다. 경기 파주시에서 10년 넘게 택배기사로 일하던 하 씨는 4년 전 귀어를 결심했다. ‘바다는 일한 만큼 돌려준다’는 지인의 말에 연고가 없던 인천에서 바닷사람의 길을 택했다. 일을 배우며 어업을 몸으로 익혔고, 어선까지 구입하면서 선원에서 선장이 됐다.

하 씨는 “아이들의 교육 문제가 걱정이긴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지금의 삶에 더 만족하고 있다”며 “귀어 초기 정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정착 지원금 제도가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어촌에는 부지런한 만큼 보답 있다”

정의창 씨(36)도 올해 4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인천 영종도로의 귀어를 준비하고 있다. 낚시용품 제조회사에 다녔을 정도로 좋아하는 바다에 가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바다를 좋아하는 정 씨에게도 어업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정 씨는 올 5월 인천귀어학교에서 어촌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고, 어선을 판매하기로 한 선주에게 어업을 배우고 있다.

귀어 창업 자금으로 저금리 대출을 받아 어선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인천시는 귀어인을 대상으로 연 1.5%의 이자로 최대 3억 원까지 창업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 씨는 “인천은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없고, 유통망도 잘 형성돼 있다”며 “오전 4시부터 시작되는 일과가 힘들 때도 있지만 부지런한 만큼 보답이 이뤄지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수산기술지원센터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322명이 인천으로 귀어를 했다. 어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인천 농어촌으로 이주한 귀촌 인구수도 매년 4000명 안팎에 이를 정도로 귀어·귀촌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인천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구매 수요가 많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현행 통계상 정 씨와 같이 법정 동(洞)에서 동으로 귀어한 사람은 귀어인으로 분류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동으로 이뤄진 영종 지역으로 귀어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실제 인천 귀어인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귀어학교에서 바다생활 A to Z 배운다

수도권에서 바다와 접해 있는 인천시와 경기도는 귀어인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2022년 ‘귀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인천시는 올해 귀어·귀촌지원센터를 만들고 본격적인 귀어 활성화에 나섰다. 올해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인천귀어학교도 그중 하나다.

귀어학교에서는 실제 어촌 현장에서 어업, 양식업을 배우는 실무형 교육이 무료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4번의 교육에서 한 기수당 약 20명이 교육을 받았다. 시는 교육 후에도 정착과 주거 안정 등 사후 관리까지 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정 씨는 “바다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교육을 받으며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느꼈다”며 “현장 위주 교육이라 어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 교육을 받으면 귀어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청년 귀어인들이 어촌에 원활히 정착할 수 있도록 3년간 총 36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올해 청년 귀어인 유치에 초점을 맞춰 205억 원을 투입한 귀어 정책을 펴고 있다.

인천시는 앞으로 귀어 지원 정책을 더욱 활성화해 2027년까지 약 600명의 귀어인을 유치할 계획이다. 청년 귀어인 비율도 30%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인천시 수산기술지원센터 관계자는 “귀어·귀촌인들의 경영 역량을 강화하고, 주거 지원 등도 다양화해 안정적인 어촌 정착을 유도하겠다”며 “귀어·귀촌인들과 어업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맞춤형 정책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