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3 1000km 시승..연비는 합격!


평소 기아 K3을 좋게 봤다. 분에 넘치는 장비와 충분한 공간을 품은 차가 가격까지 합리적이니까. 그래서 ‘<탑기어> 1000km 시승 시리즈’ 영광의 첫 주인공으로 K3을 골랐는데…. 달리면 달릴수록 새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없는 장비가 없는 실내. HUD? 음...
요즘 같은 때 통풍시트는 축복이다 / 앞뒤 슬라이딩 기능을 갖춘 앞좌석 팔걸이

“1000km 잘 달려보자.” 보닛을 툭툭 치며 K3 시승차와 인사 후 운전석에 앉았다. 첫인상? 없는 게 없다. 타자마자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기에 던져 넣었고, 통풍시트를 3단으로 켠 다음, 메모리시트 1번에 운전 자세를 저장했다. 눈앞으로는 길쭉한 10.25인치 화면 두 개가 빛난다. 그득한 편의장비를 보노라니 장거리 여정 부담이 조금은 가신다.

분위기는 시동 버튼을 누를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엔진 소리는 주변 소음에 묻힐 만큼 조용하고 진동은 잔잔하다. 무단변속기의 매끄러운 변속까지 누리며 아주 편한 차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K3이 덜컹 흔들렸다. 서스펜션이 단단하다. 느낌을 가감 없이 적자면 앞은 적당한데 뒤가 팽팽하달까. 아무래도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차급에 맞게 승차감보다 안정적인 주행에 집중한 모양이다.

인천 즈음에서 찍은 사진. 끊임없이 막혔다

첫 코스는 서울 도심, 시간은 금요일 오후 다섯 시 반이었다. 맞다. 차를 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지경의 교통정체에 갇혔다. 연비가 바닥을 모르고 뚝뚝 떨어진다. 하이브리드는커녕 스탑앤고(정지했을 때 엔진을 끄는 기능이다)도 없어 정지한 시간 그대로 공회전으로 기름을 버린다. 가장 심할 때 확인한 평균 연비는 1L에 6.6km. V8인가? 일반 내연기관 차는 정체 상황에서 답이 없다.

억겁 같던 시간을 지나 정체가 조금 풀려 연비가 반등했다. 금세 1L에 9km를 넘더니 10km대까지 오른다. 1.6L 작은 엔진과 1260kg 가벼운 무게 덕분에 거의 멈춰 서는 정체만 아니라면 효율은 그리 나쁘지 않다. 다만, 연이은 감속과 가속 상황에서 가속 페달 반응이 조금 늦어 운전자 성질을 돋운다. 아마 기어비를 시시각각 조율하는 무단변속기 탓인 듯하다.

누적 주행거리 100km를 조금 넘어서며 도로가 뻥 뚫렸다. K3이 매끄럽게 속도를 높인다. 공기역학적인 세단답게 적은 힘으로 쉽게 가속하고, 가속 페달을 뗐을 때 엔진 저항도 거의 없어 마치 흐르듯이 도로를 달린다. 연비는 폭발적으로 오른다. 시속 100km를 넘어 시속 110km에서도 1L에 20km는 거뜬한 듯하다.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 성능을 내는 G1.6 엔진. 공회전 정숙성이 빼어나다

한적한 도로에서 가속 성능을 안 짚고 넘어갈 순 없다. K3 G1.6은 12년 전 등장한 140마력짜리 1.6L 아반떼(5세대, MD)보다 약한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 성능을 낸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GDI를 버리고 MPI(정확히는 실린더마다 두 개씩 인젝터가 달린 DPFI다)로 돌아온 까닭이다. 그래도 일상 주행 성능은 충분하다. 무단변속기가 급가속 시 최적의 엔진 rpm을 조율해 넉넉지 않은 힘을 효과적으로 짜낸다. 체감 성능은 그보다 좋다. 대략 6400rpm까지 회전하는 자연흡기 4기통 소리를 무단변속기가 가상의 8단 변속으로 나누어 소리가 상쾌하다. 요즘 듣기 힘든 과급기를 거치지 않은 날 것의 소리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 중간 목적지 영광 백수해안도로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해안가를 따라 길이 꼬불꼬불 이어진 멋진 도로다. 그 꼬부랑길을 K3이 가뿐하게 누볐다. 무게 자체가 1260kg으로 가벼울 뿐 아니라, 탄탄한 서스펜션이 쏠림을 굳건히 버틴다. 준중형 세단으로서는 두꺼운 너비 225mm 타이어도 바닥을 끈덕지게 붙든다. 과거 펀카로 활약했던 준중형 세단다운 강점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부족했던 힘도 그대로지만.

이제 누적 주행거리는 400km를 조금 넘어섰다. 하, 1000km는 역시 멀다. 한반도 (북한 포함)를 가장 길게 대각선으로 가로지른 거리가 1013km일 정도니 말이다. 시승차 대여 기간 안에 1000km를 달리려면 우리 땅을 위아래로 부리나케 왕복해야 한다. 다시 북쪽으로 출발.

복잡한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 설정을 보다 직관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꾸몄다

끝없이 운전하는 장거리 여정에서 첨단 운전자보조 장치는 선물이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이 알아서 가속과 감속을 제어할 뿐 아니라 차로 중앙을 쫓아, 손과 발에 힘을 빼고 달릴 수 있다. 특히 수시로 속도계를 봐야 하는 구간단속 구간에선 무척 유용하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나름대로 수많은 장거리 주행을 경험해 왔건만, 어찌 이토록 지칠까? 동승자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소음을 지적했다. 시끄러운 노면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니 피로도가 두 배는 높은 듯하다고. 맞다. K3 실내엔 타이어 속 공기 파열음이 고스란히 들어오고 노면과 바퀴 맞닿는 소리가 들이친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크렐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무색해 음악도 껐다. 소음에 소음을 더할 뿐. 과거 기아 포르테를 소유할 때도 시끄러웠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997, 998, 999… 1000. 새벽 1시, 마침내 누적 주행거리계가 1000km를 가리켰다. 대망의 연료 효율은? 모두 20시간 9분, 1011.9km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1L에 18.5km였다. 훌륭하다. 실제로 용량 50L 작은 연료탱크에도 불구하고 주유는 영광군에서 딱 한 번 했을 뿐이다(시승을 마칠 때까지 충분히 남았다). 마치 공짜로 달린 기분이랄까. 값비싼 다운사이징 터보와 하이브리드가 무색하다.

1000km 여정으로 K3은 '가성비 갑' 다운 면모를 증명했다. 당장 연료 효율이 빼어날 뿐 아니라, 자연흡기 엔진 파워트레인은 값이 저렴하고 간편한 구조 덕분에 훗날 정비비용까지 가볍다. 넘쳐나는 편의장비 역시 마찬가지. 장거리 주행이 많은 이에게 추천할 만한 경제적인 선택지다. 그나저나…. 글을 쓰는 지금까지 몸이 왜 찌뿌둥할까?

글·사진 윤지수

<탑기어 1000km 시승기 다른 편>

https://auto.v.daum.net/v/EfA9ZhVV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