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둔촌주공 살리기' 때문이라고?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불가 ‘날벼락’… 둔촌주공 화들짝

“갭으로 입주권을 사면서 매매를 하고 싶다 라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요즘에 꽤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정책도 벌써 그렇게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 현지 공인중개사 A

“둔촌주공이 조금 금액이 올라가다 보니까, 나라에서 이제 아예 타깃을 정해놓고 그걸 좀 눌러보려고 그걸 진행했다가…” – 현지 공인중개사 B

둔촌주공에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은행권에서 나온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불가’ 소식에 일대가 난리 통이 되었죠. 실거주 의무 유예에 한숨을 돌리던 계약자들이 공포에 질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방침은 가계대출에 화난 정부가 은행의 정강이를 호되게 걷어차서 토해내게 만든 것이었는데요. 소위 분양권 갭투자만을 핀포인트로 겨냥한 방침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혼란도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입니다.

이번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만, 이번 둔촌주공의 반응은 좀 삐뚜름하게 보면 이상하기도 합니다. ‘정부 당국이 특정 단지의 이벤트를 겨냥해서 대책을 낸다’는 생각은 아무리 좋게 들어도 과대망상이나 자의식과잉 아닐까요?

“둔촌주공으로 집값 잡아야” 조합vsHUG 분양가 정면 대치

둔촌주공 재건축은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많았던 단지입니다. 사업을 시작한 뒤 20년 동안 부동산 시장은 끊임없이 부침을 겪었고, 이에 따른 정부 정책 기조의 영향이 고스란히 둔촌주공에 직격했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둔촌주공의 피해의식의 핵심은 일반분양입니다. 2020년 당시 조합은 일반분양을 하러 나섰는데, 분양보증을 쥔 HUG가 고분양가 심사로 제동을 걸고 나섰죠. 3.3㎡당 3,550만 원과 2,910만 원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일반분양 시도가 무산되고 조합원 집행부까지 교체됐습니다.

원흉은 6월에 발표된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정이었습니다. 개정 전이면 시세 수준에서 분양할 수도 있었는데, 개정 결과 어떻게 온몸비틀기를 해도 1년간 서울 평균 분양가 이상을 받을 수 없게 된거죠.

둔촌주공에선 피해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슬슬 일반분양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나온 정책 때문에 분양가를 크게 손해를 봤고, 정책 기조 자체도 분양가를 누른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죠.

박탈감의 실제적 근거도 있었습니다. 당장 2019년 광진구에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도 3.3㎡당 3,370만 원이었거든요. 심지어 공시지가는 광진그랜드파크가 3.3㎡당 492만 원, 둔촌주공은 825만 원이었습니다.

이때는 HUG에서도 “규정대로” 라고 얘기하긴 했지만 바로 그 규정을 만든 쪽에서 하는 소리를 “그렇군요”하고 수긍할 수도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결국 이 팍팍한 심사기준은 2년 뒤에야 “비교사업장 부족이나 낮은 인근 시세 등으로 고분양가 심사가격이 과도하게 낮게 형성”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개정 수순을 밟았습니다.

”살려야 한다” 둔촌주공 살리기 필사적… 1·3대책까지

둔촌주공이 얻어맞기만 한 건 또 아닙니다. 시황이 악화하면서 둔촌주공이 미분양 위기에 처하자, 정부에서 규제를 대거 해제하면서 지원에 열을 올리기도 했죠. 주저앉으려는 시장에 숨을 붙여놓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드러난 대목입니다.

둔촌주공 일반분양을 전후해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둔촌주공은 2022년 12월에 일반분양에 나섰는데요. 그 직전에 정부가 챙겨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중도금 대출 조건 완화입니다.

둔촌주공은 결국 일반분양가를 3.3㎡당 3,829만 원으로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뒷감당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게 59㎡입니다. 분양가가 10억 원이라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거든요. 그 규모는 1,488세대, 분양수익으로 치면 1조 4천억 원을 우습게 넘습니다.

이때 정부가 나섰습니다. 분양가 9억 원 까지만 허용되던 중도금 대출을 분양가 12억 원까지 풀어주기로 했죠. 가뭄의 단비 같은 이 대책은 둔촌주공 분양이 임박한 10월에 발표되었고, 분양 직전인 11월에 시행되었습니다.

이걸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일반분양 경쟁률이 5.45대1에 불과했죠. 계약률도 바닥을 친다는 소식에 초조해진 정부는 결국 계약 지원을 위한 패키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1·3대책입니다.

둔촌주공 정당계약 첫날 발표된 이 대책은 그야말로 둔촌주공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중도금 대출을 다 풀어줘서 13억 원이 넘은 전용 84㎡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전매제한기간도 줄었고, 규제 지역도 해제됐습니다.

특히 놀라운 게 거주의무 폐지였습니다. 정부는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는 대책을 배짱 좋게 질렀고, 결국 투자수요를 대거 끌어들여 완판을 이끌어냈습니다.

엉겁결에 쓴 적도 없는 선심의 청구서를 받은 야당에선 깜짝 놀라서 반대하고 나섰는데요. 결국 실거주 의무 3년 유예라는 형태로 숨통을 열어줬습니다.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야당을 아주 얌전하게 만들었죠.

금감원 ”대출 조이세요! 아니, 그렇게까진 말고!” 둔촌주공 입주 의식했나

둔촌주공이 겪었던 굴곡의 배경에 있는 건 결국 시황입니다. 집값이 뛸 땐 머리를 눌리고, 집값이 추락할 땐 심폐 소생을 받았죠. 거대한 영향력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죽거나 날뛰게 내버려둘 수 없는 대마의 숙명이라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최근 금감원에서는 대출 조이기 속도조절에 나서기도 했죠. 실수요자를 위해 예외 조건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는데, 11월 둔촌주공 입주를 의식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11월 입주장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 벌써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