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 자작요리 3년을 돌아보며 (스압주의)

대역병의 창궐로 당시 근무 중인 회사에서 전격적인 전사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21년 8월부터 집에서 요리를 시작한 지 오늘로 딱 3년이 됐습니다.

요식업과는 거리가 있는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던 차에 재택근무로 근무 공간과 휴식 공간이 분리되지 않기도 했고,

당시 사람들과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아서, 집에서 안주 하나 놓고 가볍게 술 한잔을 하고 싶어서,

취미 삼아서 유튜브를 보면서 요리를 시작했었습니다.

약속이 있거나 야근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지만,

일찍 퇴근하는 날엔 하나씩 뭐든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한 요리가 벌써 3년이 됐고,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취미가 된 것 같습니다.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堂狗三年 作風月)"는데,

이제 흥얼거리는 정도는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서 독학 자작 요리 3년을 돌아보며,

기록 차원에서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2021년 8월, 제가 처음으로 만든 간짜장 입니다.

간짜장을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집 주변에는 간짜장을 주문하면 물짜장을 내주는 곳 뿐이라 간짜장에 대한 갈망이 높아져만 갔죠.

그러다 재택근무를 하게 됐고, 유튜브를 보면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게 된 첫 요리가 바로 이 간짜장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양파도 좀 오버쿡된 것 같지만,

다행히 당시 가족 모두가 맛있다고 먹더라고요 ㅎㅎ

바로 이 [피드백]이 요리를 계속하게 된 계기가 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요리를 준비하고, 치우는 모든 과정이 즐겁더라고요.

비교적 최근에 만든 간짜장입니다.

양파와 주키니 식감 살리면서 빠르게 볶아내서 짭짤하니 제가 참 좋아하는 간짜장입니다. ㅎ

피드백으로 시작하게 된 제 요리 취미의 빅 이벤트가 하나 있는데, 바로 [공유주방] 입니다.

요리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 정도 지난 뒤, 2022년 연말에 송년회 이야기가 나왔어요.

혼자서 6~10명 정도의 인원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이벤트로...

당시 굉장히 도전적인 이벤트였음에도 참석해주신 분들이 준비한 음식을 남김없이 드시고,

하나같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말도 못하게 행복하더라고요.

덕분에 제 요리 라이프에서 정기적이면서 큰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전 직장 동료가 된 분들임에도 한 해에 두세번씩은 꼭 다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작] 2022년 12월 송년회 중식 코스 (스압주의)

[자작] 2023년 1월 신년회 한식 코스 (스압주의)

[자작] 2023년 5월 중식 코스요리 (스압주의)

[자작] 2024년 10월 공유주방에서 풀코스 (스압주의)

[자작] 2024 공유주방 신년회 (스압주의)

[자작] 2024년 공유주방 덮밥 파티 (스압주의)

다음은 한 해에 한 번.

특대형 이벤트가 된 [회사워크숍] 입니다.

혼자 30명 분의 두 끼 식사와 술안주 메뉴들을 조리했는데,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게 될까 싶었는데, 해보니 되더라고요,

성취감 가득한 좋은 취미라는 생각을 이때 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도 워크숍 이야기가 슬슬 나오는데 벌써 기대가 됩니다.

30명이 먹을 저녁 밥과 황태곰탕, 수육.

술안주로 준비한 떡볶이, 골뱅이무침, 알리오올리오, 감바스 알 아히요, 홍유초수, 스지어묵탕.

다음 날 아침에 먹은 비프 카레 입니다.

[자작] 회사 워크숍에는 역시 이거죠. (스압주의)

요리를 하게 되면서,

부모님을 위한 음식도 제가 준비하게 됐습니다.

이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

부모님댁에 갈떈 늦게나마 효도하는 마음으로 제가 음식을 전부 준비합니다.

[자작] 육식 명절 밥상 (스압주의)

연말 홈파티나, 그냥 홈파티도 직접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건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하니 저도 좋더라고요 ㅎㅎ

[자작] 집에서 아웃백 스페셜 (스압주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마파두부 입니다.

달달한 한국식 또는 일본식 마파두부가 아닌,

알싸한 중국식 마파두부를 참 좋아합니다.

마파두부에 소주는 최고죠.

요리를 계속 하게 되는 건 먹킷리스트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있는 식재료의 소비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기한이 지나서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주일간 술약속이 없는 날을 기준으로 해서

뭘 먹을지 미리 정해두고, 식재료 싸이클을 돌리려고 노력을 합니다.

이 먹킷리스트가 항상 채워져 있어야 하니,

이곳 음갤이나 유튜브 요리 채널등을 자주 보는 편이죠 ㅎ

그렇게 정리한 요리의 레시피들이 이제는 꽤 많습니다. ㅎ

3년을 결산해보면,

조리 관련 라이선스는 언젠가 갖고 싶긴 하지만, 아직 없고,

유튜브를 보면서 그때그때 먹고 싶은 요리를 하기 때문에,

무자격 무국적 (수습) 요리사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유주방에서 조리 중.

표정분석 행복지수 99.9% 상태(일 겁니다. ㅎㅎ)

독학 자작 요리 3년을 돌아보며...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작은 밀키트

시간과 돈, 노력으로 애써 만든 것이 맛이 없다면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시작은 조리가 쉽고, 맛이 보장된 밀키트,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하는 것이 좋아요.

밀키트가 좋은 점은 식재료가 손질되어 있고, 그 형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조리법대로 조리하는 과정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2.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아무리 간단한 음식이라도 신경 써서 예쁘게 담아 봅니다.

배달 음식도 포장 용기보다는 식기에 담아서 먹는 것이 좋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한 끼를 먹어도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 요리 자체로도 충족감이 생겨요.

플레이팅이 어렵다면 구글에서 음식 이름 + 플레이팅으로 검색해서 따라 해봅니다.

요리가 즐거워지면, 모든 과정이 즐겁습니다. 설거지마저. :)

3. 설거지는 바로바로.

저는 싱크대에 쌓여 있는 그릇들을 보면 식욕이 떨어집니다.

음식물 냄새도 나고, 날파리 같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이 올 수 있으니, 설거지는 식사가 끝나면 바로 합니다.

오늘의 요리를 복기하면서 그릇을 깨끗하게 세척하는 게 습관이 되면 참 편해요.

만약 설거지를 바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흐르는 물에 닦아서 물에 불려 두었다가 할 수 있을 때 바로 합니다.

4. 따라 하기 좋은 레시피

사용되는 식재료의 양과 조리 시간이 잘 정리된 레시피가 따라 해보기 좋습니다.

'적당히', '두어 바퀴' 등으로 알려주는 레시피는 결과물도 적당히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5. 나만의 레시피.

맛있어 보이는 레시피를 찾았다면 적혀 있는 그대로 정량을 지켜서 따라 해봅니다.

먹어본 다음, 내 입맛에 따라 레시피를 조정하고 다시 기록해 둡니다.

그리고 요리를 할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하면 내 입맛에 맞는 나만의 레시피가 만들어지고,

더 반복해 보면, 레시피만 봐도 이 레시피가 좋은지 아닌지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6. 같은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해보자.

폐기되는 식재료는 의욕을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같은 음식을 연속해서 먹는 것도 조리하는 재미와 요리에 대한 흥미를 저하시키죠.

식재료의 소비기한 내에 같은 식재료로 가급적 다양한 요리를 해봅니다.

이를 위하여 요리 커뮤니티와 요리 유튜브 채널을 체크하고 음식들을 리스트업하고, 레시피를 찾아 기록해 둡니다.

7. 주변에 음식을 나눌 기회가 있다면 적극 활용해 보자.

이때쯤 되면 음식을 나누는 모든 과정이 즐겁습니다. 주변에 함께 먹어줄 사람이 있다면 더 좋죠.

다른 이의 맛있다는 피드백은 정말 강력한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가족, 연인 등 가까운 사람부터 공유주방, 회사 워크샵, 명절 등 요리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해보시죠.

그게 아무리 도전적일지라도요.

좋은 취미 생활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있어 행복하네요.

두서 없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