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부품 떨어지고, 시동 꺼지고” 현대차·KGM·지프, 리콜 터졌다

사진 출처 = 현대차

국토교통부가 15일 발표한 리콜 명단에는 국내외 주요 완성차 브랜드가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KG모빌리티, 스텔란티스코리아 등 3개 회사의 4개 차종, 총 4만2천여 대가 자발적 시정조치(리콜)에 들어간다. 주행 중 부품이 떨어지거나 시동이 꺼지는 등 안전과 직결된 결함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리콜 대상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다수를 차지했다. 고전압 제어장치, 전기 구동 시스템 등 전동화 핵심 부품의 결함이 잇따라 발견되며, 업계 전반의 품질 관리 체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부품 불량을 넘어, 급속한 전동화 경쟁 속에 안전성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아이오닉6’와 ‘GV60’ 두 전동화 모델이 동시에 리콜 대상에 포함되며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신뢰도를 쌓아야 할 시점에 잇따른 품질 논란은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주행중 부품 이탈 경고

사진 출처 = KGM

현대차는 이번 리콜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차지했다. ‘아이오닉6’ 2만4천705대가 충전 도어 커버 설계 미흡으로 주행 중 커버가 떨어질 가능성이 확인됐다. 충전 도어는 외부 충격뿐 아니라 공기 저항에도 노출되는 부품으로, 이탈 시 차량 손상이나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오는 24일부터 무상 수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다른 현대차 모델인 제네시스 ‘GV60’ 1만617대는 앞 유리 상단 몰딩의 제조 불량이 지적됐다. 몰딩이 주행 중 이탈할 경우 운전자 시야를 가리거나 주변 차량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 국토부는 이 결함이 제조 과정의 품질 관리 미흡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22일부터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사진 출처 = KGM

KG모빌리티의 첫 전기 SUV인 ‘무쏘 EV’ 역시 고전압 제어장치의 설계 오류로 리콜 대상이 됐다. 해당 부품은 전기차의 동력 전달을 제어하는 핵심 장치로, 오류 발생 시 주행 중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KG모빌리티는 이날부터 즉시 리콜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 진입 초기부터 품질 논란이 발생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수입차 브랜드인 스텔란티스코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프 그랜드체로키 4xe(하이브리드)’ 486대가 전기 구동 제어장치의 설계 오류로 구동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발견됐다. 주행 중 갑작스럽게 전력이 차단될 경우 사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스텔란티스는 즉각 리콜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와 내연기관이 함께 구동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복잡성이 오히려 안정성을 위협한 셈이다.

리콜 반복되는 전동화 시대, 신뢰 회복이 과제

사진 출처 = 제네시스

최근 들어 리콜은 더 이상 특정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차량일수록 결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사 간 전동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발 일정이 단축되고, 검증 절차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리콜이 ‘당연한 절차’처럼 인식될 만큼 잦아진 것도 문제다. 단순히 무상 수리를 받는 수준을 넘어, 제품에 대한 신뢰가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신차 사는 게 실험 대상이 된 기분”이라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품질 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개발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리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들이 손쉽게 차량 결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