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의 ‘타협 없는 패권전쟁’에…국내 반도체·배터리 업계 “안도 속 긴장”

미·중 정상회담 결과 양국이 중동 사태와 무역 갈등 속에서 ‘현상 유지’와 ‘갈등 관리’에 초점을 맞추자, 국내 산업계는 업종별로 손익 계산을 하며 대응책 마련에 소리 없이 바쁜 분위기다.
이번 정상회담에 가장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지켜본 업계는 반도체 업계다. 회담 직전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방중단에 합류하면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파다하게 나오면서다. 기술 장벽이 풀리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등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 속도가 빨라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통제를 타협 의제에서 제외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미국이 첨단 기술 패권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추격 시간을 버는 동시에 반사이익 구조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자평한다. 뉴욕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투자 심리가 일제히 개선된 점도 호재로 꼽힌다.
최근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 ‘H200’의 중국 판매 라이선스를 발급했음에도 중국 정부가 화웨이 등 자국산 칩 사용 확대를 유도하며 구매 승인을 보류한 점도 시장의 변수다. 미국 측의 기술 통제 장벽이 견고하게 유지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대중국 리스크 관리에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반면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 셈법은 복잡하다. 미국이 기술 규제 완화를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중국 역시 ‘맞불 카드’로 쥐고 있는 희토류와 그라파이트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 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희토류 수출 허가 문제는 별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이 희토류 정제 산업 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수출 허가 속도만으로도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와 소재 기업들은 중국산 광물 의존도를 빠르게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희토류 수급이 흔들리면 부품 조달과 재고 운용, 납기 대응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조항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자립적인 생존을 위해 북미와 호주, 남미 등으로 배터리 자원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한층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재계는 미·중 갈등의 대외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회담으로 파국은 피했지만 근본적인 돌파구 마련은 오는 9월로 예정된 다음 회담으로 미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원자재 공급 체인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시나리오별 맞춤형 대응체계를 촘촘히 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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