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오기 전 먼저 산다…유통가, 여름 특수 선점 경쟁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의 여름 장사가 빨라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22일 발표한 ‘2026년 6~8월 3개월 전망’에서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데이터처 인구총조사 기준 2024년 1인가구는 804만4948가구, 전체 일반가구의 36.1%까지 늘었다. 혼자 사는 집, 작은 방, 책상 위, 침대 옆처럼 냉방 수요가 더 잘게 쪼개질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롯데하이마트는 6월 한 달간 ‘올여름 가장 시원한 혜택, 하이라이트 세일’을 진행한다.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가전을 포함해 64개 행사 상품을 인터넷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에어컨 행사 상품을 구매하면 에어컨 청소 서비스를 최대 50% 할인하는 동시구매 혜택도 붙였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데서 끝나지 않고, 본격 가동 전 청소 수요까지 묶어 잡겠다는 전략이다.
무더위가 빨라질수록 소비자는 제품 가격만 보지 않는다. 설치 시점, 청소 여부, 전기요금 부담까지 함께 계산한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에어컨 한 대를 파는 것보다 여름 준비 전 과정을 묶는 쪽이 체감 혜택을 키우기 쉽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자체 브랜드 라인에서 ‘쿨탠다드’ 선풍기 6종을 새로 내놨다. 지난해 휴대용 선풍기 3종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무선 서큘레이터형 선풍기, 탁상용 선풍기, 클립형 휴대용 선풍기, 냉각 휴대용 선풍기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눈에 띄는 점은 선풍기가 더 이상 거실 한가운데 놓는 계절 가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상 위에 두는 제품, 침대 옆에 세우는 제품, 외출할 때 들고 나가는 제품이 따로 나뉜다. 같은 더위라도 소비자가 머무는 공간과 생활 방식에 따라 필요한 바람이 달라진 것이다.
이는 1인가구 증가와도 맞물린다. 작은 공간에서는 대형 냉방가전보다 이동이 쉽고 전력 부담이 낮은 제품을 먼저 찾는 경우가 많다. 방 하나, 책상 하나, 침대 한쪽을 식히는 수요가 별도 시장으로 커지고 있다.
냉감 침구 수요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이스침대에 따르면 지난 5월11~15일 쿨링 제품 판매량은 한 주 전보다 161.1% 늘었다. 회사는 ‘마이크로케어 쿨링패드’와 ‘쿨링 바디필로우’ 등을 앞세워 여름철 수면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SK스토아도 냉감 침구류 물량과 구성을 확대했다. 지난해 처음 본격적으로 선보인 냉감 침구류의 누적 주문금액이 약 104억원을 기록하면서 올해는 관련 상품군을 더 넓혔다.
여름 상품 경쟁의 무게중심은 이제 냉방가전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거실에서는 에어컨, 책상 위에는 소형 선풍기, 침대에는 냉감 패드가 놓인다. 소비자는 더위를 피하는 제품을 따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동선을 따라 냉방 환경을 다시 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여름 상품 경쟁은 누가 더 빨리 할인하느냐보다 소비자가 실제로 더위를 느끼는 순간을 얼마나 잘 잡아내느냐에 달려 있다”며 “에어컨, 선풍기, 침구처럼 품목은 달라도 결국 승부처는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불편을 줄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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