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우면 1분 동안 아웃... ‘침대축구’가 사라졌다

이태동 기자 2026. 6. 1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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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대기 규정 덕에 꾀병 못 부려
교체 때도 페널티 의식 ‘빠릿빠릿’
17일 노르웨이 다비드 묄레르 볼페가 이라크에 2-1로 앞선 후반 20분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며 주저앉자 심판이 다가가 확인하고 있다. 뵐페는 금방 일어났고, 8분 정도 더 뛰고 교체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 요르단의 경기에서 요르단의 골키퍼 야제드 아부 라일라가 부상을 입은 후 의료진의 확인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별다른 접촉도 없었는데 갑자기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통증을 호소한다. 의료진 부축을 받은 채 절뚝거리며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가 시간을 끌다가도, 심판의 복귀 신호가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온다.

중동 등 일부 약체 국가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리드를 잡거나 무승부를 원할 때 자주 선보이던 이른바 ‘침대 축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직 대회 초반이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비롯해 각종 시간 지연 행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새롭게 도입한 규정들이 경기 운영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 덕분이다.

지난 16일(한국 시각) 우루과이와 맞붙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후반 35분 동점골을 내준 사우디는 이후 우루과이의 파상공세를 버텨내야 했다. 후반 44분에는 수비수 하산 알탐바크티가 골문 앞 경합 도중 우루과이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진 듯한 장면이 나왔다.

발목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한 알탐바크티는 오래 누워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곧바로 심판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이번 월드컵부터 선수를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이 그라운드에 들어오면 해당 선수는 경기장 밖에서 1분 동안 대기해야 하는 규정이 신설됐는데, 코너킥 수비에 가담해야 했던 그로선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가 없었다.

선수 교체 과정에서 발생하던 지연도 크게 줄었다. 같은 경기에서 사우디는 후반 추가 시간 2분 세 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예전 같으면 선수들이 관중에게 박수를 보내며 천천히 걸어 나왔겠지만, 이날은 모두 뛰어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교체 신호 후 10초 안에 경기장을 벗어나지 않으면 교체 투입 선수가 1분간 그라운드에 들어갈 수 없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러 선수가 동시에 바뀔 경우 마지막 교체 신호 시점이 기준이 되는데, 사우디 선수들은 세 번째이자 마지막 교체 신호가 나오기도 전에 모두 경기장 밖으로 나가 있었다.

FIFA는 이번 대회부터 골킥과 스로인 재개 시간도 5초로 제한했다. 심판은 골킥이나 스로인을 준비하는 선수가 고의로 시간을 끈다고 판단하면 수신호로 5초 카운트에 들어가며, 그 안에 경기가 재개되지 않으면 공격권을 상대 팀에 넘긴다. 스로인의 경우 같은 지점에서 상대 팀이 공을 던지며, 골킥은 상대 팀에 코너킥이 주어진다.

지난 16일 미국 L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년 월드컵 이란 대 뉴질랜드 경기에서 이란의 에산 하지사피가 세자르 아르투로 라모와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실제로 이날 이란과 뉴질랜드의 경기에서는 전반 추가 시간 이란의 스로인 상황에서 뉴질랜드의 엘리야 저스트가 손가락을 펴 직접 초를 세는 장면이 연출됐다. 경기를 서둘러 재개하라는 뜻의 항의였고, 이를 의식한 듯 이란 선수는 곧바로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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