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손가락, 얼음에 넣지 마세요”… 수지접합 명의가 말한 골든타임

원종혁 2026. 4.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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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베스트 병원 리더의 건강학] 예손병원 김진호 원장
김진호 예손병원 원장이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 시 올바른 응급처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중 기자

문을 세게 닫는 순간 손가락이 끼이고, 주방 칼이나 절단기에 손이 말려 들어간다. 사고는 늘 순식간에 벌어진다. 그 다음엔 대개 혼란이 찾아온다. 피부터 멈춰야 하나, 잘린 손가락은 얼음에 넣어야 하나, 가까운 병원으로 가면 되는 건가. 하지만 손가락 절단 사고는 처음 몇 분의 대응이 수술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다.

김진호 예손병원 원장은 이런 응급상황에서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원칙으로 "피부터 멈추고, 절단 부위는 얼음에 직접 닿지 않게 차갑게 보관한 뒤, 가능한 한 빨리 수지접합이 가능한 전문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절단 부위를 얼리지 말고, 마르지 않게 하며, 오염되지 않게 보관하는 것이 접합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수지접합은 잘린 손가락의 뼈와 힘줄, 신경, 혈관을 현미경 아래에서 다시 잇는 고난도 미세수술이다. 단순히 모양만 붙이는 수술이 아니라, 혈액이 다시 돌고 감각과 움직임을 회복하도록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사고 직후의 응급처치와 이송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가락이 잘리거나 거의 떨어질 정도로 다쳤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뭔가.

"무조건 침착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혈입니다. 깨끗한 거즈나 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눌러주고, 가능하면 손을 심장보다 높게 올려주세요."

손가락 절단 사고가 나면 많은 사람이 피를 보고 크게 당황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압박 지혈이다. 깨끗한 거즈나 천으로 상처 부위를 감싼 뒤 눌러 피를 멈추게 하고, 손이나 팔을 심장보다 높게 들어 출혈을 줄여야 한다. 다만 손가락이나 손 전체를 지나치게 세게 묶는 식의 처치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잘린 손가락은 어떻게 챙겨야 하나. 얼음에 바로 넣으면 되나.

"가장 흔한 실수가 절단 부위를 얼음에 직접 닿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조직이 얼어 손상될 수 있어요. 절단 부위는 마르지 않게 감싸고, 오염되지 않게 보관하면서 차갑게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잘린 손가락은 다시 붙일 가능성을 생각해 반드시 함께 가져가야 한다. 이때 핵심은 얼리지 말고, 마르지 않게 하고, 오염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절단 부위는 가능하면 생리식염수로 적신 거즈로 감싼 뒤 비닐봉지나 밀폐 용기에 넣고, 그 봉지를 다시 얼음물에 담가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절단된 손가락을 얼음에 직접 닿게 하거나 얼음물에 바로 넣는 것은 조직 손상을 키울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물로 씻거나 소독약을 써도 되나.

"무리하게 씻거나 소독약에 담그는 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오염이 있더라도 심하게 문지르기보다,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게 우선입니다."

절단 부위에 흙이나 이물질이 묻었다고 해서 세게 문지르거나 소독약에 담그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이 혈관과 신경 같은 미세 조직을 더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상황에서는 조직을 완벽하게 씻어내는 것보다, 수술 가능한 상태로 최대한 보존해 빠르게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손가락 절단에도 골든타임이 있나.

"있습니다. 다만 절단 위치와 손상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손가락은 근육이 적어 다른 부위보다 시간이 조금 더 허용될 수 있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빨리 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수지접합에서 흔히 말하는 골든타임은 절단 부위에 피가 통하지 않은 채 버틴 시간을 뜻한다. 손가락처럼 근육이 적은 부위는 다른 부위보다 시간이 조금 더 허용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절단 상태와 오염 정도,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수술 가능성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시간을 계산하며 기다리기보다, 최대한 빨리 수지접합이 가능한 병원으로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손가락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일부만 붙어 있는 경우도 응급상황인가.

"그렇습니다. 완전 절단만 위험한 게 아닙니다. 일부가 붙어 있어도 혈액순환이 망가졌다면 상태는 심각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 끝이 일부 붙어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겉으로는 이어져 보여도 혈관이 끊기거나 눌려 있으면 손끝에 피가 제대로 돌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끝 색이 창백하거나 푸르게 변하고, 감각이 떨어지거나 점점 차가워진다면 불완전 절단이라도 지체 없이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수지접합은 잘린 손가락을 단순히 봉합하는 수술이 아니다. 뼈를 맞추고, 힘줄과 신경을 연결하고, 매우 가는 동맥과 정맥을 다시 이어 혈액순환을 살려야 한다. 특히 손가락 혈관은 1mm 안팎이거나 그보다 더 가는 경우도 많아 현미경 아래에서 정교하게 이어야 한다. 접합 후에도 혈류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만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수지접합은 수술 시간도 길고, 수술팀의 경험과 숙련도가 특히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수술이 끝나면 바로 성공한 것으로 보면 되나.

"그렇지 않습니다. 수술 직후 붙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닙니다. 이후 혈액순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를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수지접합은 수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의 회복기 관찰도 매우 중요하다. 수술 직후에는 혈류가 좋아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서 혈전이 생기거나 혈액순환이 다시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후에는 접합 부위의 색과 온도, 부종, 통증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하며, 일정 기간은 조직 생존 여부를 신중하게 확인해야 한다.

-모든 절단 손가락이 다 접합 가능한가.

"아쉽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손상이 너무 심하거나 짓이겨진 손상이고, 오염이 심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면 접합이 어렵거나 기능적인 이득이 적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현장에서 임의로 포기하지 말고, 잘린 부위를 올바르게 보관해 병원으로 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수지접합 가능성은 절단 높이, 압궤 정도, 오염 여부, 허혈 상태,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일반인이 현장에서 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김 원장은 접합이 안 될 것 같다고 임의로 포기하지 말고, 절단 부위를 원칙대로 보관해 최대한 빨리 전문병원으로 오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손가락 절단 사고는 뉴스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주방, 공장, 농기계, 문틈, 유리문, 집 안 정리 중에도 벌어진다. 하지만 결과를 바꾸는 원칙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당황하지 말 것, 얼음에 직접 넣지 말 것, 잘린 부위를 버리지 말 것, 그리고 지체하지 말 것. 그 몇 가지가 손가락 하나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예손병원 김진호 원장은 "사고가 났을 때 임의로 포기하지 말고, 절단 부위를 원칙대로 보관해 최대한 빨리 전문병원으로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현중 기자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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