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 가려면 피할 수 없다는 이것

한옥마을과 전동성당, 그리고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의 도시, 전북 전주. 한해 1500만명 넘게 방문하는 인기 여행지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여행의 첫 관문 전주역...은 근데 맨날 공사중?

오죽했으면 전주 토박이들 사이에선 “15년째 공사만 하는 것 같다” “죽기 전에 끝나긴 할까”라는 식의 불평이 나오기도. 원래 전주역은 예쁘기로 소문났던 곳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전주역은 맨날 공사중인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전주역 상황이 어떻길래? 궁금해서 전주까지 직접 다녀왔다. 말 그래도 공사판이었는데, 공사 자재를 쌓아놓는 야적장이 전주역 광장 전면을 가로막고 있었다.

승객들은 반드시 이 야적장을 빙빙 둘러서 출입을 해야만 해서 매우 불편했다.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 첫째. 착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

전주역 증축 공사가 실제로 삽을 뜬 건 의외로 얼마 안 된다. 2023년 5월, 불과 2년 반 전이다. 그런데 더 오래된 느낌이 드는 건 이 사업이 처음 추진된 게 2017년이기 때문이다. 추진 발표부터 착공까지 무려 6년이 걸린 셈.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면 전주역 설계를 국제설계공모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 원래 계획은 2021년에 설계를 마무리하고, 2024년까지 공사를 끝내는 일정이었다. 근데 설계안을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어른들의 사정이 여럿 작용했고, 착공 자체가 좀 미뤄진 것.

둘째.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바로 설계안 변경.

원래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2023년 5월 공사에 착수했는데, 공사한 지 3달만에 공사 주체 중 하나인 코레일이 제동을 건다.

원래 계획은 이렇게 전주역사 아래쪽 광장에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거였다. 하지만 코레일이 노선 뒤쪽에 주차타워를 짓는 방식으로 전면 변경하자고 주장했고, 사업은 다시 재설계와 관계기간 협의를 거쳐야 했다.

물론 주차타워를 따로 만들면 주차공간 자체는 더 넓어진다. 그래서 또다른 공사 주체인 전주시도 변경안을 수용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하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진행 중이던 터파기 공사(땅파기)가 설계 변경 검토 소식이 나오자 즉시 멈춰섰고, 변경안이 확정될 때까지 반년 간 그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공사는 이듬해 재개됐지만, 그만큼 일정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새로 추가된 주차타워의 위치는 전주역 선로 뒷편이다. 기존 설계대로라면 자재가 그냥 역 광장 쪽으로 드나들면 됐는데, 주차타워 위치가바뀌면서 문제가 생겼다.

자재를 마음대로 옮길수 있는 통로가 없으니, 기존 공정 흐름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

[공사현장 관계자]

공사를 하려고 해도 열차 끝나는 (새벽) 1시에서 5시 사이밖에 일을 못 할 때가 있다고 (자재가) 선로 위로 가야 되니까 그러면 그 공사를 기차 없을 때뿐으로밖에 못 하는 거잖아.

단적인 비교대상이 있는데, 전주역 바로 옆에 전주시가 건설하고 있는 환승센터 건물이다. 여기는 설계 변경이나 공정 제약이 없다보니 공사 시작한지 9개월밖에 안됐는데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근 카페 사장]

내년 1월~2월에 완공이 돼요.

그러니까 전주역 공사만 유독 느려 보였던 이유는, 까다로운 위치로 바뀐 주차타워 설계가 큰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인 셈.

주차타워가 완공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타워가 철로 너머에 있는 이상, 전주역에서 바로 진입할수 없고 큰 원을 그리듯 돌아가야만 차를 댈 수 있어 고객 불편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설계를 바꾼 걸까. 코레일의 설명은 이렇다. 전주시가 기존 설계안에 포함돼 있던 지하 출입구 지붕이 ‘시인성’ 그러니까 모양이나 색이 너무 눈에 띄어 주변 경관을 해친다고 판단했고, 이 요구를 반영하다 보니 설계 변경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근데 이 경관심의가 있었던 시점은 2021년 2월. 그러니까 전주역 공사 착공보다 2년 이상 앞선 시기다. 이 시차를 생각하면 코레일 설명만으로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 게 사실.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예산도 급증하고 있다. 전주역 증축 사업은 원래 450억원 규모였는데, 공사가 지연되는 사이 비용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 언론에선 총사업비가 900억원대로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얘기도 있다.

현재 국가철도공단은 중앙정부와 예산 조정을 협의 중이다. 그 과정에서 공사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

기존 역을 쓰면서 기존 역 주변에다가 시설을 확충하는 상황이고 광장 주차장도 마찬가지로 기존 광장과 택시를 운영하는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또 공사를 마무리해야 되기 때문에...

전주역 공사를 두고 조감도대로 진행되는 게 맞느냐는 우려도 있는데,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공사가 하루빨리 잘 마무리 돼서 예쁜 새 전주역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