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돌파구 찾는 尹 '한동훈 독대' 수용

김명환 기자(teroo@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4. 10. 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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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수석, 회동수용의사 전달
김여사 의혹 여론 갈수록 악화
의정갈등 장기화도 국정 부담
韓 "의제 아직 정해진바 없어"
간극 재확인땐 계파갈등 악재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 재·보궐선거를 치른 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독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위기에 빠진 여권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기화된 의정갈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야당의 집중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불편했던 한 대표와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10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 건의에 따라 한 대표와 독대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한 대표가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로 바쁜 만큼 선거 이후에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최근 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전부터 검토해온 일이고, 이제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 입장에선 지난 7월 당 대표로 선출된 뒤 90분간 독대한 이후 두 번째다. 한 대표는 이날 "(독대와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말한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어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의제에 대한 질문에도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이 정해진 게 아니어서 미리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번 독대에서 다뤄질 최대 현안으로 김 여사 문제를 꼽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명품 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이어 공천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김 여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진 상태다.

실제로 이날 친한(친한동훈)계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당내에서는) 김 여사의 사과만으로 되냐는 이런 얘기까지 나왔다"며 "여사가 행보를 좀 자제해 주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께 어떤 호응을 하는 것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날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 요구에 대한 질문에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데 이어 이날도 김 여사 이슈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인천 강화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판단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의 활동 자제에 대해선 "애초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이 아닌가"라며 "그것을 지키면 된다"고 했다. 김 여사가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힌 점을 상기시킨 셈이다.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서 자신을 향해 '김 여사에 대한 공개 비판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한 대표는 "김 여사를 공격하거나 비난한 게 아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필요하고,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윤이든, 대통령 비서실이든 익명성 뒤에 숨어 민심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의견이 있으면 자기 이름 걸고 당당하게 말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그런 여론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었냐"며 "대통령하고 만났을 때 독대 과정에서 국민 여론을 전달하고, 본인의 의견을 비공개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독대 수용 배경에는 여론 악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야당이 상설특검과 국회 규칙 개정을 통해 우회 공략을 시작하자 갈등 봉합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4%로 같은 조사에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일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3개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데 대해 '잘못한 결정'이라고 한 응답자가 60%였다. '잘한 결정'이라고 한 응답자는 22%에 그쳤다. 이번 NBS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15.6%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독대 후에도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간극이 클 경우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의 계파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주에 이뤄질 독대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명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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