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해외사업 점검] ⑤ 풀무원, 두부 1등이지만 수익성은 '글쎄'

내수 불황과 K푸드 열풍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사업 현황을 점검합니다.

풀무원 CI /사진 제공=풀무원

올해 창사 40주년을 맞은 풀무원 해외 사업의 꽃은 '두부'다. 아시아권을 넘어 최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를 끌며 풀무원이 글로벌 두부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K푸드 열풍이 불기 훨씬 전인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해 탄탄한 두부 시장을 다져온 풀무원이 정작 해외법인에서는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은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에 해외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지역 사업의 매출 비중은 2023년 2분기 말 기준 19.08%에서 올해 2분기에 19.5%로 소폭 올랐다. 풀무원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623억원, 325억원이며, 이 가운데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3100억원으로 전년동기(2886억원)보다 7.4% 증가했다.

그래픽=권재윤 기자

풀무원 해외 식품부문의 성장은 미국 시장이 이끌었다. 올 상반기 풀무원의 미국 지역 매출은 211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79억원 늘었다. 이는 해외 식품사업부문 전체 매출의 68%를 차지한다.

풀무원의 미국 매출은 지난 5년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1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풀무원이 일찌감치 미국에서 두부 시장의 기반을 다져온 결과다. 풀무원 미국법인 매출 중 두부의 비중은 약 50%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에 진출한 후 2004년 현지 콩가공식품 회사 '와일드우드내추럴푸드'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몬터레이고메이푸드' 합병, 2016년 '비타소이' 두부사업권 인수 등을 진행했다. 비타소이는 미국 두부 시장 1위 기업이다.

풀무원의 지속적인 미국법인 투자는 미국에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중요시하는 '헬시플레저' 열풍이 불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식물성 단백질을 쓴 건강한 식재료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자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 식재료인 두부가 곧 풀무원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 두부 시장 규모는 올해 약 4억2100만달러로 예상되며, 오는 2029년에는 7억4900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풀무원의 미국 시장 두부 점유율은 75%다. 풀무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국 시장의 두부 분야에서 풀무원을 위협하는 경쟁사는 없다"며 "미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단단한 두부, 토핑용 두부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현재 미국에만 4곳(길로이, 풀러턴, 아이어, 타판)의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며, 미국 내 생산능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사업 흑자전환 언제쯤?

다만 풀무원의 활약에 비해 해외 시장에서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은 뼈아프다. 올 상반기 풀무원의 해외사업 영업손실은 27억원으로 전년동기(-123억원) 대비 5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법인인 풀무원USA의 지난해 매출은 3654억9386만원, 영업손실은 71억7036만원을 기록했다. 풀무원USA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순손실을 기록해 2020년 58억원에서 2021년 307억원, 지난해에는 71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풀무원이 미국 시장에서 두부를 판매해 벌어들인 돈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운임비의 영향이 크다. 풀무원은 공장 증설 전까지 한국에서 면과 소스를 수입한 뒤 미국에서 완제품을 포장해 판매했다. 그 과정에서 드는 해상운송비는 풀무원 미국법인의 비용으로 기록됐다. 또 팬데믹으로 두부 수요가 폭증하자 국내에서 두부 완제품을 수출해 대응했는데, 이 과정에서 냉장두부 수출을 위한 '프리미엄 운송료'가 발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풀무원 관계자는 "해상운송료가 비싼데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수출까지 감행하며 해외법인의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풀무원은 2021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풀러턴 공장 두부 생산라인을 늘리고, 월 최대 두부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렸다. 풀무원 측은 "현지에 공장을 증설해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물류비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며 "미국 두부 시장이 아직 성장 중이라 개척하는 과정이며, 커지는 두부 시장에 맞춰 판매량이 증가한다면 하반기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솟는 국제 대두 가격도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23년 수입백태 가격은 1490원, 백태는 5168원이었지만, 올 2분기에는 ㎏당 1504원, 5255원으로 올랐다 .

쪼그라드는 일본법인의 매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풀무원의 일본 지역 매출은 2020년 1267억원, 2021년 1104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099억원으로 2022년(1140억원) 대비 41억원 감소했다. 올 상반기 일본 지역에서의 매출은 약 491억원이다. 풀무원 측은 "일본 지역에서는 저마진 제품 대신 두부바 같은 고마진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매출을 늘릴 것"이라며 "고마진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수익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