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할 때 최악의 가성비 음식하면 떠오르는 게 있나? 자주 언급되는 음식은 분위기 값이 전부라는 파스타, 속에 큰 뼈를 숨겨둔 족발, 내가 시킨 게 콩나물찜이었나 착각이 드는 아구찜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건 조촐한 모양새와 그렇지 못한 가격의 충무김밥으로 지금 보이는 이게 만 원씩 총 2만 원이다. 유튜브 댓글로 “충무김밥은 왜 이렇게 비싼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특히 다른 음식과 달리, 충무김밥은 들어가는 재료도 김과 밥, 석박지와 오징어무침으로 간단해서 더 원성을 사고 있는데, 실제로 충무김밥을 판매하고 있는 사장님께 충무김밥은 왜 이렇게 비싼 건지 물어봤다.

H김밥·충무김밥 전문점
“다른 거에 비해 (원가가) 조금 저렴은 하지만 이거는 이제 수공이 많이 들어가요. 저희가 하는 일이 많아...오징어 손질부터 무도 알다시피 석박지 크게 해가지고 소금에 절여가지고 우리 주부들 김장하는 게 어렵듯이 다른 김밥에 비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사장님은 오히려 충무김밥이 비싼 음식이라는 오명이 붙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는데, 충무김밥은 다른 김밥에 비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특히 오징어를 손질하고 김장을 하는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비싼 것이라 설명했다. 연신 주재료인 무와 오징어의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주장했는데, 충무김밥은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르기 전부터도 비싼 음식으로 소개되고 있으니 와닿는 말은 아니다.

사실 노력과 정성 부분도 일반적인 상식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게 최악의 가성비 음식에 항상 같이 언급되는 족발은 수십 가지 재료를 넣고 몇 시간이나 삶아야 하고, 아구도 손질이 쉬운 식재료는 아니다.

충무김밥은 현재 통영시로 명칭이 바뀐 과거 ‘충무시’의 어부들이 뱃일을 나갈 때 싸가던 도시락에서 유래됐다. 김밥을 만들 때 밥과 속 재료를 합쳐놓으니 잘 쉬어서 밥과 김만 싸고, 반찬으로 오징어, 홍합, 문어 등을 꼬치에 끼워 따로 내서 지금처럼 밥과 재료가 분리된 충무김밥이 됐다.

충무김밥은 1981년 무려 천만 명(본부 측 추산)이 참여했던 ‘국풍81’이라는 대규모 예술제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고 이때부터 타지의 특색있는 음식으로 소개되며 이름값이 높아졌다.

그러니까, 관광지에 가면 특히 비싼 음식들과 비슷한 포지션이라는 건데. 이 계열에서 유명하신 분들은 명동 길거리 음식, 제주 은갈치 등이 있다. 이미 과거부터 우리가 흔히 보는 김밥과는 다른 형태로 고유의 브랜드 김밥이 되면서 높은 가격이 책정됐고, 이후 물가상승이 있을 때마다 큰 폭으로 값이 뛰면서 지금처럼 1만원을 넘는 김밥이 된 거다.

그래도 확고부동한 최악의 가성비 칭호를 충무김밥이 가진 것에 대해 판매하시는 사장님은 이렇게 항변했는데,
N 레스토랑·충무김밥 판매점(음성변조)
“우리나라 분들 문화 자체가 음식을 엄청 값어치 없는 걸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어요. 그냥 줄 수도 있는 건데 뭘 이렇게 하냐. 오징어 비싸? 오징어도 다 그냥 반찬으로 주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해 버리니까. 이거 얼마 한다고 그냥 주면 되지 그냥 2천 원만 받아도 될 거를 이렇게 생각해 버리는 거죠.”

충무김밥의 주재료인 밥 그리고 곁들여 먹는 반찬은 사실 여느 식당에 가면 무료로 리필까지 되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저렴하고 가치없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충무김밥이 특이한 건 특정 관광지에서만 비싼 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다 가격이 높다는 건데 취재하다 보니 정작 본고장 통영에선 또 만 원 할 정도로 비싸진 않다고 한다. 알아보니 통영시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라는데.

통영시 관계자
“최소 가격이 한 5500원에서 좀 많이 받는 데는 7천 원 정도까지 해요. 통영은 착한가격업소에 저희가 예산을 편성을 해가지고 매년 상반기 하반기 인센티브라고 해서 위생용품 쓰레기봉투 이런 걸 지원을 해드리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런 걸 지원을 해주니까 쉽게 가격을 인상한다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인상할 때 고민을 하시고 하는 부분은 있거든요.”

오히려 통영 지역에서는 충무김밥이라는 걸 브랜드 상품으로 지원하다보니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지만 이미 1만원선을 넘어버린 충무김밥을 볼 때마다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건 바꾸기 어려워보인다.